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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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디즈니 PC에 동조해버린 나 (0) 2021/12/12 PM 11:30

 

 

 

디즈니 PC에 동조해버린 나

 

 

 

여러분은 언제 세월의 무상함을 느껴? (...?) 난 부쩍 성장한 친구들을 보며 절감해. 이를테면 어느새 차를 몰고 나타난 친구. 헤에! 우리가 벌서 SUV를 끌고 다닐 나이라고? ..그리고 오늘, 늙음에 대하여 쐐기를 박는 사건이 터졌으니, 친구 녀석이 웬일로 날 뷔페에 초대했네? 그것도 부산 서면 번화가 한복판 고~급 뷔페에? 알고 봤더니 자기 딸 돌잔치래.. 히히히.. 부러운 자식.. 그래도 그렇지, 모쏠 동정에게 이 따위 염장 질을 해대? ..후우, 귀여운 따님 얼굴 봐서 겨우 참는다. 이 잔인한 놈아! (...)

 

그래,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것은 물론 2세까지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연세가 됐건만, 난 아직 어른 근처에도 못 갔어.. 씁쓸한데! (...) 워워, 자조 섞인 고백은 그만. 오늘 너님들과 나누고 싶었던 얘기는 따로 있다. 에헴.

 

방글방글 남의 자식을 보고 있자니 문득 철학적 물음이 내리치는 거 있지. (?) 저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에게 과연 톰과 제리를 보여 줘도 괜찮을까? (..?) 걸핏하면 고양이가 토막 나고, 터지고, 폭발하고, 찔리고, 망치에 엄지발가락 박살나고, 감전되고, 독극물에, 180도 오븐에 굽고, 삶고, 찌고, 심지어 1톤 피아노에 깔리는 사고가 일상인 애니를 말야.

 

글쎄다.. 본능적으로 . 뚜렷한 이유야 모르겠지만, 차마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왜지? 폭력적인 것을 보면 그대로 따라할 것 같아서? 수많은 아침드라마 교수님들의 조언에 나도 몰래 세뇌당해서? ..흐음.

 

그런데 말입니다.. 우린 톰과 제리, 잘만 보고 잘만 컸잖아? 톰이 쇠막대 골프채로 제리 머리를 후려갈긴다 한들, 그게 폭력적이라고 느끼기조차 했던가? 전혀! 까르르 웃느라 바쁘기만 했어. (..미친놈) 흐음... 에잇! 아까 말했던 관점 취소! 난 내 자식에게 톰과 제리를 보여줄 거야! 까짓것 스폰지밥마저 함께 시청할 거다! 비키니 시티서 펼쳐지는 광기를 어떻게 우리만 즐길 수 있냐! 인정? (...)

 

아이의 파괴적 본능이 우려된다면, 난 차라리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을 거야. (갑자기 뭔 소리야?) 생각해 봐라. 자기 간수 조차 못하는 꼬꼬마에게, 타인의 아픔마저 아직 배우지 못한 나이에, 감히 개냥이를 눈앞에 선보인다고? ! 92% 확률로 괴롭힘과 학대가 펼쳐질 거다! (누가 그래?) ..내가.(!) ..난 그랬어! 뭣도 모르고, 강아지를 박스에 넣고, 흔들고, 헤드락 걸고, 싫다는데 껴안고, 깨갱 소리가 날 때까지! ..그때 지은 죄는 평생을 따라다녀.. 어렸으니까, 몰랐으니까, 그딴 변명으로 지울 수 없는 업보지.. 내가 겪은 슬픔을 내 아이에겐, 이 세상 모든 아이에겐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다! (.,.)

 

사실, 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은 있나 모르겠어. 여친도 없는 놈이, 사랑이라곤 해 본 적도 없는 놈이, 결혼은 다음 생에나 노려볼까 말까 한 놈이, 아이 시청각 자료를 고민한다고? 반려동물 사육 여부까지 참견한다고? 맙소사. ..전국에 애견 애묘 부모님들, 죄송합니다! 걱정 돼서 그랬어요!

 

아무튼. 다시 톰과 제리로 돌아가서. 막상 내가 양육에 진심인 부모고, 아이에게 아름답고 포용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면, 어라? 최근 디즈니가 벌인 정치적 올바름이 전혀 나쁘게 보이지 않더라고. (..?) , 디즈니가 뜬금없이 PC를 부르짖으며, 인어공주 역에 흑인배우 할리 베일리를, 백설공주에는 남미계 레이첼 지글러를 기용했잖아.

 

이 소식 듣고 얼마나 욕했게요. 인어공주야 그렇다 치고, 무려 백설”! WHITE SNOW! 마저 삼바 향 물씬 나는 공주님으로 변모한다고? 디즈니, 선 넘었네! 아주 그냥, 나도 그렇고, 커뮤니티에서도 그렇고, 합심으로 분노했었지.. 근데 이제 난 아냐. 디즈니, 잘 했어! 내 소중한 자녀에겐 깊고 넓은 동화를 틀어주고 싶다! 그럼! 그 어떤 피부색이라도 공주가 될 수 있는 세계!

 

다만, 다 커버린, 머리가 단단해질 때로 굳어버린, 강제적 비혼주의에 휩쓸려 후사가 없는 이 몸은! 아쉽다는 거야! 내 상상 속 인어공주는 백인이라고! 보라색 조개 비키니가 어울리는! (...) 잠깐, 내가 이렇게 된 데에는 디즈니 탓이 99.9%잖아! 만화영화 속 창백한 에이리얼을 내 머리에 심어놓고선, 이제 와서 실사화로 추억을 박살낸다고? 야이! 언더 더 씨! (...)

 

그러니 디즈니여. 어른을 위한 동화 또한 만들어 달라! 타성과 꼰대 최고치로! 공주는 무조건 백인으.. ? 잠깐만. ..생각해 보니 피부색은 중요 요소가 아니다! (.,.?) 우리가 언제 색깔로 호불호 가렸어? 예쁘고 빵빵하면 만사 오케이지! 핑크빛 포니, 회색 라텍스 돌고래마저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어른! (!)

 

, 그런 의미에서, 백설공주, 기대가 큽니다. 라틴 공주님 최고! 이스라엘 출신 왕비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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