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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고의 공포 게임, 스타크래프트
후아. 설날치고 뭔가 기분이 싱숭생숭해. 전혀 설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여러분은 어때? 가족, 친지 분들과 북적북적한 설 보내고 있어? (.,.)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 우리 집은 오늘 모였거든? 난 공무원 시험에도, 정규직 취직자리도 얻지 못한 터라 발걸음이 쇠창살이었다. 그래도 어째, 세뱃돈을 타내려면 출동해야지! (짝!) 취직 못한 어른 프리미엄, 제대로 누려야지, 그럼! (...)
아무튼. 오랜만에 뵙건만 외삼촌, 외숙모는 그대로신데, 저기 성장기 사촌 동생들은 1년이 멀다하고 바뀌었더라고. 작년까지 귀엽기만 했던 둘째 사촌 여동생은, 올해는 나랑 눈도 마주치지 않았어. 요오, 좀 컸다 이거지? 부끄러워 하기는.. (...) 그나마 9살 꼬꼬마 막내만이 날 인간 대우 해주더라니까.
막내랑 노는데, 정말 놀랐어. 얘가 다른 게임도 아니고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거 있지. 리마스터도 아닌 오리지널 버전을, 맙소사. ..하긴, 스타 외에 다른 게임을 하기엔, 막내 컴퓨터가 너무 고물이었어. 램 4기가, SSD가 아닌 무려 하드디스크, 꺼흑! ..내가 건물주만 됐어도 당장 컴퓨터부터 사주고 싶더라.. (그냥 사 줘!) ..안 돼. 백수가 무슨 용돈 기부야. 게다가 알잖아. 난 한 푼이라도 아껴서 카메라 장비 질러야 돼. (짝!) 커헉!
..참, 오랜만에 마주한 스타크래프트. 글쎄.. 우리 동년배 여러분, 스타 좋아했어? (그럼) .. 난 안 좋아했어. 남들 우주전쟁 벌일 시간에, 이 몸께서는 일본산 중세 RPG에 빠져 있었지. 이스, 드퀘, 파판, 진여신, 킹덤하츠, 테일즈, 추억 돋는다. ..스타는 해봤자 친구들이랑 어쩔 수 없니 한두판 하는 정도랄까? 그야말로 접대와 사회생활을 위한 플레이, 앙? (...)
이처럼 스타는 내 게임 여정에서 잠깐 스쳐지나가는 작품이었으나, 두둥탁! 공교롭게도, 놀랍게도! 순간의 임팩트만큼은 그 어떤 게임보다 강렬했다! 어떤 임팩트? 바로, 처절한 공포! 숨 막히는 절망! (뭔 소리야)
1:1 투혼이었을 거야. 난 당연 우주 가장 멋진 종족 프로토스를 했고, 상대는 우주 대악질 테란이었는데, 후우... 그 저글거릴 놈의 벌쳐 탱크! 지평선 너머부터 조여 오는데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아니다. 조이는 만큼은 미치는 줄도 몰랐지. 왜냐! 무념무상 키보드 두드리고, 마우스 움직이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안간힘을 썼지만 점점 앞마당까지 시뻘건 색들이 보이고, 그리고, 마인 툭툭툭! 퍼버벙! 어후.. 하지만 진짜 파국은 최후에 나타나는 법. ..그 소리, 시즈 모드 소리! 마치 칼날이 갈비뼈를 관통하는 듯한 소리! 진짜, 드라큘라 이 가는 소음이야 시즈모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직접 들어보실까!
어우, 기상 알람 이걸로 맞춰야겠다. 고막을 때리자마자 정신이 혼미해지네. (...)
테란의 명기 같은 조임에도(짝!) ..딴엔 끝까지 버텼어. 양 갈래 관자놀이를 얼음으로 깔아뭉개는 듯 했지만, 꾸역꾸역! 그래서 승부는요! (..) ..어떻게 되긴! 탱크 포화에 다 갈려나갔지! 흑흑.. (...) GG.. ..끝나고 보니 온 몸에 식은땀이 흘러넘치더라.
나랑 비슷한 경험 겪은 토스 유저들 많지? (...) 적폐 테란에 터져나가는 날들.. 뭐, 근데 지고, 박살나긴 했어도, 뭐랄까, “집중”만큼은 그때가 최고였어. 이후 아무리 갓흥겜 히오스를 하더라도, 롤 협곡 정글을 누비더라도, 프레디 가게니, 좀비 때 라쿤시티를 거닐더라도, 식은땀이 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 ..스타가 유일했어. 내 자신을 망각할 만큼 몰입했던 게임.. (...) 물론 상쾌하기 만한 몰입은 아니었지만, 캬하!
여하튼. 막내 덕에 탱크 트라우마 되새긴 하루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우주 국민게임,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