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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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11월 11일 기억하기 (2) 2021/11/11 PM 11:36

 

 

 

 

1111일 기억하기

 

 

 

1111! 오늘은 무슨 날! (..농업인의 날) 정답이다! ? (..보행자의 날) ! 검색해봤냐? 정답! ? (빼빼로데이) 빼빼로 데이? 누가 지금 과자 부스러기 소리를 내었는가! ! 우리 모쏠들에겐 그 따위 달달한 단어는 인생에 존재하지 않는다! (...)

 

1111. 일과 일이 계속 이어져 쌍십일, 외톨이의 날! 혼자 죽어갈 영혼들을 위해 중국발 초호화 할인행사가 쏟아지니, 제군들! 어떻게 중국산 제대로 털었어? (...) 이런 이런, 준비성 없는 놈들. (!) 이 몸께선 행사 시작하자마자 선두에 서서 고지 점령해 버렸다. 프로모션 코드, 카드할인 최적에 맞춰, 저스트 110달러! 여기에 10달러 쿠폰 먹이고, 30달러 농협 카드 할인 받으면 70달러가 되는 마법! 캬하하! 꿈에 그리던 54mm 볼헤드 질렀단 말씀! 부럽지? 부럽지! (...) ..후우.. ..흑흑.. 에라이! 비참함만 더 하잖아!

 

..그래, 세일의 수혜자가 된다 한들, 오랜만에 돈 쓰는 재미에 빠진다 한들, 공허한 가슴은 절대 채울 수 없어! 저기 지나가는 암수 한 짝 염장 꾀꼬리들이 더 부럽다고! ..저들은 이 찬란한 소비향연에 무덤덤하지만, 방구석에서 선착순 할인 경쟁에 참가할 필요도 없지만, 단지 둘이 있다는 사실에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부럽다.. 흑흑. 이게 나라냐! 죠스바 수박바 붕어 싸만코! (!)

 

그런데 말입니다.. 후우.. 커플들보다 날 더 비참하게 만든 이가 있으니.. (..?) 바로 나! 나 자신! 내가 한심하고, 안타깝고, 고막 터지기 직전까지 뺨을 날리고 싶어! (!) 존슨, 진짜 때리라는 건 아냐.. (!) ..고막 터졌다. 그만 때려..

 

한창 할인행사에 견주어 장바구니를 저울질 하고 있었던 111111, 왜앵~ 사이렌 소리가 들렸어.. 뭐지? 민방위인가? ..흔한 일상을 지나치듯 무심코 흘려들었지.. 부산을 감쌌던 잔잔한 빵빠레가 무슨 의미인지는 1시간 뒤에서야 알았어.. 점심 먹으며 뉴스를 본 그제야. (유엔참전용사 추모일?) 그래. 1111, 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 ..아잇! 부산 사는 놈이 이걸 몰랐다니! 자신에게 너무 원망스럽다! ..후우.

 

역사와 시간은 분명 내게 기회를 줬어.. 전쟁, 죽음, 신념, 귀가, 셀 수도 없는 그을음을 지닌 분들과 직접 뵐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축복이냐. 남의 나라 전쟁에 참전한 우리 용사님을, 내가 태어난 고향에서, 버스로 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서 만나 뵐 수 있는데.. ..물론 본인이 그 기회를 까맣게 놓쳐버렸지만. (...)

 

워워, 더 이상 지나간 일에 후회만 하지 않겠어! 이 자리에서 맹세합니다! 내년 1111일엔 반드시! 그 분들과 함께 할 거야! UN묘지 울타리 너머나마 그 분들의 눈동자를 바라볼 거야. 안 되는 손짓발짓으로 나마 고마움을 표현할 거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황혼을 향해 가니까, 조금이라도 그때 순간을 기억해야지.

 

.. 분위기 너무 무거워졌나? (...) 오해 마시라! 난 그저 기쁘게 그 분들을 뵙고 싶어. 이념이니, 의무감이니, 현충이니, 그 보다 사람 그 자체로서 소통하고 싶다는 뜻이야. 뭔 뜻인지 알지? (아니) 끄응.. 그러니까, 그래! 할아버지 곁에서 재밌는 옛날이야기에 맞장구치며 웃고, 놀라고, 경탄하는 모습. 그 모습을 바라는 거였어. (뭔 소리야!) 난 최선을 다해 표현했다! 이 이상은 너님 이해 공감력 문제라고! (!)

 

아무튼. 내년 1111일 금요일, 빼빼로 한 아름 들고 참전용사님들 찾아갈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대. 히히히! (...) ..잠깐, 빼빼로는 드시기 좀 딱딱 하려나? 흐음.. 내용물이 뭐가 중요하겠어! 본질은 마음! 본인이 안 드시면 손자 손녀들에게 먹이시겠지. ..아니면 까짓것 든든하고 보드라운 국밥 한 사발 어떠십니까! 때마침 UN공원 코앞에 쌍둥이돼지국밥이 있어. 거기다 고독한 고로상이 먹은 오륙도 낙곱새까지!

 

캬하, 1111. 마음 당기면 부산 오이소. UN공원에서 기억을 나누고, 바로 뒤 일제 강제 동원 역사관에서 독립투사를 기리며, 부산 박물관에서 선조들의 전통을 감상하다, 국밥 낙곱새 배부른 코스! 마 쥑이네! 가히 부산의 정수다!

 

끝으로,. .. 잠시 추모하겠습니다.. 못다 핀 영웅들에게 가슴 뭉클 심정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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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부산 향해 묵념하세요'…오늘 유엔참전용사 추모식 | 연합뉴스 (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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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전혀 몰랐습니다. 앞으로는 기억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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