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는 당당하게
백수, 한량, 미래의 잠재적 꿈나무 제군들! 추석은 무사히 보냈는가! (...) 본좌는 조금, 아주 조금, 내상을 입었다. 외삼촌의 엄포 때문에! (어쩌라고) 닥쳐!
날 보자마자 하시는 말씀, 니 왜 이렇게 살 쪘노? 크흑! (...) 그야 연애를 포기했으니까요! 지금부턴 오로지 저에게만 집중할거니까요! 고급바디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는데요! 통통배! (...) ..라고 속으로만 항변했습니다... 나, 살 좀 빼야 할까? 건강을 위해서라도? (...) 뱃살이 언제 이렇게 두터워졌지. 크흠.
다음! 2차 웨이브가 시작됐다. 공무원 시험은 잘 되가나? 크흑! (...) 공시 접은 지가 오래 전인데요! 요즘 공무원 인기 팍 줄었는데요! 공무원 시험이 절 포기한 게 아닙니다! 제가 공무원 시험을 차 버린 거지! (어휴) ...라고 가슴 속으로 삭혔습니다. ...에라이! 번듯한 일자리에 목 맬 필요 있나! 아니! 난 대한민국 복지정책을 굳건히 믿는다. 야너두? (...) 하! 우리에겐 무료급식소가 있기에, 기초노령연금이 기다리기에! (미친놈) 웃자고 하는 소리 아닙니다! 진실로 말하는 겁니다! 니들이라고 정규직 취직에 성공할 것 같아? 천만에! (짝!)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결정타! 이제 니도 결혼할 나이 아니가? 난 니 나이에 애가 둘이었다. 엄마 따라 성당이라도 가서 여자를 만나라. 크흑! (...) ...삼촌, 저도 결혼 하고 싶죠. 사랑하고 싶죠! 그런데 왜 못하고 있을까요? ..사랑하기엔 자신감이 없으니까!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다? 통장 잔고에서 나온다! (...) 그러니, 제 결혼사가 걱정되시걸랑 제 지갑부터 챙겨주십시오. 두둑하게, 5만원 5장 어떠십니까? (...) ...라고 행복한 상상을 해봤습니다.
뭐, 나도 알아. 삼촌이 나를 사랑해서 하신 말씀이란 걸. 그러려니 받들어야지, 암. ...혹은, 다른 할 말이 없으셔서 날 융단폭격 한 거 아닐까? (..?) 오랜만에 일가친척이 모였건만, 알잖아,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서로 안부인사 묻는 것도 잠깐이지, 그 외에 더 이상 무슨 이야깃거리가 있겠어?
이렇게 소재가 궁핍한 때, 최상의 샌드백 등장! 이 한 몸 희생하여 모두의 화합을 도모하는 거야. 돈독한 호박씨 까기가 되는 거야. 오고가는 지적 속에 싹트는 단합! 친목! (...) 내가 이렇게 소중한 존재입니다. 가정의 평화를 책임지고 있죠. 파이팅! (...)
반 농담이고, 그야 감내해야 충고란 걸 알지만, 좋은 뜻으로 해석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심장 한편이 아린 것이 사실이지. 사랑하는 이로부터의 상처만큼 지독한 것이 있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하느뇨? (...) ...난 아플수록 더욱 뻔뻔해져. 누가 뭐라 하던 난 잘난 놈이다, 확고히 다짐해! ..나도 꾸미면 원빈! 머리 쓰면 아인슈타인! 투자하면 워렌 버핏! 다만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안 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
...그, 안타까운 점이 뭔지 알아? 내가 당했던 수모를 이제 더 이상 물려줄 수 없다는 거야. (..?) 지금 내가 이 모양인데, 사촌동생, 조카들한테 무슨 잔소리를 내뱉을 수 있을까. 그 전에, 난 걔들 이름조차 몰라. 안 친해. 다음 대 가면 남남 확정이다야. (...) 나도 애를 못 낳고, 걔들도 애를 안 낳겠지? 그렇게 우린 사라지겠지. 캬하하! (짝!) 끄응...
아잇! 즐거운 한가위에 이 무슨 서글픈 농담이람. 어비야! (...) 아무튼. 남은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 행복하시고, 건강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