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갔던 제비<-meta />
자긴 올해 제비 둥지를 본 적이 있다, 손? (..,...) ..아무도 없을 줄은 몰랐는데... (..) 괜찮아! 요즘 같은 때 제비? 못 보는 게 당연해. 서울에선 15년째 관측조차 안 됐다니 말 다했지. 이러다 보니 기상청은 제비를 봄을 알리는 동물에서 뺀다고 하고, 끄응.. (...) 숫자로 따지면 더 놀랍다? 우리나라 제비 개체수가 20년 전 대비 5%로 줄었대.
제비가 왜 사라졌는지는 대충 느낌오지? (...) 별 이유 있겠어. 언제나처럼, 기후위기에, 서식지 파괴에, 종합적으로 인간이 미안하기 때문에 사라졌다, 그 말이야. 길고양이들에게만 원죄를 씌우기엔 우리 닌겐 탓이 너무 크다, 이 말이야! (...)
특히 “독도 바다제비”의 경우엔 변명의 여지가 없어. 100% 인간 잘못.. (..?) 일명 독도제비, 평화로운 독도에서 여름을 나고, 사랑하고, 번식하는 새지. 알도 1년에 딱 1개만 낳는대. 이렇게 알콩달콩 살아가는 녀석들에게 살인귀가 닥쳤으니, 바로 쇠무릎! (쇠무릎?) 마치 찍찍이 같은 잎줄기를 자랑하는 식물인데, 이 놈들이 새끼 바다제비를 긁고, 할퀴고,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었어..
그런데 말입니다.. 쇠무릎은 죄가 없어요! 지가 독도에 가고 싶어서 갔나? 천만에. 사람들이 독도에 드나들며 스리슬쩍 쇠무릎을 옮겨 놓은 거지! (...) ..다행히 2010년 이후로 울릉군이 대대적으로 독도 쇠무릎 퇴치 작전을 펼쳤어. 결과는, 흡족! 바다제비 수가 늘어났습니다! 박수 한번 주세요! (..)
하지만! 방심하긴 일렀다. (..?) 쇠무릎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독도제비들이 죽어나가는 거야. 이번엔 새끼들이 머리가 뜯긴 채로 발견됐어. 아니, 이건 좀.. (...) 후우, 범인은 누구였을까요? (..) 바로, 집쥐! 소리 소문 없이 독도에 자리 잡은 집쥐가 새끼 제비를 잡아먹은 거였어! 이 집쥐를 독도에 실어 나른 종이 뭐다? 여지없이 인간! ...인간이라 죄송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독도 바다제비를 지켜줬으면 좋겠어.. 우리가 싼 똥은 우리 손으로 치워야지.. 원래 독도에 없었던 외래 식물, 외래 동물은 박멸하고! 배 들락날락 할 때마다 밀항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 ..이럼 독도 관광은 끝장인가! ..어쩔 수 없습니다. 제비가 사람보다 먼저다. 문재인. (짝!)
농담처럼 말했지만, 아니, 반은 진담이다. 어쩌면 제비는 사람 이상의 대접을 받아야 할지도 몰라. (무슨 소리야!) 워워. 여러분도 제비가 얼마나 근면성실한지 알고 나면 생각이 바뀔걸? 몸무게는 고작 16그램에 불과한 녀석이, 무려 대한민국과 호주를 왕복해! 망망대해를! 그야말로 신이 내린 권능이요, 축복 아니겠습니까! 경배하라! (...)
아참, 이 몸께서는 제비님을 영접할 수 있었다. (?) 존슨! 사진 띄어주세요!
털도 없고, 눈도 못 뜨던 새끼들이, 보름 만에 부모 뺨치는 어른으로 성장하더라니까. 이제 와서 풀자면, 제비는 새끼보다 성체가 더 예쁘더라. (...) 참고로, 사진은 600mm 초망원으로 몰래 찍었습니다. 새끼들 놀라지 말라고, 부모들 걱정하지 말라고, 찍새! (짝!)
딴엔 며칠간 둥지를 관찰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어. 첫째, 제비는 인품이 넘치는 사람들 근처에 집을 짓는다. 동물을 사랑하는 분들 주변에, 앙! ..둘째, 둥지 위치는 비가 들지 않고, 햇볕이 내리쬐지 않는 장소여야 한다. ..셋째, 제비가 집을 짓기 시작하면 근처에 진흙과 잔가지 풀을 놔두는 것이 좋다. 도심에는 둥지 재료 구하기가 어렵거든. ..넷째, 새끼뿐만 아니라 어미가 잠시 내려앉아 쉴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금상첨화! 빨랫줄 정도면 감지덕지다. ..이상, 비전문가의 호언장담이었습니다. (...)
아무튼. 제비가 모두 곁에 행운을 물어주길 기원 드리면서, 앗사랄무 알라이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