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연휴 증후군
길고 길었던 2022년 설 연휴도 어느덧 막바지로 나아가는 지금, 캬하! 다들 기다렸지! 신나는 목요일을! (...) 응, 난 기다렸고요! (짝!)
분명 달력에 시뻘건 색 찍힌 날이건만, 오히려 이 몸께서는 몸이 무겁고, 정신이 탁하며, 가슴이 아리고, 뒷골이 S자로 꺾이는 듯한 압박을 받았어. 심지어 우울하기 까지 하더라.. 도대체 왜 이런지 이유를 몰랐거든? 근데 지금에서야 원인을 알았어. 바로, “백수 연휴 증후군”! (...)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전국에 취직 못한 불효자들은 대번에 파악했을 거야. 우린 집에 혼자 있어야, 가족들이 일터로 나가 있어야, 평안함을 느끼잖아? (짝!) ..맛있는 오징어튀김, 고구마튀김, 육전조차 엄마 앞에서는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더라.. 흑흑.. 난 이미 고독하지 않으면 식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거야.. 뿐인가! 공부도 안 돼, 책도 눈에 안 들어와, 하루 운동 루틴도 안 돌아가, 완전 내 평온한 일상이 망가져버렸다니까. 가족 눈치 보느라! (미친놈) 닥쳐!
끄응.. 가족이 보는 앞에선 그 어느 것 하나 맘대로 할 수 없는 나.,. 하긴, 경제적으로 독립 못한 놈이 무슨 자아주권 내세울 수 있겠어.. (...) 그런데 말입니다, 가족으로부터 독립 하려면 죽을 듯이 일해야 하잖아? 상사니 동료니 또 다른 인연에 얽매여, 앙? (..) 독립을 위해 또 다른 속박에 구속되어야 한다라.. 글쎄다..(...) 꺼흑. 두뇌과부하! (..,.)
..후우. 후히, ..답을 찾아냈다. (..?) 진정한 백수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선 자기 명의 건물이 필요하다. (당연한 소리를!) 워워. 딴에 난 건물 없이도 백수왕에 이를 수 있다고 믿었어. 어떻게? 욕심을 버림으로서, 물욕도, 사랑도, 권세도 다 버린다면 자연히 절대자유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지. 근데, 아닌 것 같아! 최소한의 착취? 그래, 자신의 꿈에 비례한 착취! 가 있어야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
왜, 그런 사례야 많잖아. ..누구야, 본인의 공산주의 이상향을 꿈꿨던 칼 맑스. 그런데 이 분 실제 생활은 어땠다? 자기 친구 앵갤스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재산을 털어가며 매달 연금 형식으로 놀이자금 부어가며 뒷받침 해줬다. ..또, 이슬람 최고 예언자 무함마드. 이 분 또한 재산 넉넉하신 과부 “카디자“ 지원이 있었기에 맘 편히 명상을 하고, 사색을 하고, 세계 종교를 창시한 거 아니겠어.
물론 난 맑스니, 무함마드니, 그런 거창한 분들만큼 세상을 바꾸고 싶지도, 혁명을 부르짖고 싶지도 않아. 내 꿈은 소박해. 하루 한 끼 먹을 수 있고, 이틀에 한번 온수로 샤워할 수 있고, 원하는 때에 잘 수 있고, 보고 싶은 영상 맘껏 볼 수 있고, 집세 걱정 없는 삶이면 충분하지.. 월 60 꼬박꼬박 통장에 꼽히면 만족한다랄까! 캬하! (...) ..엇? 따져보니 상당히 욕심도 높은 삶이잖아! (어휴)
얘기가 점점 산으로 가고 있는데, 미안하다. 역시나 내가 감당 못할 철학적 문제요, 자기변명이었다. 꺼흑. (...) ..빌드업은 실패했으니 결론부터 말할게.
전국 백수들이여! 우린 기생충이 아니다! 단지, 꿈을 위해 잠깐 신세지고 있을 뿐이다.. 무욕 열반에 드신 부처님마저 끼니는 다른 누군가에게 동냥하지 않으셨더냐.. (...) ..라고 자기위로 해 봅니다. (...) ..흑흑, 백수에겐 명절이 너무 가혹한 것이에요! (...)
아무튼. 내면의 부담을 여러분께 전가하니, 한결 맘이 가벼워. 후하! (...) 이상, 모두 꿈을 찾으시고, 건강하시고, 건물주 되길 바라면서, 연휴 끝! 어서 일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