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강요하고 싶은 게임
어린이날 100주년! 캬하! 우리 방구석 모쏠들과는 180도 상관없는 날이군! (...) 하지만 괜찮아. 우리 정신연령은 언제고 10세 일 테니까! 이런 10세! (짝!)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그에 걸맞은 주제 가져왔어. 바로, 장난감! 게임!
우선 장난감부터, 아아.. 어렸을 땐 몰랐어. 장난감이 장난이 아니란 걸! 부모님 등골 휘게 만들 정도의 위력! 이 비극을 계속 이어가야 할까? 천만에! 이제 개혁해야 한다! 중국 성님들께서 값싸게 만들어주신 제품으로 가즈아! (짝!) ..진심이야. 세상 모든 사람이 정품 레고를 살 순 없다고.. 비싸니까..
품질 좀 떨어지면 어때. 가격이 모든 걸 용서해 줍니다. 이따만한 포뮬러카 블록이 단돈 42달러! 요즘 1300원대 미친 환율을 감안해도 6만원을 안 넘어. 캬하! 따꺼! (...) 더욱이, 애들은 아직 레고 정품을 가질 자격이 없어. (어린이 무시하네!) 무시가 아니라 진실을 말한 거다! 여러분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려 봐! ..그때 선물 받았던 레고를 박스째 그대로 고이 보관했다면, 아아, 지금 얼마겠니! 프리미엄 쫙쫙 붙어서 아주 그냥! (...) ..레고는 장난감이 아닙니다. 소장품입니다. 흑흑.. (...)
슬픈 장난감 얘기는 여기까지. 다음, 게임! 아이들에겐 세심한 게임이 필요해. 일단 시간 갈아 넣는 게임 안 되고, 돈 갈아 넣는 게임은 더더욱 안 되고, 이벤트 경쟁 있어도 안 되고, 롤처럼 혼돈의 패드립이 난무하는 게임도 안 되고, 성장기 아동 건강을 망칠 마인크래프트도 안 되고!
(마크가 어때서?) 조박만한 폰으로 어두운 3D 광산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애들 보고 있노라면, 내 눈깔까지 터져버리는 것 같아! 마크, 절대 안 돼! (...) 아니, 폰으로 게임을 구동 시키는 것 자체가 안 돼! 최소 태블릿 이상! 태블릿은 돼야 아이 시력 안 다치지, 에헴. (...) 게다가 폰은 통제하기가 어렵잖아. 이상한 거 하다 주머니에 쏙! 뒤로 가기 쏙쏙! 어후! (...)
여하튼. 내 친히 아동 게임 걸작선을 뽑아봤어. 내 자식에게, 자식 볼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하지만, 가상의 자식에게! 추천하기 망설임 없는 게임! 그 첫 번째, 슬레이 더 스파이어!
뽑기 없는 카드 게임! 정교한 시스템! 개성 넘치는 캐릭터! 좋아, 아주 좋아. 딱 한 가지 우려되는 점, 인생은 운99 기1 이란 걸 애한테 너무 일찍 깨우치지 않을까 걱정이야. 성공하려면 노력은 기본이고, 거기에 한탕이 더해져야 한다, 앙? (...) 뭐, 그래도 현실 한탕 가챠게임들에 비하면 초혜자 게임인건 분명하니까! 강추!
다음, 최고의 힐링? 힐링 게임. 스타듀밸리!
글쎄다. 난 어른이어서 그런가? 전혀 힐링하며 이 게임을 즐기지 못 했어. 계절별 가장 산출 높은 식물만 대량 재배하고, 주울 수 있는 재료란 재료는 다 수집하고, 그러면서 호감도작이니 이벤트 대비하고, 슬쩍 사막 카지노에서 대박 노리고, 1년 365일 아침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꼬박꼬박 일했지. 결국 강박증을 견딜 수 없어 그만뒀어.. 아이도 나랑 똑같은 증상을 겪으면 어쩌지? (..,)
난 왜 사랑과 전원생활만 가득한 게임에서 회사원의 애환을 느꼈는가! 그것은 바로, 시간! (시간?) 그래, 시간. 스타듀밸리에선 자동으로 시간이 흐르걸랑. 이게, 정말, 한 평생 경쟁사회서 성장한 나로선 두고 볼 수 없는 요소였어.. 끄응.. 순수한 아이는 나랑 다르게 해석할까? 제작자의 의도처럼 느긋하게? (...) 아! 이렇게 고민할 시간에 그냥 시간 정지 모드를 깔면 되겠구나! 무한한 시간 속에 자유를 얻었습니다! 끼요옷!
다음, 세계지리 조기교육서, 대항해시대4 위드 파워업키트 HD 버젼!
유익하면서 재밌다! 그럼 역시나 우려되는 점만 간추려보실까. 일단, 남캐가 너무 미려해. 살짝 쇼타끼마저 풍겨. (..) 반면 여캐들은 누님 대장부야. 호오, 아이가 너무 일찍 새로운 정체성에 눈 뜰 것 같은데!(짝!) ..농담 아닙니다. (짝!)
그리고, 이게 진짜 걱정인데, 대항해시대 최종 콘텐츠가 “자본수탈”을 통한 “건물주의 삶”이걸랑. (뭔 소리야!) 워워, 대항 해 본 사람은 공감할걸. 도시를 사들이고, 경쟁자들은 쪼그라뜨려서 자기 산하에 두고, 무한히 상납금 타먹는 구조! (...) 그 돈으로 세계 일주나 보물 찾으러 다니는 삶! ..딱 건물주님이잖아? (..짝!) 워워! 건물주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난 애한테 물려줄 건물이 없어요! 그런데 괜히 아이 가슴만 불려놓으면 쓰겠어? (...)
자, 다음, 마지막으로, 내 인생 게임, 파이널판타지 X, X-2 HD 리마스터! (야!)
파판은 어디 우려되는 요소가 없다. 음탕한 장면 없지, 사행성 없지, 잘못된 자본주의 사상에 접어들 우려 없지, 하! (...) ..그, 제목그대로 마지막 환상이야. 아이에게 있어 그때밖에 누릴 수 없는 환상.. 감수성 충만할 때 이런 걸작을 해야 된다, 이 말이야! (...)
..엇? 잠깐만. 우주 걸작 파판 X, X-2에도 불안요소가 있구나! (..?) 만약 아들이 유우나 짱을 사랑하게 되면 어떡해.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같은 여성을 사랑하(짝!) .,.뭐, 괜찮아. 아들이 X버전을 사랑하면, 난 X-2 버전 유우나를 사모하면 그만이야. (미친놈)
아무튼. 어린이날. 세계 모든 어린이가 게임 1편은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원하면서, 사랑 평화 풍요 가득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