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육 탕수육 김치찌개<-meta />
세상에, 오늘 밤부터 추석 연휴였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팍팍한 주제를 안주삼아 대본을 쓰고 있었네? (...) 어쩔 수 없다. 한가위에 걸맞은 내용으로 긴급 선회 기동이다. 바로, 남들은 호불호라지만, 내게 있어선 압도적 ‘불호“인 음식들!
그 첫 번째 대상은, 편육! 돼지 머리고기 되시겠다!
엄... 머리고기라고 아예 못 먹는 건 아냐. 차갑게 식은 젤라틴을 씹고 있노라면, 물컹바사삭 한 것이 꽤나 쫀득하거든. 괜찮아. (...) 다만, 국밥에 들어간 머리고기는 좀 그렇더라고. 뜨거운 국물에 촉촉이 불은 피부결이 잔망스럽다 랄까! 참... 이렇게까지 머리고기를 기피하는 데엔 내 발칙한 상상력 탓이 커. (?) 이상하게 난 편육만 보면 속눈썹이 떠오르더라고. 살코기 사이에 반쯤 묻힌 속눈썹 말야. 꿀꿀. (짝!)
다음! 두 번째 호불호, 탕수육! 정확히는 탕수육 소스 되시겠다!
탕수육 소스를 전분으로 만들던가? 녹말로 만들던가? (..) 그건 중요하지 않아! 뭐로 만들었던 맛이 없어! (야!) 내 입맛엔 그렇다는 겁니다. (...) ..시큼한 것이 마치 구토로 뽑아낸 위산액을 5일 동안 숙성시킨 맛 같아. (짝!) 여기에 보라색 반쯤 익은 양상추까지 곁들인다? 맙소사... 이건 뭐 독 품은 바다 달팽이를 떠먹는 듯 해. (...) 그러니, 부먹? 찍먹? 아니! 난 둘 다 사양하겠어!
그런데 말입니다.,. 탕수육소스 사촌, 깐쇼새우 소스는 왜 내 입맛에 찰떡일까? 흐음..
적절히 달달하고, 아주 살짝 매콤하면서, 눅진한 깐쇼 소스! 최고에요! (...) 전국에 중식의 대가님들, 탕수육에 깐쇼새우 소스를 부어 주십시오. 분명 성공할 겁니다. 제 입맛을 믿으십시오! 할렐루야! (미친놈)
다음! 대미를 장식할 불호맨, 김치찌개! 특히 “신” 김치찌개!
하! 김치찌개는 상큼한 묵은 지로 끓여야 한다는데, 예! 그 신랄한 시도에 난 반댈세! 자고로 찌개는 얼큰하고, 묵진하고, 보들한 고기 맛으로 먹는 것이다! 여기에 시큼함 따위야 방해만 된다고! 반박 시 불효자! (뭔 소리야!)
후우... 내가 왜 김치찌개를 멀리하게 됐는지 아나? (...) ..어머니, 바로 어머니 때문이다. 어머니는 신 김치로만 김치찌개를 끓이셨지. 맛이 괴랄한 탓에 가족 중 그 누구도 먹질 않는 김치로! 꾸역꾸역 냉장고 귀퉁이에 방치된 녀석을 굳이 처리하시겠다고! 찌개 샤워! (...) ...어머니, 소생 감히 직언 올리겠나이다. 맛없는 김치를 끓이고 볶는다 한들, 본질은 감출 수 없습니다. 맛없는 김치찌개가 될 뿐입니다. 인정? (..) 어! 인정! 어머니! (...)
여기까지! 이상, 내 입맛을 떨구는 식품 걸작선이었습니다. (...) 오해는 말자.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는 거야. 알지? 과몰입 금지요. (...) 아무튼!
모두 행복하고 맛있는 한가위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