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대화하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오! 낮 12시에 YTN 보는 사람? (...) 난 다람쥐 쳇바퀴 일과마냥 시청해. 점심 먹으며 폰으로 딱! 심지어 라디오모드가 아닌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왜? 바로 아름다우신 수어통역사님을 뵙기 위해!
크흑, 그녀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앵커 목소리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아. 여름 태양 같은 미소, 은하수 흐르듯 펼쳐지는 손의 향연! 하악하악, 누나 나 죽어! (짝!) ..문제는 수어통역사님 존함을 모른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게? (...)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하나하나 찾아다녔다! 결과는! ..“박지연” 수어통역사님. 너님들 뇌세포에 뿌리박도록. 에헴. ..이미 결혼 하셨겠지? (...) 알았어. 그만할게.
난 왜 박지연 누나에게 빠졌을까? (넌 여자면 다 들이대잖아) 허! 나 눈 높아! 그러니 한 평생 동정 모쏠이지! (...) ..글쎄, 소리를 띄어넘는 울림, 거기에 반한 걸지도 몰라. “사람” 목소리는 들은 지 오래걸랑. (뭔 소리야?) 뭐랄까, 온전한 나를 불러주는 음성? 깊이 있는 떨림? 이런 진짜 목소리는 기억이 가물치 할 정도로 오래전 들었다는 거지.. 미안하다. 내 옹졸한 표현력으로는 제대로 전달을 할 수가 없네. (어휴)
아잇, 그러니까! 그, 풀이하자면, ..우린 멀쩡한 고막과 청신경을 갖췄어. 그러나 들리는 소리라곤 세상 돌아가는 소음, 뜻 없는 인사, 업무 지시 사항, 욕설 고성방가가 대부분이잖아? 진정 날 일으키는 부름, 이를테면 “사랑해!”같은 음성은 접해 본 적 있던가.. (...) 후우, 한숨만 나온다야.
그런데! 흘러가는 뉴스 채널 우하단 귀퉁이에서, 천사님이 하프를 연주하고 계시니! 어찌 홀리지 않고 버티란 말이오! 그녀와 나 사이엔 그 어떤 매질도 없건만, 호우! ..이참에 수화 배워볼까? 그녀를 위해서, 앙? (미친놈) 에휴, 사랑을 모르는 녀석들. (짝!)
수어라.. 그러고 보니 중학생 때 친구가 생각나. 함께 농구 했던 친구, 만화를 좋아했던 친구, 대화 할 때면 입과 눈을 마주봤던 친구, 발음을 조금 어눌했던 친구, 그래, 청각장애를 지닌 친구였어. ..당시에는 그 친구의 어려움을 전혀 몰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친구는 어려움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거든.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이제와 돌이켜 보건데, 그 친구에게는 “일반”중학교에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었을 거야. 옆을 스쳐가는 농구공,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웃음, 못 듣잖아? 심지어 수업조차 홀로 조용히 탐구해야 해. ..어후, 그때 더 배려해 줬어야 했는데.. 아니다, 내가 뭐라고 그 친구를 동정한담.. 끄아악! 어려워! (...)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 ..아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간다! 그래! 이거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이룩하는데 협조할 뿐이야. 동냥이 아니라! 내 마음, 알아먹겠지? (...) 개떡처럼 말해도 여러분이 찰떡처럼 이해하길 믿어! (...)
아무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청각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해, 이 한 몸 노력하겠어! (어떻게?) 생각보다 작은 맘으로 소소히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많아. 이를테면 너님들 브이로그니, 게임 플레이니, 영상 올릴 때 자막 넣기! 진정한 유튜버는 40만 청각장애인을 놓치지 않는다고!
그리고 백신 맞기. (갑자기 백신은 왜 튀어나와?) 워워, 갓리적 이유가 있다. 수어는 손으로만 완성되는 게 아녔어! 중요도를 따지자면 입모양이 더 지대하대. 비율로 따지자면 근 90%나! 그런데 코로나 시국엔 뭐다? 마스크로 마우스를 가려 버린다. 소통 단절이다. 그러니, 백신 맞고, 위드 코로나 접어들고, 최종 마스크 없이 도톰한 입술 드러내며 의사전달 할 수 있는 시대 되돌리자! 오케이!
아이 뿌듯해. 이쯤하면 박지연 님께 칭찬받기 충분하겠군. 사랑합니다. 머리 쓰다듬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