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 시멘트 도촬을 중지합니다<-meta />
엄... 오늘은 사진 이야기입니다. (...) 워워! 안심하십시오. 일반인 여러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니까. (...) 그, 다름이 아니라, 어제였지. 이 더위에 카메라 들고 쫄래쫄래 시내 한 바퀴를 돌았걸랑. 꽃도 찍고, 고양이도 찍고, 매미 잡아먹는 거미도 찍고, 건물도 찍고, 그러다 두려운 일이 터졌어. (..?)
허름한, 그러나 내 눈에는 운치 흘러넘치는 고택을 찍고 있을 때, 꺼흑... 내 사진 인생에서 두 번째로 촬영 제지를 먹었어요.. ..지금 뭐 찍냐고. 건물 찍는다고. 왜 찍냐고. 아름다워서 찍는다고.. 뭐, 이렇게 스리슬쩍 넘어가긴 했는데, 끄응.. 맘이 편치 않은 거야! 내가 잘못했나? 무생물인 건물 면상 찍는 것도 죄인가? 그것도 주소지일랑 전혀 노출 안 되게 옆면만 찍는 건데! (...) ..라고 자기변명을 해 봤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해? 건물, 찍어도 된다! 찍으면 안 된다! 손! (.....) ..이게 생각보다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더라고.. 이래나 저래나 다 정답 같다니까. 흐음... 이렇게 헷갈리는 사안을 마주하면 어찌 한다? 정보의 바다에 여쭤보면 된다! 해당 사안으로 인터넷 샅샅이 검색했지.
여기서 잠깐. 사진 관련 커뮤니티 의견은 일부러 조사에서 배제했어. 찍새는 찍새 편! 편향된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잘 했지? (...) 여하튼. 다행히 관련 기사가 첫 페이지에 바로 뜨더라. 파이낸셜 뉴스 김성호 기자님 기사. 2줄 요약은요! ..공공장소 혹은 그에 준하는 길거리에서 촬영한 건물사진은, 원칙적으로 그것이 공공건물이든 사적소유든 현행법으로 제지할 수 없다. 단, 군부대와 같은 특수 건축물, 그리고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과 같이 건축저작물로 지정된 사례는 예외다. ..코호호.
뭐야! 건물 사진 찍어도 되잖아! 호우! (...) ..는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기자님도 사진 찍는 사람 편에 가까운 거 아냐? 취재차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을 일이 많으실 것 같은데! (...) 어라, 그럼 김성호 기자님의 기사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와카라나이네~ 갸우뚱이네~ (짝!)
후우... 모르겠다. 대충 여론을 긁어모은 바, 건물을 촬영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걸릴 일은 희박한 것 같아. 그러나 세상은 법으로만 살 수 없는 법. 여기에 심리와, 인간사와, 사회적 합의를 곁들이면, 어... 아악! 대뇌과부하! (...)
아싸리 내가 건물주라 가정해 보자! 내 건물이 도촬 당하는 입장! ..끄응.. 잘 모르겠어! 이심전심, 타산지석, 역지사지 정신이 떠오르지가 않아! 내가 건물을 가져봤어야 말이지! 앞으로 건물을 살 수나 있어야 말이지! 에라이! 이게 나라냐! 자기 땅, 자기 빌딩 하나 가질 수 없는 대한민국! (...) ..엇? 뭔 얘기하다 부동산에 울분을 분출하고 있지? ...아, 건물 사진..
글쎄다.. 몰래 찍는 건 괜찮지 않을까? (짝!) 아니! 인간을 도촬하는 거야 범죄지만! 고작 시멘트 덩어리 몰래 찍겠다는데! 어! (...) 게다가 난 아마추어 장비가야! 사진을 돈벌이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 ..라고 찍새로서 마지막 고집을 주장해 봅니다.. 흑흑.. 마음이 불편하다! 양심이 고동친다! ..근데 건물마저 못 찍으면, 난 대체 뭘 셔터에 담으라고..
..후우, 그래, 길고양이나 찍나! 걔들이 아무리 앙칼진들 고소는 하지 않아! 말 못하는 개미, 매미만 촬칵! (...) ..이럴 줄 알았으면 표준렌즈들 괜히 샀어. 쓰지도 못할 걸... 선서합니다. 이번 주말 안에 35mm, 50mm 중고장터 내놓습니다. (야!) ..장망원이랑 접사렌즈만 남길 거야.. 난 마음 편히 사진 찍고 싶어.. (...)
아니다. 접사렌즈까지 싸그리 정리하고, 차라리 카메라 기능 좋은 폰을 살까! 폰으로 찍는 건 대부분 안 막잖아? 똑같은 카메라인데, 요즘은 폰에도 1인치 센서가 들어가는 마당에도, 앙? (...)
아무튼. 오랜만에 “장비가”가 아닌 “취미 사진가”로서 고민을 나눠봤어.. 딱히 정답은 없는 사안이니, 각자가 알아서 결정하시길! (...) ..새가 날아든다~ 온갖 찍새가 날아든다~ 훠이훠이~ 프리덤! (미친놈)
풍신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