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R 조용히 듣기<-meta />
ASMR. 오토노모우스 센서리 메레디안 리스폰스. 어려운 한자말로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을 아십니까! (...) 이 몸은 ASMR을 엄청나게 들었다. 매일 잘 때마다, 1년 365일! (...) 모쏠 동정남이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안식처랄까! (미친놈)
내 사랑 ASMR.. 그러나 이제 작별을 고할 때가 된 것 같아.. (..?) 최근 내가 잠만 잤다 하면 머리가 아팠거든. 코가 막히고, 어깨가 무겁고, 머리는 띵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어젯밤에는 우뇌 전두엽이 너무 욱신거린 나머지, 급기야 귀에 이어폰 꼽는 것조차 거슬렸어. 그래서 ASMR을 못 들었지.
걱정이 많았어. 자장가처럼 듣던 ASMR을 상실한 채, 난 과연 숙면에 빠질 수 있을 것인가! ..는 전혀 걱정할 필요 없었고요! 이어폰 빼자마자 무아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뭔 소리야!) ..푹 잤다는 소리다! 뒤척임 없이, 황혼부터 새벽까지, 쭉! (...) 아침 6시 15분에 눈을 떴어. 옥상 너머로 지저귀는 참새소리, 습기 가득한 목구멍, 그 어디 하나 이상 없는 머리통, 가벼운 발걸음, 그렇다! 몇 년 만에 맞이한 상쾌한 아침! 키햐! (...)
놀라웠다. 이게 잠이구나, 진짜 잠! 뼈저리게 느꼈지. ..그리고, 여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없었던 원인을 물색하기 시작했어. 난 왜 숙면에 빠지지 못 했는가! 그것은 바로, 밤마다 귓가를 울렸던 ASMR 때문 아니었을까! 어이! (..,) 하긴, ASMR 듣는다고 밤새 귓구멍을 스피커 판으로 막아 놨으니, 좋을 리가 있나. (...)
게다가, 나, 귀가 점점 둔감해진다는 걸 살벌하게 체험했지 뭐야. (...?) ASMR 듣기 시작한 이래 1년 즈음까진 공간감 장난 아니었거든? 현실과 구별을 할 수 없었어! 그녀의 혀 놀림이 내 귓바퀴를 진짜 감싸는 것 같았다고! (짝!) ..그런데 지금은, 촉이 오지 않아! 한 발 뺀 거시기 마냥 감도 제로! (짝!)
흑흑... 늙은 걸까? (짝!) 아잇! 농담 아닙니다! 귀도 늙는대! (당연하지!) ..그, 미안하다. 난 이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어휴) ..나이가 들수록 가청주파수가 떨어지고, 시원한 고음을 놓치고, 결국 억 단위 고음특화 서라운드 시스템을 찾아 해매는 것이, 우리네 오디오 인생이라더라.. 푸우후... (...)
어쩌면 좋냐. 몽골 초원에 부는 바람 소리, 히말라야산맥에서 떨어지는 만년설 소리, 남극빙하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사랑하는 이가 침대 위에서 행복에 겨워하는 소리, (...) 들어야 할 소리는 산더미처럼 남았는데, 내 귀는 이미 가청주파수 2만선이 깨져버렸으니 말야.. (...)
지금부터라도 청력 관리해야지., 나름 인터넷에서 귀에 좋다는 방법을 찾아봤더니, 헤에, 아주 단순하면서, 그러나 지키기는 엄청 어려운 방안이 있더라고. 그 방안이란, 작게 듣는다! 귀 건강에 직결되는 요소는 음량!
호오, 살짝 안심된다야. 내가 이어폰을 하루 종일 귀에 꼽아놓긴 해도, 음량만큼은 작게 듣는 편이거든! (그걸 자랑이라고!) 자랑이지! LG폰 하이파이쿼드덱 기준, 최대 볼륨 25를 넘지 않습니다! (...) 결정적으로 난 집 밖에서는 이어폰 자체를 쓰지 않아. 고요한 방안에서나 소리를 감상해. 캬하! 장하다! 내 자신! (...)
아무튼 ASMR. 조금씩 거리를 두려 해. 매일 2시간 씩 듣는 거 1시간으로 줄이고, (...) 볼륨은 되도록 낮추고, 잘 때는 귀에 이어폰 꼽아두는 행위는 삼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숙면을 되찾을 수 있겠지? 귀 건강도? (...) ..잠깐, 오늘 떠든 내용은 순전히 제 섣부른 추론입니다. 괜한 ASMR 유튜버들한테 불똥 튈라 걱정되네, 끄응.. (...)
분명히 밝힙니다! ASMR 유튜버님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더 촉촉하고 멜랑콜리하게 속삭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