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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기보다 넓히기
후아.. 후와아.. (...) 여러분, 미안해. 오늘은 내가 너님들로부터 힘찬 기운 받고 가야 할 날이야. (..?) ..맥동이 없어. 전두엽이 돌아가질 않아. 마냥 넋 놓고 음악만 듣고 싶어. (...) ..그, “강요된 무소유“ 부작용이 터진 것 같아. 아끼던 카메라를 팔고, 고전게임을 팔고, 수집품을 팔고, 마음이 비어가는 느낌이랄까? 하!
문제는 마음만 비어간다는 거야. 박스들이로 물건을 치웠음에도 여전히 내 방은 좁고 복작복작해. ..전에 말했지? 미니멀리즘은 비움보다 넓힘이 더 중요하다. (...?) 방의 절대적 크기를 넓히지 않는 이상 평화는 찾아오지 않아. 내가 뼈저리게 경험하고 깨달은 사실이야. (...) 끄응... 에라이!
솟아나라, 슈퍼파월! 이렇게 축 쳐져 있을 수만은 없어! 긍정적 사고! (...) 그래, 생각났다. 방정리하는 와 중에 여러 중고 사이트를 사용했거든?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네이버 커뮤니티 카페, 심지어 이베이까지. 헌데 안타깝게도! 우리 루리웹 중고장터에는 글 하나 안 적었어! 왜지?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 ...진인환 센세, 장터에 경매 시스템 만들어 주세욧!
아무튼. 각 중고 사이트별 소감을 풀어보자면, 일단 중고나라. 이야, 아직 안 죽었더만! 중고나라를 통해 거래가 제일 많이 성사됐어. 반면 번개장터는 거래량 제로! (...) 그럼 중고 대세 당근마켓은 어땠을까요? (...) 당근 안 팔리더라. (...) 당근에서는 자그마한 생활소품 정도나 거래됐어. 모니터 암, 모니터 받침대, 스마트폰 파우치. 개당 5천원을 넘지 않는 것들.
기대를 배신하는 성적에 바로 삭제해 버릴까 하다, 아니! 은근 당근만의 매력이 있더라고. 이를테면 미지의 여성과 조우라든지(짝!). ..아니! 아이디부터가 **맘 이신 걸 어떡해! 오우야, 거래장소로 가는 발걸음이 두근거립니다. 역시나 제 예상대로 아름다우신 분이 날 맞이해주시더군요, 캬하하! 절대 결혼하셨다고는 믿을 수 없는 싱그러움! (짝!) ..속으로만 두근댔다는 겁니다. 나, 유부녀에게 치근댈 정도로 무지성은 아니다. 크흠. 그나저 남편 분 부럽습니다. (짝!) 커헉!
당근은 물건 팔기보다 눈요기 할 때 더 좋은 것 같아. 정말 별의별 물건이 다 올라오더라니까. 특히 기억나는 것이, 크리스마스 산타걸 코스프레 복장. 참나! 이미 격정적으로 입은 옷을 누가 사! ..내가 사고 싶네? (...) 그 외, 80년 묵은 일본산 난로, 귀멸의 칼날 일륜검, 남자용 T팬티, 원신 계정까지, 호우! 없는 거 빼고 다 있더라.
자, 국내를 봤으니 이제 해외 이베이. 사실 중고거래 하는데 이베이까지 동원하는 건 선 넘은 거지. 하지만 내 경우엔 어쩔 수가 없었어. 알잖아.. 내 수집품 중 몇몇은 너무 쉽덕스러운 나머지 국내 시장에선 찾는 사람이 없거든. (대체 뭘 팔기에?) 그, 있어. 3D 가상 캐릭터 가득담긴 책, 카드, 포스터, 앨범, 등등. 너무 깊게 묻지 마. 에헴. (어휴)
이베이에서 물건은 꽤나 사봤기에, 파는 것 또한 별 거 아닐 줄 알았어. 근데 웬걸, 제출사항이 산더미야. 주소, 연락처, 메일은 기본이고 주민등록번호까지 요구하더라고. 뭐, 여기까진 이해해. 근데 집계약문서 사본마저 내라는 건 대체 무슨 심보냐? 사는 장소를 증명해야 된다고 전세계약서를 달래. 맙소사.
여하튼. 입 털고 났더니 어느새 우울한 공기가 싹 가셨어. 캬하하! 고맙다. (...) 이 기세로 남은 물건도 털어내야지. 그래서 이 놈의 “방 빼” 공포증에서 벗어나야지! 과연 난 안정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정부는 주거안정, 기본주택 보장하라! (갑자기!) 끼요옷!
술 먹고 한껏 취한 김에 답변 달자면
처음 본 마이피고 제정신도 아니라 솔직히 내용은 완전히 다 이해 못 하겠어서 제목과 대략적인 내용만 봤는데
비우기보다 넓히기라 중고 털어내기와 방빼 공포증과 행복찾기라... 미지의 여성과의 조우라 ㅋㅋ
야 이거 너무 이해가 돼서 이해하고 싶지 않을 정도인데 ㅋ 몇몇 단어들이 너무 감명깊어서 취중이지만 댓글 남겨볼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함부로 비우지 말라는 거야 지금 비운 걸 나중에 되찾고 싶을 때는 정말로 어렵거든
가끔 너무 쉽게 내가 가진 것을 낮게 보고 버리려고 할 때가 있는데 말이지
지금 가진 게 얼핏 보잘것없이 보여도 절대 그렇지 않아 그 하나하나가 내 인생의 피와 살이었을 테니까
미니멀리즘이라고? 인생은 결코 축약할 수 없어 내가 시간을 보냈던 방구석에 쌓인 먼지 한 톨도 의미가 다 있다
나의 반짝이는 한 순간들을 위해 쏟은 시간은 전부 틀리지 않았고 모두가 다 의미가 있어!
그 모든 한 톨 한 톨들을 모두 소중하게 여기는 게 취미의 본질이라고
우리는 틀리지 않았어 다만 우리의 공간이 좁았을 뿐이고 우리의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다
아무것도 마음속에서는 버리지 마 우리는 모두 빛나는 사람이었고 그 안에서의 모든 순간 모든 물건들은 다 값진 것이었다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너무 취해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