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
/
백수는 오미크론이 사랑스럽다
히히히! 낄낄낄! (...) 이 몸, 코로나 PCR 검사, 양성! 일주일간 자가 격리 모드에 들어갑니다. 끼요옷! (...) ..참고로 격리 와 중에도 칼린쇼는 계속합니다. 쭈욱! (...)
오늘 오후 2시 넘어서 문자로 확진 통보가 왔어. a4 용지 한 장 분량에 지시사항을 한 줄로 정리하면 딱 이거야. 너님은 오늘부터 13일까지 집 안에 처박혀 있으세요. 끝! ..이 간략한 지시사항에 안도감을 넘어 허무함마저 밀려오더라..
너무한 거 아니냐? 코로나 초기 때는 전자발찌마냥 행동거지 일일이 조사했다면서? 그에 반해 지금은 방치 수준이잖아. 내가 방구석에 머물지, 아니면 마트와 시장통을 쏴 돌아다닐지, 관리 감독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나, 관심받고 싶었는데! (...) 에라이 이렇게 된 거 해운대, 광안리, 자갈치, 서면을 누빌 테다! (퍽!) ..라고 아주 잠시나마 발끈해 봅니다. 끄응. (...) 내 양심을 걸고 히키코모리 생활 누릴 테니 걱정 마시라. (...)
나로 인해 가족들도 불편 겪을 상황에 처했어. 나랑 사회적 거리 두기는 기본이고, 의무는 아니지만 가족 또한 PCR 검사를 3일 이내에 받으래. 참, 이래저래 불효막심이구나.. (...)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만큼은 난 불효자가 아니야. (..?) 훗, 과연 우리 가족 중에 내가 최초 감염원이었을까? 아니! 감염 증세는 엄마가 제일 먼저 보였다고! 성당 아주머니들이랑 이 시국에 놀러 다닐 때부터! 아주머니 무리에서 확진자 나왔을 때부터! (...)
아무튼. 자가 격리라 해봤자 내겐 너무 평범한 일상이야. 알잖아. 내가 밖을 나돌아 다니길 좋아하나, 그렇다고 어디 번듯한 정규직 직장에 출퇴근을 하길 하나, 앙? (...) 차라리 코로나 걸려서 잘 됐어. (..?) 들어는 보셨나. 코로나 생활지원비! 1인 기준 하루 생활지원비 3만 4910원! 7일이면 무려 24만 5천 원 가량! (...) 전국의 200만 백수들이여! 코로나를 세종대왕님 뵙듯 맞이할 지어니! 걸려서 인간답게 살아보자! (미친놈아!)
닥쳐! 니들이 백수의 설움을 알아! (짝!) ..그 많고 많은 정부 지원정책 중에 백수를 위한 손길은 어디에도 없어! 그나마 코로나 생활지원비가 다야! 그러니, 죽자 살자 타가야지.. 몸 좀 아프면 어때. 통장에 박히는 금액에 마음은 절로 하늘을 나는 걸.. 백수들, 인정? (...)
백수를 위한 나라는 없다. 정말이야.. 가령, 최근 뜨거웠던 “청년희망적금”을 예로 들어보자고. 매달 50만원 씩 2년간 적금을 부으면, 이자로 약 100만원을 돌려주는 제도야. 정확히는, 2년간 총 납입액 1200만원, 만기 시 수령액 1298만 5천원. 이자수입 98만 5천원, 이해했지? (그래)
이 쏠쏠한 지원책에 우리 백수는 신청조차 할 수 없어. 백수에게는 소득을 증명할 자료 자체가 없으니까! 우리한테 21년도 총급여니, 종합소득금액이니, 뭐가 있겠어. (...) 후우... 괜히 소외감이 샘솟아. 백수들이 제일 불쌍한 종족인데, 지원을 할 거면 백수들부터 챙겨줘야 할 터인데, 아잇! 이런 맹꽁이 소갈딱지 불평이 터져 나오는 걸 어떡해.. 끄응. 이런 소인배적인 내 자신이 너무 싫다.. (...)
그러니! 국가는 차별 없는 지원책을 내 주시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지원책! 마치 코로나 생활지원금처럼! (...) 얼마나 좋게요. 격리자 타이틀만 따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생활비 지원받을 수 있잖아! 이것이 공정! 정의! (...)
아참, 가장 중요한 대목을 빼먹을 뻔 했네. 코로나 유급휴가비니, 생활지원비 또한 뭐를 해야 받을 수 있다? (..?) 바로 “신청”을 해야 받을 수 있다! 신청, 신청! 신청!! 부디 잊지 말고 지원금 받으시길 기원 드리면서.
아리가또요, 오미크론 짱~ 하악하악 에이취!
전 격리하고 있는데 노부모님께 진짜 너무 미안한데; 이 나이먹고 결혼도 안하고 얹혀사는데 코로나까지 걸려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