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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되기까지 D -1
제군들. 고백의 순간이 왔다. (...?) 이 몸, 코로나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
금요일부터 몸이 안 좋았어. 몸이 무겁고, 코가 막히고, 그러다 토요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콧물이 윤활유마냥 끊임없이 흘러내렸지. (...) 감각적으로 딱 느낌이 오더라. “걸렸구나.” 하!
그럼에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어. 최소 머리는 아프지 않았거든? 음식 섭취도 원활했고 말야. 그런데 일요일, 두둥탁! 아침에 깨어났더니 “폐”가 아픈 거야, 지쟈스! (...) 이렇게 죽을 수 없다는 각오로, 오늘 아침에 당장 집 근처 선별진료소로 출동했다.
아침임에도 선별진료소에는 인파로 가득했어. 사회적 거리두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장사진.. 돌아가고 싶었다. 허나, 살면서 한번쯤은 코로나 검사 받아보는 것도 괜찮잖아? (...) 안내에 따라 처음 들린 곳은 자가진단 신속항원검사장이었어. 간단한 신분조사에 들어가는데, 어후.
네이버, 카카오 따위 쓰지 않는 내겐 전혀 간단한 절차가 아니었다! 카톡 안 쓰는 사람은 어떻게 하라고! (...) 내 동의도 없이 데이터 써가며 100메가 카카오앱을 받아버리는데, 아니 선생님! 전 한달 무료 데이터 200메가 짜리 요금제를 사용한단 말이에요! 내가 속이 터져서 진짜! (...) ..선별진료소에서 정보 빈부 격차 제대로 느끼고 갑니다. 끄응.
이후 방치 수준에 가까운 대우를 하는데, 말 그대로 “자가진단”에 모든 걸 맡긴 거 있지. 책상에 붙어있는 안내에 따라 네가 알아서 잘 해보세요. 끄응.. 아무리 공짜라지만,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
그래도 어쩔 수 있나. 지시사항 충분히 읽어가며, 양쪽 코에 면봉을 적시고, 시약에 넣고, 검사지에 또로록 붓고, 30초 지났을까? 두 줄 쫙쫙! 코로나 양성입니다! 그때서야 선생님들이 날 좀 챙겨주더라. 갑자기 손소독제를 발라주질 않나, 비닐에 검사지를 밀봉하질 않나, 앙! (...)
그렇게 PCR 검사 자격을 얻고 나서야 거대한 대기 줄에 합류할 수 있었어. ..참, 난 마스크 안이 콧물 홍수로 가득한데, 기침이 40초 간격으로 튀는데, 이상하지. 다른 분들은 너무 멀쩡하신 거야. 누구하나 코훌쩍이는 소리조차 내지 않았어. ..뭐지? 이 분들은 증상도 없는데 여기서 왜 시간낭비하고 있는 거야?.. 속으로만 물음표 백만 개 날렸다. (...)
아무튼. 장장 40분 기다린 끝에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어. 검사 시간 단 10초! 콧구멍에 면봉 푹 꽂아 넣고 끝! 허무하기까지 하더라. 결과는 다음날 오후에나 문자로 통보해 준대. 헤에? 그럼 통보받기 전까지는요? 막 싸돌아 다녀도 되는 거죠? (아니지!)
응, 어쩔. 억울하면 동선 추적하시던가! (짝!) 이때 느꼈어. ..아하, 정부에서도 이젠 코로나를 만만하게 보는구나. 그럼 나도 별 걱정할 필요가 없구나.. 옆에서 검사 안 받겠다고 울고불고 짜는 아이 소리에도 맘이 평안했어. (...)
그래서 이왕 외출한 김에 여러 군데 쏴 다녔지. (미친놈아!) 닥쳐! 생필품은 사 들고 가야 할 거 아냐! 마트 들려서 제로 펩시 사고, LG 베스트샵 가서 아이폰 구경하고 (야!), 피자 1번가에서 고구마 피자 주문하고 (이 자식이!) 워워! 피자는 엄마 심부름이었다고! 지금 내게 코로나 때문에 불효자가 되라는 소린가! (쩍!)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선동과 과장이었습니다..
후우.. 나 그렇게 사회윤리 망각한 인간 아니다.. (...) 단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 마스크 틈새를 풀긴 했어. (뭔 소리야!) 하! 길빵하는 호루라기들 앞에서 날숨 힘차게 내뱉었지, 캬하하! (야!) 응, 난 아무 죄책감 안 느껴. 그 자리에서 사시미 안 꺼낸 걸 다행인 줄로 알아! (미친놈) ..길에서 담배 빠는 분들, 하루 빨리 극락왕생 당하기길 바랍니다. 오로나민타불, 에이맨! (짝!)
여하튼. PCR 결과는 내일! 기대하시라! (어휴)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글 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