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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는 목련을 먹는다
요오, 부산에는 황사 가득한 봄이 찾아왔어. 몇몇 볕 잘 드는 곳에는 벚꽃이 스멀스멀 피었더라고. 목련이며 동백은 만개했고 말야. 근 1달 만에 카메라 들고 거리로 나갔어.
잠깐 카메라 장비 얘기를 풀자면 (하지 마!) ..워워! 오늘 주제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내가 쓰는 기기를 소개해야 한다고. (...) 짠! 소니 RX10 마크4! 24mm 광각부터 600mm 초망원까지 아우르는 독특한 사진기야. 얘만 있으면 웬만한 건 다 찍을 수 있어. 멀리 고양이, 개, 비키니, 불륜현장까지, 앙? (짝!) ..농담입니다.
망원하면 단연 새 사진이지. 딴엔 나도 짹짹 소리를 단서 삼아 찍어봤지. 참새, 까마귀, 까치, 박새, 등등. 그러다 내 눈에 들어온 장면이 바로!
직박구리 무리가 붉은 목련을 아작 내는 모습이었다. (...) 4마리가 토독토독 꽃잎을 쪼기 시작하자 남아나는 게 없더라. 그 순간 내 안에 식물사랑이 움찔됐어. 저놈들이! 예쁜 봄꽃 다 망치네! 직박구리는 나의 원수! (...)
..이상하지. 지금껏 내가 적수로 생각했던 들짐승은 고양이 뿐이었거든? 캣맘, 캣대디 보살핌에 무럭무럭 생태계를 학살하니까. 그런데 오늘만큼은 고양이가 아군처럼 느껴졌어.. 저 직박구리들을 처단해 줄 상위 포식자, 고양이! (...)
아아, 어쩌면 좋냐. 유튜버 “새덕후” 님으로부터 전수받은 지식이 모조리 부정당하는 기분이야.. 잠깐, 난 왜 여태껏 고양이보다 새를 더 아껴야 할 대상으로 바라봤지? 멸종위기라서? 참새니 직박구리는 널렸잖아? 아닌가? (...) ..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그렇다면 새에게도 먹이를 주지 마시오. ...끄악! 대뇌 과부하! (...)
정말, 노자 선생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 “천지불인”! 천지는 인자하지 않으니, 그 속에는 옳고 그른 또한 없다! (그런 뜻 아닌데!) ..거 대충 넘어갑시다! 에헴. (...) 어쨌든. 고양이를 멸시했던 내 자신을 반성했어.. 그렇다고 이제부터 고양이에게 사료를 먹이고, 우쭈쭈 할 거란 뜻은 아냐. 여전히 난 길고양이를 좋게 보지 않는다! 다만, 이전처럼 다른 생명보다 하찮은 존재로 보지는 않겠다! ..내 각오, 무슨 뜻인지 이해했지? (아니) 끄응..
내 사상을 인간계로까지 확대시켜 보자고. 그럼 우리 인간이 유독 존귀한 존재로 추앙받아야 할 이유가 있나? (..) 없어. 오히려 지구 생명체에게 미치는 해악질로 따지자면, 인간이야말로 멸절 1순위야. 인정? (...) 근데 우리는 고양이, 모기부터 대역 죄인으로 몰고 있으니, 이 범죄역전 세계를 어떻게 봐야 하나! (...) 어렵다. 머리가 빙빙 돈다. 아악!
미안해.. 주제에 내가 짓눌려 버렸어! (어휴) 아잇, 이렇게까지 깊이 파고들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냐. 끄응. (...)
아무튼! 오늘 결론은요! ..직박구리는 목련을 먹는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