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레쉬. 스포일러 주의)
꿈을 꺼트린 자
성찰의 주간. 그 4번째 요일. 오늘은.. 아이들의 꿈을 짓밟은 행동을 반성하겠습니다..
그, 내가 잠깐 초등학교에서 일한 적이 있었거든.(너 교사였어?) 아니, 그런 정규직스러운 직업은 아니고, 방과 후 비정규직.. (...) 오해는 마시라. 비정규직이었다고 푸념 늘어놓거나, 하찮게 여겼다거나, 절대 그렇진 않으니까. ..나름 최선을 다 했어. 보람도 있었고, 기쁨도 많았고, 죄책감에 좌절하기도 했지.
아이들과 만나고 나서 내가 제일 먼저 느낀 게 뭔지 알아? (뭔데?) 나, 생각보다 아이를 좋아하는구나. 13세 이하 어린이들은 개구쟁이 괴물로 치부했는데 말이지.. 그리고 내 목소리가 처참하구나.(..?) 딴엔 수업 준비 한답시고 음성 녹음해서 들어봤걸랑. 어후, 정말 버티기 힘들 정도로 기이했어. 이게 내 목소리라고? 맙소사.. ..여러분도 본인 음성 녹음기를 통해 들어 봐. 그 날로 불면증 자괴감에 시달릴 테니. 켈켈켈.(...)
아무튼. 많은 어린 친구들을 만났어. 걔 중엔 절로 맘이 맞는 친구도 있었고, 몇몇은 떠올리는 것만으로 눈가가 찌푸려지는 녀석들도 존재했어. 뭐, 그렇다고 말썽꾸러기들을 증오하거나 미워했다는 건 아냐. 이 놈들 대체 어떻게 해야 인간 만드나, 고민했을 뿐. 아항? (...)
참, 아직도 기억난다. 8살 꼬꼬마 주제에 대뜸 나한테 반말 까던 녀석! 정작 난 존댓말 써줬는데! ..타일러도 소용이 없었어. 무너진 예의범절은 돌이킬 수 없었지. ..아이는 너무 잘 알아. 내가 그저 스쳐가는 선생이란 걸 단번에 꿰뚫어 보더라.. 끄응.. (...) 그래서 난 어떻게 했을까요? (..) 그야 바로 담임쌤한테 일러바쳤지! 그 날로 울며불며 담임선생님 손에 이끌려 석고대죄 하러 왔더군. 히히히! (..)
물론, 이런 행위가 나한테도, 아이한테도 안 좋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어. 이 시대 어린이 교육의 대천사 “오은영” 박사님 왈, 훈육을 남에게 맡겨버리면 그때부터 아이는 신뢰를 보내지 않습니다. ..크흑! 정확히 말씀대로였어. 그 후로 걘 나한테 웃음을 보여주지 않았지. ..미안하다. 널 내손으로 버르장머리를 고쳐놨어야 했는데! 콱 마! (짝!) ..농담입니다.
하지만 지금부턴 농담으로 넘어갈 수 없는 죄야.. 아이의 희망을 구겨버렸어.. ..선생님,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가 될 거예요.. 초등학교 3학년으로부터 스타크래프트란 단어를 들었을 때, 내 귀를 의심했다? 다들 마인크래프트, 브롤스타즈 하는 줄 알았건만, 뭐? 스타? 우리 동년배도 접어버린 게임을 한다고? 그것도 프로게이머를 노리고? ...
황당함을 핑계로 난 너무나 냉혹한 표현을 아이에게 전달하고 말았어.. 스타크래프트는 망했는데 다른 게임은 어떠니? 프로게이머 되려면 밤낮 가리지 않고 연습해야 되는데, 할 수 있겠니? 지금 등급이 어디야? ..끄응.(...) 아이는 슬픈 눈을 한 채 날개를 접었지.. 에잇!
뿐인가! 특수경찰이 되고 싶다는 애한테 한다는 소리가! 경찰대 들어가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되겠다. 우리 **, 할 수 있겠어? ..이딴, 처절한 고문을 들이밀고 말야! 주워 담을 수 없는 험담으로 무궁한 희망을 끊어버렸어.. 경찰을 포기했어.. 나 때문에..
난 아이를 만나기에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거야.. 이런저런 교육학이니, 상황 대처법이니, 하되! 그 이상을 깨달은 상태에서 만남을 가졌어야 했는데.. 부모님 같은 무한한 사랑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꿈과 미래를 탐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선생님이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러나 되돌리고 싶어.. 가슴에 묻고 가기엔 너무나 큰 잘못이었어.. 에잇! 위플래쉬 가스라이팅 교수를 보며, 저 무식한 새끼! 교육을 빙자한 인성파탄자! 소리 밖에 못 지르는 놈! 학생을 자살에 이르게 한 싸이코! ..라고 욕 했다만, 난 그 인간보다 잘 난 게 하나도 없는 선생이었어.. 적어도 그 인간은 막장일지언정 주인공 꿈을 이뤄주었잖아? .. 반면 난 뭐야? 욕 한 마디 안 했고, 화 한 마디 안 뿜고, 오구오구 부드러운 의사소통만 한가득 했지만, 아니! 그 속에 절망을 담아 꿈을 분질렀어! (그만해) ..미안하다. 죄책감에 말이 계속 길어지네.
아무튼. 어..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이 땅에 어른들이여, 나와 같은 후회에 사무치지 마십시오! 아이들 꿈을 활짝 피워 주십시오! 모두의 꿈이여 피어올라라! ..우린 소중하다.
훈육 상황에서 질문과 대화는 하지 말자🙅🏻, '왜'라는 건 없다! 차이나는 클라스(jtbclecture) 인생수업 10회 | JTBC 211128 방송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