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스러운 아이 기르기<-meta />
오늘 식당에서 말세적인 장면을 목격했어. 9살 정도 먹은 애가 반찬투정을 하는 거야. 옆에서 어머니는 먹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건강에 좋다며 사정을 하고, 참.. 보는 내가 안타깝더라.
딴엔 애한테 한 소리 하고 싶었어. ..지금이 어느 때인데! 세계적 식량난이 코앞에 왔건만, 뭐? 코다리 조림은 싫어요? 이런 불효막심한 꼬꼬마 자식이! 콱마! (...) 물론 속으로만 훈계한 거 아시죠? 남의 자식 일에 외간 남자가 무슨 참견을 할까. 더구나, 나 또한 코다리 조림은 차마 다 못 먹겠더라. (짝!)
아무튼. 요즘은 구청에서 아이들에게 “영양교육”이란 거 까지 한 대. 왜 편식이 나쁜지, 영양학적으로 가르친다나? 글쎄다. 과연 아이들한테 그런 고차원적 논리가 통할까? (짝!) 어린이 비하 죄송합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릴 때는 편식이 심했어. 달고 짜고 기름진 거만 주구장창 포식했지. 김치? 먹지 않습니다! 그러다, 나이가 먹고, 노화가 찾아오고, 어느새 웬만하면 다 처먹는 인간으로 성장했다, 이 말이야. (코다리 남겼으면서!)
어허! 코다리는 하필 내 입맛과 상극이라 어쩔 수 없이 남겼다! 내가 해산물 비린 거에 쥐약이란 말야. (코다리 조림이 뭐가 비리다고!) 모르는 소리! 뼈와 살 사이 미세한 바다향이 미각을 찌른다고! 우웩! (...) 참고로 저는 그 불끈거리는 장어구이 또한 못 먹습니다. 비려서! 우우웩 (짝!)
여하튼. 어폐류, 내장류를 제외하곤 다 처먹을 자신 있어! 내 잔반율은 1% 미만이다! (...) 난 어떻게 편식아동에서 잡식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느냐? 흐음.. “경제”관념에 눈을 뜨면서부터 변화가 생긴 것 같아. (?)
단순해. 음식은 돈이고, 버리는 건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고, 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기시 할 행동이기 때문에, 나는 편식을 그만뒀다, 그 말이야! (...) 금권 만능주의 교육이 이렇게 다재다능합니다. 에헴.
예를 들어 상추, 어릴 땐 정말 싫어했어. 근데 요즘은, 어후, 저 상추 1장이 얼마짜리야! 신선한 채소는 고기보다 더 비싼 법! 한계효용 따져가며 사정없이 상추를 들이켜. (...) 또, 좀 전에 내가 비린 거 질색이라 그랬지? 그럼에도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넘기는 해산물이 있어요. 바로, 명란젓! 도톰한 옥돔! 얘들 가격을 생각하면 없던 위장마저 늘려야 된다고! 뷔페에서 이 녀석들과 마주친다? 다른 반찬은 무시하고, 오직 이것들만 한가득 집!(진상놈!) ..훗, 진상이지만 개이득이죠? 사장님 눈물 흘리시죠. (짝!)
다음, 내가 편식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 ..엄마가 아닌, 다른 아주머니의 손맛을 느꼈기 때문이다! (뭔 소리야!) 애들 편식은 부모님 요리 실력에 비례한다는 소리다! (짝!) ..난 김치찌개가 맛있을 수 있다는 걸 20살 넘어서야 알았어.. 그, 우리 엄마는 김치찌개 끓일 때 항상 묵어도 너무 묵은, 버리기 직전 김치만 썼거든.. 집안이 온통 유산균 죽어가는 냄새로 가득했지. (...) ..그런데 친구 어머니 김치찌개는, 오우야.. (...) 엄마, 미안해!
그러니, 부모님들이여! 최우선 순위를 맛에 두십시오! 건강식이라며 올라온 산나물뿌리는 어른이들조차 거르는데, 하물며 순진무구한 어린이가 그걸 먹겠습니까? (..) 야채를 안 먹으면 우선 튀기십시오! 그래도 안 먹으면 소스에 설탕을 퍼 부으십시오! 더 많은 지방! (...) 주의사항, 전 여러분의 아이들이 초고도비만이 되든 말든 책임지지 않습니다. (짝!)
음식얘기 했더니 괜히 출출하네... 끝으로 야채튀김 영상 보면서 이번 화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