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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련에서 구하소서
경건한 일요일, 전혀 경건하지 못한 얘기를 풀어보실까! (...) 한 달 전이었어. 허리 통증 때문에 병원에 갔었거든? 여지없이 아침부터 대기줄 향연에 한없이 기다리고 있을 즈음, 내 눈을 사로잡는 신문조각을 발견했다.
가톨릭신문. “장애인으로 살게 하신 하느님 뜻”... 흐음. 브라보, 편집장! 당신을 어그로 만렙에 임명합니다! (...) .,.아니, 어떻게 장애인으로 살게 하신 것이 하느님 뜻이 될 수 있냐? 그딴 놈이 신이냐! 어! (짝!) 억한 심정이 여과 없이 튀어나오는 걸 어떡해! (...)
후우.. 펀쿨섹.. 여기서 잠깐. 오해하실라. 기사의 주인공, 이재순 씨를 깔 생각은 0.0001도 없어. 그 분의 신념에 대해 내가 뭐라 할 자격이 있겠어, 단지, 해당 소재를 지극히 순종적으로 해석한 가톨릭신문 기자와 데스크가 원망스러울 뿐이야. .,.잠깐, 언론이 자기 관점에 따라 기사 쓰는 건 당연하잖아! 이걸 두고 내가 왈가불가 할 수 있는 사안이잖아! ..끄응. 어렵다. (..)
아잇! 다 존중합니다! 그러니 이번엔 내 차례! 내 생각을 흐르는 물처럼 들어주길 바래. 오케이? (...) ..난, 신의 시련이니, 이게 다 너 잘되라고 내리는 고통이라느니, 달갑게 보지 않는 사람이야. 하물며 장애는 이 무슨 불신분자 같은 굴레냐.
어쩔 때는 신과 악당이 하나고, 천국과 지옥 또한 한 몸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어. 이를테면, 신의 아들인 예수님마저 이렇게 기도드리잖아. 하나님 아버지, 저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 말은 뭐다? 온갖 욕망과 탐욕 또한 그 분!이 내리신 거다. 악에서 구할 생각은 않고, 굳이 유리병 속 실험체마냥 우리를 이리저리 테스트 해 보신다! 인정? (짝!)
..성장통을 주실 거면, 그 아픔을 능히 이겨낼 힘도 주셨어야지! 정신력, 체력, 호르몬, 그리고 재력을! ..내 시험에 통과한 자만이 구원 받고 행복을 누릴 것이다, 이런 적자생존 자본주의 논리를 거들먹거리는 신이 무슨 소용이람! (...)
내가 이렇게 떠든다 한들 그분은 귀 하나 깜짝 하지 않아. 장담해! 그분은 자신의 아들조차 십자가에 못 박아버리는 분이니까! 자신의 원대한 계획을 위해서라면! 정말, 무서운 분이다. 정말 악독한 정치인 뺨친다. 이방원은 저리가라야. 하! (...)
후... 워워... 요새 내가 많이 힘들었나 봐. 절대자를 향한 원망이 하늘을 찌르네.. 마치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댄 중위처럼, 하나님과 한 판 박 터지게 싸우고 싶어서 온 정신이 근질근질해. (...) ..그래도 이번만큼은 내 이야기가 설득력 있지 않았어? (...)
아무튼. 이재순 씨를 비롯하여 우리 모두에게 건강과 사랑과 평화와 행복만이 가득하길 기도드리면서, 에이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