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오늘 토요일이지? (그래) 어오, 난 오랜만에 노는 것 같지 않은 토요일을 맞았어. 소소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넘쳐났거든. 일일 출석 보너스 받으랴, 신작 정리하랴, (짝!) ..그리고 어제 찍은 월식 사진 영상으로 변환하랴, 내일 출격할 지스타 카메라 장비 고르랴! (...) 그래! 여지없이 돌아온 사진 장비 얘기다! (그만해 미친놈아!) 닥쳐! 일반인은 내일 보고, 덕후 환자들은 지금 봅시다. 에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겐 지스타가 정말 특별 이벤트야. 이때가 아니면 찐따가 여자사람을 언제 찍으리오! 두근대는 마음으로 딴엔 준비 많이 했다? 주머니 탈탈 털어가며 렌즈도 지르고, 삼각대도 알아보고, 서브 카메라 챙기고, 혹시 모를 먼지 털이에, 바퀴 달린 가방까지!
그런데 말입니다. 내면의 뭔가가 날 가로막는 거야. (..?) 양심에 거리낌 없이 들고 다니기엔 너무 거대한 짐! 뭔 기분인지 느낌오지? (...) 안 그래도 사람 많은 곳에 흉기 덩어리를 들쳐 메고 다녀도 괜찮은 걸까? ..삼각다리 굳건하게 벡스코 전시장 바닥에 박아도 되는 걸까? ..장대 높이에 거대한 조명으로 뒷사람의 눈을 찔러버리는 건? ...크흠. 헷갈린다니까.
뭐, 내가 이 문제를 놓고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삼라만상의 철학을 담아 고민한 건 아냐. 근데 나만의 정답은 금세 찾아냈다? (뭔데?) 그, 삼각대는 포기하자! 차마 내 관종력이 삼발이 세우는 데까진 이르지 못 했어. (...) 렌즈도 단 1개로 통일! 서브 카메라도 단 1개! (카메라를 대체 몇 대나 들고 가려 했던 거야!) ..3대? ..아니, 4대. (짝!)
그렇게 장비 다이어트에 한참 들어갔을 무렵, 우연히 지스타 현장 중계를 접했어. 누구였더라, 걸그룹이었는데, 스테이지? 맞나? (스테이씨!) 워워, 스테이씨 팬은 진정하시고, 모를 수도 있죠. 에헴. (.,.) 스테이씨가 한창 열정적인 무대를 펼치는 가운데 중계 카메라가 관중석을 비췄거든. 그때 들어온 풍경이, 와우. 거대한 대포 전차가 사단급으로 사열하고 있더라!
이때부터 내적 갈등에 빠져버렸어.. 남들 다 장비 챙겨왔네? 흡사 유명 출사지 뺨치네? 뭐야, 아무 거리낌 없이 크고 굵고 거대한 대물렌즈 자랑해도 괜찮겠잖아? 이럴 거 다시 3레벨 가방에 가득가득 렌즈알 구겨 넣을까? 삼각대 줍줍할까? 크고 굵고 거대한 봉으로! 그럴까! (...)
끄응.. 참 이상하지.. 내가 결정한 정답을 어느새 타인의 모습에 비춰 뒤집어 버렸어.. 이것은 급변한 상황에 맞춘 태세변환인가, 아니면 줏대 없는 깡통 차기인가.. 도저히 혼자서는 기준을 못 정하겠더라. 이럴 땐 뭐다? 유구한 전통처럼 내려온 관습의 전통을 계승하면 된다! (뭔 개소리야!)
대충 행사장 촬영 가이드 라인을 따르면 된다는 거지. 그럼 적어도 욕먹을 일은 없다는 거지. 인정? (...) 삼각대는 안 되지만, 모노포드는 오케이! 뒷사람 시야 가리는 허수아비 및 사다리는 금지! 제 아무리 나이스 샷 순간에서 조차 주변인 통행인 편의부터 생각하기! ..그래, 이거다! (...)
그렇게 정한 나의 최종 출격병기는요, 전천후 똑딱이 1대, 풀프레임은 135mm 딱 하나의 렌즈로, 모노포드만 이용하여 찍는다! 어때? 이 정도면 괜찮지? (...)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나도 더 이상 양보하기엔 벅차! (미친놈) ..크흠.
여기서 잠깐, 분명히 밝히지만, 난 절대 우리 열심인 행사장 삼각대 장망원 열혈팬들을 비하할 생각이 전혀 없어. 난 상관 안 해. 나도 찍새인데 누가 누굴 비난하겠어. 오히려 그 무거운 장비를 버티며 사랑을 뿜어내는 모습에 존경을 표할 뿐이야. ..다만, 카메라 만져본 분들은 알잖아. 몇몇 호루라기 민폐 작가처럼은 되지 말자는 거지. ..뭔 말인지 알지? (뭔 말인데!) 이런 기초표현조차 못 알아들어서, 그러고도 니놈들이 장비병 환자라고 자처할 수 있냐! (짝!)
아잇, 몰라! 그냥 나 스스로 다짐하는 거야! 조심하자! 정신 차리자! 적어도 타인에게 인상 쓰는 모습은 연출하지 말자! 카메라보다 사람이 먼저다! 인간부터 되자! (...) ...아잇, 이래놓고 내일 가서 진상짓 펼치면 안 되는데. 크흠.
아무튼. 얼렁뚱땅 카메라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고, 내 마음 속 고뇌 같이 털어줘서 감사합니다.
그런 행사장에서 장비질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좀 방해가 되다가도 살짝 궁금해서 친해지고 싶더라구요.
그 거대한 걸로 보는 세상이 알고 싶어서요.
근데 물어볼 순 없었습니다
비싸자나여. 갠히 손대다 톡.하면 억!!할것 같거등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