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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에 포획되어버린 나
유튜브는 신기한 곳이야. 대뜸 나한테 일본산 멧돼지 포획 겸 요리 영상을 추천해 줬다니까.
..후우, 이게 문제였다. (..?) 어느새 멧돼지 영상만 보고 있는 나! 꾸웩 꾸웩! (...) 어쨌든, 멧돼지를 끈으로 꽁꽁 묶어서 잡는 법은 처음 봐. 다행히 나처럼 의문을 품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히 한영 자막으로 이유를 표시하더라고. “육질을 보존하기 위해, 생포한 채로 가져갑니다.“ 캬하! 이 분, 제대로 아시네! (...)
신선도뿐만 아니라, “방혈”, 그러니까 피를 뽑기에도 살아있는 녀석이 용이하거든. 피를 얼마나 잘 빼느냐에 따라 고기등급이 달라진대. 당연 심장이 아직 쿵쾅쿵쾅 뛸 때 동맥을 끊어야 피 찌꺼기 남김없이 콸콸 쏟는다, 이 말이야. (짝!) 진짜라고! 왜 꿀꿀이들 도살 들어갈 때 전기로 기절만 시키겠니? 어이! 그게 다 피 잘 뿜으라고, 어! (...)
아무튼. 멧돼지 포박 장면을 보고 있자니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 ..우선, 뭔가 묘하게 성적 페티시를 자극하지 않냐? (미친놈아!) 워워! 너님 내면에 포박이, 털박이 본능을 숨기려 하지 마! (짝!) ..죄송합니다. ..그리고, 과연 줄로 생포하는 게 인도적으로 올바른 방법인가, 고민에 빠졌어. 그냥 단칼에 목덜미를 내리치면 고통 없이 끝날 것을, 다리를 묶고, 입을 막고, 피는 안 통하고, 돼지 멱따는 소리가 산을 울리고, 끄응. (...)
여기서 잠깐, 오해하실라. 난 절대 해당 영상 올린 유튜버님을 뭐라 할 의도가 전혀 없어! 분명히 말했다, 앙? 저 분 나름대로 소신과 방법으로 생활하는데 내가 가타부타 거릴 수 없지. 다만, 나 스스로 고민하는 거야. 만약 내가 자연인으로 돌아가 멧돼지를 잡아야 할 때,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가. 두둥탁! (...)
그럼 반대로 한 방에 주님 곁으로 보내는 방식은 괜찮은가? 글쎄. 일단 미국 형님들의 무시무시한 멧돼지 처단 장면을 본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자고.
1차, 대형 덫으로 생포한 후, 2차, 덫에서 버둥거리는 녀석들을 총으로 쏴 죽인다. 흐음.. 보기엔 거시기해도, “고통의 총량”은 포승줄 방식보다 덜하지 않을까? (...) 어렵네... 아참, 멧돼지가 버둥대고, 비명이 울리고, 화약이 터지고,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영상, 너무 보지는 마. (그걸 왜 봐!) ..난 하나 둘 봤더니 계속 시청하게 되더라.. 죽음에 중독됐나 봐. (...)
아잇! 그나마 양심에 가책 덜 느끼며 도축하는 방법이야 각자 머리에 맡기기로 하고! 분위기 전환! (..)
멧돼지 하니 군대 시절 주임원사님이 떠올라. 주임원사님이 멧돼지 농장을 운영하셨걸랑. 드문드문 축사 얘기를 내게 말씀해 주셨어. 그 중 단연 최고의 주제는, 집돼지 VS 멧돼지,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기는가! (...) 여러분은 어느 놈이 이긴다고 생각해? (..)
난 야생의 부름을 받은 멧돼지가 압도적으로 이길 줄 알았어. 근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집돼지의 압승! ..그래, 자고로 싸움은 체급이 99.9%! 극한의 품질개량, 넉넉한 사육환경,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린 집돼지를 이기기란 쉽지 않지. ..후우, 멧돼지는 상대가 안 된대. 합사라도 하면 멧돼지 수컷은 구석에 처박혀 있다나 뭐라나.. 내 맘까지 안타깝다.. (...)
여하튼 그래서, 주임원사님 덕에 멧돼지 고기는 먹어 봤냐? 그게, 못 먹어봤다! 왜, 멧돼지 고기는 비린내가 심하다잖아? 순대조차 내장은 쏙 빼고 먹는 나로선 범접하기 힘든 분야였어. (...) 참.. 아쉬운 걸! 왜 먹어보지도 않고 포기했을까. 그때의 아쉬움을 역시나 유튜브로나마 채울게.
키야, 최고다! 야심한 밤중에 침샘 테러! (...) 허나, 난 알아.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법은 없다! 당신은 저 염통 향기를 극복할 자신이 있는가! 캬하하! (...) 홍어마냥 첫 단추만 적응하면 된다는데, 그럼 돼지부속구이만큼 맛있는 부위도 없다는데, 참... 도전해 볼 용자는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을 찾아가 보시라.
이상, 멧돼지 고기도 못 먹어 본 놈이 털어 본 멧돼지 이야기였어. 꾸웩꾸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