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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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교수님이 꽃보다 아름다워 (0) 2022/10/29 AM 12:19



 

 

교수님이 꽃보다 아름다워<-meta />

  

 

오늘 길에서 대학 시절 교수님을 마주쳤어. 세상에... 다행히 난 그 분을 기억하지만, 그 분은 날 모르더라고. 요깟따. (...) 내심 인사드릴까 하다 그만뒀어. 그게, 너무 변하셨거든. (..?) 내게 “자유”를 가르쳐 주셨던 분이 지금은, 끄응.., 기득권을 옹호하고, 신자유주의만을 찬미하고, 심지어 뉴라이트 식민지 사관까지 설파하시니, 하아... (...)

 

그러고 보니 교수님들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야. 여러분은 교수님들이랑 돈독했어? (...) 난 이상하게 또래, 선후배들과는 남남이었지만, 연상의 교수님들이랑은 꽤 잘 지냈어. 특히 여교수님은 더욱 신경 썼지요! 캬하하! (짝!)

 

애틋한 맘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 나이 차이야 까짓것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면 되잖아? (...) 그러나, 연애에는 단 한 번도 이르지 못 했지요. 왜냐! 그 분들이 내포한 광기를 봤으니까. 순수한 집착 말야. (...)

 

미국에서 공부하고 오셔서, 아주 미국적으로 학생들과 서슴없이 지내셨던 교수님. 내가 이 분 차를 얻어 탈 기회가 3번 있었거든? 한 번은 부산 시내에서 1시간가량, 다른 한 번은 부산에서 포항까지 왕복 4시간가량, 또 부산 서울 왕복 5시간가량, 앙! 총 합치면 얼마야, 대충 10시간 되나? 교수님과 단 둘이 차에서 보냈던 시간이? (...)

 

그 10시간은 지루한 무서움이었어. (..?) 단 1곡! 언제 어디서나 단 1곡만을 트셨으니까! 무슨 곡이었게요? (.....) 정답은, 조성모의 가시나무.

 

물론 노래 좋지, 괜찮지! 하지만 10시간 내내 쓸쓸한 음색을 귀에 들이붓고 있노라니, 오장육부가 쇠사슬 끊기는 거 마냥 요동을 쳤어! 그런데, 교수님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 이상 없다는 듯이, 끝없이 가시나무를 들으시는 거다! 흥얼거리지도 않고, 그저 듣고, 또 듣고, 차에 타면 무조건 가시나무를 들어야 하는 것처럼! 그야말로 찐 광기! (...)

 

 

전공에 가시나무 교수님이 계셨다면, 교양에는 안치환을 열애하지 마다않는 교수님이 계셨어. 참, 난 사회과학 학도인데, 대뜸 어찌저찌 친해졌다는 이유로 역사학과 교수님이랑 교류를 했네? 안치환 님이 가시는 곳에 날 끌고 가시기까지 하네? 후아! (...) 뭐, 밥은 꼬박꼬박 사주셨으니까 나도 불만은 없었어. 게다가, 미혼에 꽤나 미인이셨거든. 성격마저 나긋하셨지. 크흑! (.,.) 그렇다고요. 젊으셨을 땐 여러 남자 홀리셨겠더라. (짝!)

 

아무튼. 평소 상냥하고 조용하시던 교수님이 안치환 님 앞에서는 미쳐 날뛰기 시작하는데, 끝내 사건이 터졌어. (..?) 콘서트 장은 아니고, 노동자 대회? 노동운동 하는 곳이었는데. 왜, 안치환 씨가 예전에는 독재 저항이니, 노동가요를 많이 불렀다며? (...)

 

거기서 술 좀 된 노동자 몇 분이 안치환 씨를 욕한 거야. 꺼지라고 한 거야. 이 장면을 교수님이 보시더니, 어후... 오뉴월에 한을 품은 구미호 마냥 눈을 쏘아보며 소리를 지르시는데, 후아... 나 그날 제대로 알았어. 배우신 분은 욕도 찰지구나, 패드립 그 이상의 패드립을 보여주시는구나. 괜히 교수 자리를 꿰차신 분이 아니구나. 이 분이랑 결혼했다간 뼈도 못 추리겠구나. (...)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교수님의 분노는 계속 됐어.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저래서 안 된다. 수준 이하다. 무식 무지 하소연을 하셨지. 참... (...) 워워, 오해는 마시라. 평소 교수님 성향은 노동운동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그 날만큼은 가차 없었어. (...) ..이래서 연예인 욕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닙니다. 자신의 우상을 욕했다간 정치 성향마저 바뀝니다. (...)

 

여하튼. 교수님과의 추억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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