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무더운 일요일 밤이네. 부산은 슬슬 습한 기운이 올라와. 밤공기마저 후텁지근하다야. 벌써부터 만사가 귀찮아. 늘어난 불알마냥 온 몸이 축 쳐져. 푸후. (...)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심신의 안정이나 찾아보실까! 잠시 소란을 멈추고 소리에 집중해 주십시오.
아이 좋아. 가죽 두드리는 망치 소리. 코르크 깔창 갈아내는 소리, 감미롭다. (...) ..전에 말했었나? 한 때는 구두 만드는 일이 꿈이었어. 세상 걱정 없이, 그저 홀로 오롯이 가죽과 대화하는 일, 멋지잖아!
어디보자. 다음 소리는... 아하! 성당 종소리.
요즘은 종소리를 듣기 힘들더라고. 점점 안 치는 추세일까? (...) 하긴, 우리네야 멀리서 은은하게 퍼지는 소리를 듣지, 코앞에서 종을 쳐야 하는 분은 귀가 떨어지겠다.
이번에는 장비병 환자의 선택, 카메라 셔터 소리.
개인적으로는 파나소닉 S1R 셔터음이 가장 끌려. 투박하면서 우렁찬 매력이 넘치네. (...) 뭐, 기계적 완성도만 따지자면 조용하고 충격이 덜한 셔터가 제일 뛰어날 거야. 허나, 난 완성도보다는 “감성”을 택하겠어. 사그락, 찰칵, 파박. (...) ..기계식 셔터음 또한 종소리처럼 점차 사라지는 추세야. 앞으로 나올 카메라는 전자셔터만 달고 나올 예정이거든. 이제 셔터음은 스피커에서 인공적으로 재생되겠지.
장비충의 한탄은 그만, 다음엔 근본, 빗소리.
가슴의 울분을 조용히 씻겨 내려주는 듯하다. 큭. ..어렸을 땐 비를 엄청 좋아했었다? 근데 어른이 되고부터는 점점 귀찮아지더라고. 우산 챙겨야지, 신발 젖지, 참... 난 다시 동심으로 돌아갈래! 비야 내려라! 마른 대지를 적셔라! 신발 좀 젖으면 어때! 토도독! (...)
이상. 평온한 소리를 들으신 소감은 어떠십니까. 괜찮았습니까? (...) 그러고 보니 여태 들은 소리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부딪히며 나는 소리구나. 호오.. 그렇다면 “그” 소리를 빼놓을 수 없지. (?) 우리는 결코 실체를 들을 수 없는 소리, 바로, 떡치는 소리 들으면서 오늘 쇼를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