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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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숨겨왔던 친구 놈의 진실 (0) 2021/10/23 PM 11:33

 

 

 

숨겨왔던 친구 놈의 진실

 

 

 

어후, 친구놈이 부산에 놀러왔다! 피곤해 죽겠다! (...) , 며칠 전만 해도 외롭니, 우울하니, 친구랑 떡볶이 나눠 먹고 싶다니, 했던 녀석이, 정작 친구가 부산에 행차했건만 벌써 방전돼 버렸어.. 이것이 아싸의 한계인가!

 

사실 방구석 찐따가 이불 밖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거기다 남들처럼 외식하고, 명승지 돌고, 차 타고, 버스 타고, 그리고 대화! 어쭙잖은 어색함에 말 이어가기가 그야말로 고역과 공포다. 후우... 여러분은 내 심정 이해하지? 루리 찐따 동족들, ? (!)

 

그래도 이번엔 미안함은 없었어. (...?) 재난지원금 덕에 맘 놓고 밥 사줄 수 있었다! ..여태껏 멀리서 부산까지 온 친구건만, 정작 대접은 나만 받았어. 백수 프리미엄만 붙이면 못 빼먹을 게 없걸랑.. 친구가 차 태워줘, 스타벅스 사줘, 나도 모르는 부산 명소 데려다 줘, 한 끼 2만 원 이상 고~급 음식 먹여줘, 아주 좋소.

 

하지만 기쁨은 잠깐이야. 송구함이 끈끈이 쥐덫처럼 온 몸을 덮쳐.. 난 누구인가? 염치는 있는가? 난 친구에게 걸맞은 상대인가? 후우.. 소중한 사람을 앞두고 천원, 2천원에 벌벌 떨어야 하는 것만큼 비참한 일이 또 있을까.. ..그래, 내가 친구를 만나기 꺼렸던 이유는 비단 내 은둔형 성격 탓만은 아니야. 사그라질 듯한 지갑에, 마음마저 옹졸한 모습을 친구에게 보이기 싫었어.. 아잇! 뭔 애기하다 분위기 망쳤냐! 비트 전환!

 

아무튼. 오늘은 내가 다 샀다! 기분 좋다! ..는 돌이켜 보니 찜찜하고요. (.,.?) 가성비가 너무 떨어졌어! 파전 하나에 16천원! 홀리, 이런 흑우잡이는 동래파전 이후 처음이다. ..맛도 그냥 그랬어! 10점 만점에 6? ..이게 뭐람. 드디어 친구에게 대접할 수 있게 됐건만, 그 음식 꼴이! ! 내가 속이 터져서 진짜! (현지인인 니가 가이드 했어야지!)

 

그럼 얼마나 좋아. 문제는 친구 녀석 입맛이 나랑 딴판이다! 내가 맛있다고 추천한 초량 불백, 골목길 기사식당, 돼지국밥집, 부평동 토스트집, 중앙동 텐동집, 다 퇴짜 맞았어! 이쯤 되면 내 혀가 이상한 거냐? 아니면 그 놈이 맛알못이냐? ! (...) ..잠깐만, 지금까지야 얻어먹는 처지였으니 친구 맘대로 갔지만, 이번엔 내가 냈잖아? 내가 주도적으로 해도 됐었네? ..진따 특성, 뒤늦게 깨닫습니다. 꺼흑!

 

괜찮아. 내일도 만나니까! 귀찮은 놈! (...) 부산에 뭐 볼게 많다고 1박을 더 한 대요. 호텔비 지불하며, 어후.. 나 어쩌면 좋냐? 과중한 스케쥴을 이틀이나 처리해야 돼! 친구 접대 해야지, 칼린쇼 대본 써야지, 신작 야동 수집해야지, 1인 로그인 보너스 다 챙겨야지, 휴지 뽑아야지, 몸이 10개라도 모자라다. (!)

 

아참, 내일부턴 내 먹고 싶은 데로 가면서, 땡전 한 푼 지불 안 할 거야. 숨겨왔던 친구놈의 수줍은 진실을 알아버렸거든! (..??) 이 새퀴, 상위 9%였다.. 재난지원금 못 받았대! 이런 수박 죠스바! 그걸 또 억울하대요. 누나랑 2인 맞벌이 가구로 분류돼서 그렇다니, 건강보험료가 17만 원 이상이 돼버렸다니, 기준이 엉터리라네, 개소리 집어치워! 이 기만자 호루라기! ..후우, 자취방 원룸 거뜬히 마련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연세에 안 맞게 SUV 끌고 다닐 때부터 눈치 챘어야 했다. 이 자식에겐 맘껏 얻어먹어도 양심의 가책 느낄 필요 없었는데!

 

후우..., 농담인거 알지? 부자 친구를 그 누가 싫어하리오. (...) ..는 개뿔! 미리 말해줬어야지! 내가 죄책감과 고뇌에 몸서리치기 전에 알려줬어야지! ..내 경악을 그 자식에게 기필코 되돌려 주겠어! 어떻게? 상위 9%에 이르도록 혁혁한 공을 세우신 친구 누님, 사귑시다! 결혼 합시다! 친구의 누나를 사랑 했네~ (미친놈) 닥쳐! 내 인생이 걸린 문제다. 커리어 아내에 종속되어 전업주부 남편으로 살아가는 삶! 내 꿈이야! (...)

 

아무튼. 내일 어떻게든 작업 들어간다. ,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누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까? ..모쏠 동정에겐 너무 어려운 숙제인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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