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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자 부생존
진화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님! 아는 사람? TV나 유튜브 강연에 자주 출연하셨는데, 앙? (...)
유튜브는 신기해. 진화학이니 생물학에 전혀 관심 없던 내게 어느 날 최재천 교수님 강의 영상을 추천해 준 거 있지. 그렇게 하나를 누르고, 둘을 눌렀더니 어느새 내 유튜브 알고리즘 목록이 최재천 교수님으로 가득 차 버렸어. 오우야, 이제 친구 앞에서 당당히 유튜브 목록 깔 수 있습니다! 나, 교양 넘치는 사람이야! ..아참, 나 친구 없지. (...)
아무튼. 교수님 덕에 내 지성이 한 단계 성장한 것은 분명해. 다윈의 종의 기원을 내기까지 아찔했던 스토리라든지, 다시 읽는 이기적 유전자라든지, 생물 다양성의 중요함이라든지, 교수는 할 게 못되는 직업이라든지, 응? (...) 그 중에서 유독 가슴 깊이 들어온 가르침은 단연 “생존”과 관련된 강의였어.
이를테면, 자연계 수컷 중 95%는 짝짓기 할 기회조차 없다! ..후우.. 봤지? 나나, 너나, 대자연의 섭리에 따른 당연한 존재다, 이 말이야! 연애도 못 해, 결혼도 못 해, 애도 못 낳는 존재, 앙? (짝!) ..흑흑, 어머니! 왜 절 아들로 낳으셨나이까! (짝!) ..농담입니다.
후우. 웃자고 꺼내 이야기지만 실상은 두려움이 가득해. ..내가 끝내다니. 몇 십 만년, 혹은 몇 억년 이어온 유전자 사슬을 이어가지 못한 당사자가 나라니.. 이 얼마나 기분 나쁘고, 억울하고, 자괴감 드는 사실이냐! 난 이대로 죽을 수 없어! 제발! 내 아이를 낳아도! (...)
..라고 허공에 혼잣말로 외쳐봅니다. ..뭐, 어쩌겠어. 적자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우리인걸.(짝!) ..나인걸. (.,..)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들었던 “적자생존”이란 단어는 생물학적으로 옳은 말이 아니래. 영어 원문으로 survival of the fittest. the, est 붙으니까 뭐다? (..) 최상급이다. 제대로 번역하면 “최적자생존”! 1등만 살아남는 세상!
단 한명, 알파원만 살아남는 건 너무했지. 이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에서 자식농사 가능한 사람은 재용이 형뿐일 거다. 근데 실상은 그렇지 않잖아? 대충 자가 있고, 자산 있고, 잘 생겼으면 애 낳습니다! 그럼! (...)
그럼 대충 상위 30%의 남자에 들기만 하면 되잖아! 이 정도야 우리도 할 수 있잖아! 희망이 샘솟는다! (...) 는 와장창.. 후우..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임을, 성인이 되어서야 깨달았습니다.. 상위 30%? 현실은 저쪽 아래고요, 희망이 보이지 않고요!
그래, 적자생존은 틀린 이론이다. 허나! “부적자 부생존“은 맞는 말 같아.. 우리가 바로 그 증거지. 사랑할 수 없습니다, 생식활동이 단절됐습니다! ..하! 몰라, 이렇게 거름망 치듯 거르고 걸러, 뛰어난 유전자만 남는 것이 인류 번영에 이득일까? 우리 같은 놈들은 사라져야 세계 발전에 이바지한다, 앙?(짝!) ..나 같은 놈이라 단수 지칭하겠습니다. 크흠.
글쎄다.. 아니! 억울해! 솔직히 유전자로 따지면 내가 못날 게 뭐 있냐! 야너두! 이래봬도 우린 역사와 전통의 굴곡 끝에 살아남은 후손이잖아! 남부럽지 않는 경쟁력의 유전자들! ..다만, 하필 자기 적성이 현대사회에 적합하지 않아서, 혹은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어서, 혹은 부모님이 건물주가 아니라서, 도태됐을 뿐이잖아? (짝!) 절대 부모님 원망하는 거 아닙니다. 에헴.
아무튼. 어... 그, 미안하다. (..?) 더 이상 입을 털 수가 없다. 진화니, 생물학이니, 적자생존이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주제가 아녔어! 머리가 빙빙 돌아! 잠도 못 자고, 결론도 못 내리고, 망했다. (어휴) 이게 다 국가 잘못입니다. 그러게 나한테 무상으로 진화생물학을 가르쳐 줬어야지! (미친놈) ..오늘은 그저 전체적 의도만 파악해줘. (그게 뭔데?)
우린 부적자가 아니다! 사랑할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