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맨<-meta />
어.. 선생님, 여긴 어디죠? 난 누구? (...) 카악! 하루 종일 방 정리를 했더니 정신이 몽롱해! 잠이 쏟아져! (...) 내가 온전한 하루를 날려가며 정리한 대상은 바로, 카메라 장비! (드디어 카메라에서 손 떼는 거야?) 아니! 몇몇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장비들을 중고장터에 내놨어.
그 첫 번째가 삼각대! 3대의 삼각대 중 1대를 처분하기로 결심했다. (무슨 삼각대가 3대씩이나!) 일반인 여러분 시각에선 이해가 안 되실 거야. 허나! 장비인생에 발 딛는 순간 삼각대는 기본 네다섯 개가 기본이라고. 미니 삼각대, 여행용 삼각대, 주력 삼각대, 대형 삼각대, 조명삼각대, 보조 삼각대, 끝도 없어! (미친놈) ..흑흑, 내 말이 그 말이다.
나도 한 장비하는 인간으로서 미니, 중형, 대형 3종 삼각대를 갖췄걸랑. 돈 많이 깨졌지. (얼마나?) 3자리 넘는다.. (어휴) 이렇게 용돈 써 가며, 머리 굴려가며, 쇼핑몰 세일 쿠폰 구걸해가며 지른 삼각대건만, 어처구니없게도 쓰질 않아! 귀찮아! 그 무거운 걸 들고나갈 생각하면 어깨근육이 신경적으로 결려! (...)
직접 통계를 내 봤어. 지난 1년간 미니 삼각대 사용횟수, 단 1회! 중형 삼각대 또한 단 1회! 하아... 내 사진 취향 자체가 삼각대랑은 멀어. 풍경 찍는 걸 좋아하길 하나, 장노출을 선호하길 하나. 이런 놈이 삼각대를 질렀으니 장롱에서 묵히기만 할 수 밖에! (..) 그래서, 이번 기회에 소형, 중형과는 작별하기로 했어. 나보다 더 좋은 주인 만나야지. 삼각대의 진가를 발휘해 줄 분들 말야. (..대형은?) 역설적이게도 대형은 매일 쓰고 있다? 아령 대용으로 이 만한 녀석이 없걸랑. 핫둘셋넷. (...)
다음, 두 번째. 플래시 및 부수장비, 정리했다. (사진 찍는 놈이 플래시를 정리해?) 아잇! 어쩔 수가 없어! 삼각대보다 더 무지막지하게 무거운 녀석이 플래시, 스트로보라고!
자, 플래시의 대가 권학봉 센세 촬영장면을 봐봐. 모델 그레이스님만 쳐다보지 말고, 저 뒤에 웅장한 크기의 조명을! (...) 일반 삼각대보다 더 육중한 조명 삼각대, 그 위에 집채만 한 소프트박스를 달아야 해. 거기다 반대편 보조광원까지 신경 써야 하고, 지쟈스! 이런 작업을 나 같은 고독한 장비가가 감당할 수 있겠니? 절대 못 한다! (할 수 있어!) 없어! 누구 허리 부러지는 꼴 보고 싶나! (짝!)
물론 플래시만 달랑 들고 다니는 거야 할 수 있지. 허나 그래서는 부드럽고 뽀샤시한 광원을 얻을 수가 없거든. 조명 좀 공부해 보신 분들은 알 거야. 빛의 성격은 광원과 피사체간의 상대적 크기로 결정된다! 광원의 크기가 클수록 고급지다! 또, 빛의 방향은 태양처럼 위에서 아래로 비치는 게 우리 눈에 자연스럽다! 그러니 높다란 삼각대에 스트로보를 매달아야 한다! (...) 결국 제대로 된 조명을 치려면 당신은 죽는다! (짝!)
몰라. 내가 장비가에서 사진가로 진화한다면야 삼각대를 짊어질 용기가, 스트로보 움켜쥘 자신감이 생기겠지.. 그래, 카메라맨! 그들은 언제나 초인적인 힘을 보여줬어! 오지에서, 히말라야에서, 사막에서, 전쟁터에서, 그 무거운 카메라를 이고 주인공을 촬영하잖아!
존경합니다. 부럽습니다. 카메라맨!
하지만 난 500이 땡긴다고. 근데 쓸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