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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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붉은 달 아래서 초갈을 생각하다 (0) 2021/11/20 AM 01:27






붉은 달 아래서 초갈을 생각하다

 

 

 

붉은 달이 뜨면 사냥이 시작된다. 꺄울~ (짝!) ..크흠. 다들 부분월식 구경하셨어? (...) 하! 난 큰 맘 먹고 카메라 챙겨서 뒷산까지 올라갔어.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내가 장비 써보겠냐? 먼지만 쌓여가는 불쌍한 녀석들...

 

딴엔 멋들어진 일주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역시나 실패했다! 구도, 노출, 모조리 꽝! ..뭐, 그래도 처음이니까, 이번 실패를 통해 꽤 많은 걸 배웠으니까, 나름 만족해. 시뻘건 달 사진은 후보정 끝나는 대로 입구에 걸어놓을 테니 보실 분만 보시고. 에헴.

 

타임랩스, 우리말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 심지어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조차 우리글 풀이가 없더라. 그러니, 그냥 예시 영상 시청하시겠습니다! 타임랩스가 뭔지 바로 감 올 거야.

 

와우.. 서너 시간에 걸친 변화를 단 1분 만에! 압축적으로! 이것이 타임랩스! ..여러분은 맘 편히 흐름을 훑어보겠지만, 찍는 사람은 고역이다? 무거운 삼각대를 펼치고, 추위와 싸우며, 화장실조차 못 간 체, 하염없이 찰칵거리는 카메라를 주시해야 해. 맙소사.. 이 고단한 작업을 바로 오늘, 이 몸께서 도전했단 말씀! 박수 한번 주세요! (...) ..방금 박수 친 자만 복될 지어다. 에이맨! (..)

 

아무튼. 사늘한 밤바람에 내면을 탐구하고 있노라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어. 그 첫 번째 잡념은 기후위기. (달 찍는데 기후위기가 왜 나와?) 충분히 나오고도 남지. 오늘이 11월 하고도 중순을 지나는 한반도 부산이건만, 덥다! 얼마나 더웠으면, 나, 셔츠 하나만 걸치고 저녁 달빛 맞이하러 나갔어! 이게 날씨냐! (...) 공기가 산들산들 하니 그 놈의 모기는 또 얼마나 앵왈앵왈 되던지, 어후!

 

다음! 달빛 아래로 문득 “초갈”이 떠올랐어. (초갈?) 그래, 초갈. 워크래프트 황혼의 망치단, 머리 둘 달린 오우거 마법사, 앙? (그게 뭔데 오덕아!) 허! 초갈을 몰라? (그걸 누가 알아!) ..알았어.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초갈 트레일러 감상하겠습니다.

 

역시 시공의 폭풍은 최고야. (...) 한편 초갈은 왜 떠올렸냐? ..그, 출사에 나서기 직전에 샴쌍둥이 영상을 봤거든. 신체 일부가 붙어서, 어쩌면 한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순간 걱정과 경악이 몰려오더라.. 샴쌍둥이 분들에게 초갈은 불편한 존재가 아닐까? 정치적 올바름을 그토록 강조하던 블리자드에서 만든 캐릭터가, 정작 그 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건 아닐까? (...) ..에라이 블리자드! PC는 개뿔!

 

..근데 블리자드 탓만 할 순 없어.. 나도 여태 아무 거리낌 없이 초갈밈을 사용했으니까.. 초갈 같은 놈! 덜떨어진 놈! 현실판 덤 앤 더머 ..끄응.. 내가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는 거야? 게임 캐릭터는 캐릭터일 뿐이고, 단지 몸통 하나에 머리 2개 달린 것만으로 샴쌍둥이들과 연관 짓는 건 섣부른 억측이다? ..아, 난 모르겠어.. (...)

 

판단은 각자에게 맡길게.. 어쨌든 내 경우엔 더 이상 초갈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겠더라고. 자칫 내 안의 차별, 무관용, 악의적 선입관이 강화될까봐.. 내 비록 갓흥겜 히오스를 사랑하지만, 언제 자식이 생기면 같이 즐기고 싶지만, 그래서 초갈 2인 듀오를 반드시 해보려 마음먹었지만, 아니! 계획 취소다! 내 아이한텐 초갈 보여주기 싫어! (..,)

 

이러한 고민을 월식 아래서 했다. ..푸후, 에라이! 여친 생기게 해 주세요, 기도나 드릴 걸! 깜냥 안 되는 철학적 고민에 정신만 못 차렸네! ..뭐, 좋아. 이렇게 성숙하는 거지. 캬하하! ..그나저나 결합쌍생아 선한 영웅이 있던가? 실제 샴쌍둥이 형제 자매 여러분이 동경에 마지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 말야. 흐음... 단 한 명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게임사들이여! 성소수자 챙기는 만큼, PC 외치는 만큼, 둘이면서 하나인 멋진 캐릭터 창조해 주십시오! ..듣고 있나 블리자드! 끼요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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