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푸어의 변명
오늘은 자랑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자, 보이는가. 영롱한 유리알이. (..,) 카메라 렌즈군, 마침내 완성했다. 24, 50, 90, 135, 그리고 70-200. 박수 한번 주세요! (...) ..부디, 속 빈 축하나마 보내 주라. (...) 나, 목숨 걸고 질렀단 말야, 흑흑. (미친놈)
후우.. 경기 침체가 온다, 스태그플레이션이 터진다, 이런 위험한 판국에, 난 왜 카메라 렌즈를 마련했을까요? 렌즈뿐만 아니지. 본체, 메모리카드, 가방, 기타 등등, 사진 생활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깡그리 구매했다.. 마치 뒤가 없는 놈처럼! 자발적 카메라 푸어! (...)
변명하자면, 나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내린 거야. 뭐랄까, 곧 겨울이 닥칠 거란 불안감 때문이랄까.. 물가는 치솟고, 환율은 1400원을 향해 가고,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이상한 짓만 해대고, 대책이 없고! (...) 그래서, 질렀습니다.. 마지막 여름이 끝나기 전에.. 잘 했지? (짝!)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까진 공포에 떨지 않았어. 상황이 나아질 줄 알았거든. 실제로 경제 채널에서는 희망을 부르짖었잖아? 인플레가 꺾였니, 최악의 상황은 면할 거라느니, 지금이 주식 저점 매수 타이밍이라느니, 앙? (...)
헌데, 현실은 여전히 전쟁에, 가뭄에, 식량 대란에, 천연가스 품귀에! 희망은 무슨! (...) ..다 떠나서, 마트에 무 한 통이 3천원을 뚫었어. 오이 2개 4,900원. 허.. 기가 차기보다 무서울 지경이야. 이럼 채소는 어떻게 먹으라고? 어이! 이게 나라냐! (...)
결정적으로, 소니가 9월 1일부로 카메라 및 렌즈 가격을 올린대. 평균 8%나 말야! ..물론 일본 내수 제품에 한해서 값을 인상한다지만, 글쎄다..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어... (...) 아잇, 분위기 심해로구만.
아무튼. 그런 고로 전 장비를 사재기했습니다.. 원화를 현물로 대격변시켰습니다.. 통장은 거덜 났습니다.. (...) 문제는, 아직도 사고 싶은 게 널렸습니다! 초대형 가방도 사고 싶고요, 가벼운 보조 렌즈도 사고 싶고요, 장망원 렌즈도 사고 싶고요, 세로그립도 사고 싶고요, 여분 배터리도 사고 싶고요, 아이패드 프로도 사고 싶고요, 엑스페리아 프로도 사고 싶고요, 아악! (...)
윈터 이즈 커밍!
일단 추석 지나고 지를까 고민중인데 전쟁 전에 조금 무리해서라도 지를까 고민했었는데 매일 후회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