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미식가<-meta />
돌아왔습니다. 살아왔습니다. (...) 이틀간 대뜸 타지에서 친구가 놀러왔거든요. 그 친구 접대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집구석 방돌이가 밖에 싸돌아다니려니 삭신이 쑤셨거든요. 마음마저 아팠습니다. 왜냐! 돌아다니면 다 돈이니까! 내 통장은 바닥인데! 친구에게 돈 쓰는 것도 아까웠으니까! 이런 내가 초라했으니까! (...) ...는 됐어. 오늘 오후 8시를 기점으로 모든 여정이 끝났다! 이제 나는 자유다. 평화로운 일상으로 복귀했다! 박수 한번 주세요! (...)
그나저나... 난 여자사람과 사랑할 준비가 아직 안 됐나 봐. 남정네 친구마저 버거워하니 말야. (...?) 후우... 친구 식성에 맞춰주느라 속이 뒤틀렸거든! 자기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골라서 먹을 수 있다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뼈저리게 느꼈어. (...)
난 매운 걸 못 먹어. 신라면? 입이 뒤집어져. 진라면은 무조건 순한 맛이야. 그런데 친구 녀석은 위장에 연유공장이라도 건설했는지, 매운 것만을! 불닭 이상 급만을 찾는 거다! 입과 항문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
또, 난 삼겹살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거든? 삼겹살집 근처에 파는 곱창, 찌개, 갈비, 딱히 가까이 하고 싶지 않거든! (...?) 그러니까, 밖에서 굳이 사먹을 정도로 맛있어 하진 않아. 그 있잖아, 삼겹살집에서 풍겨오는 묵직함, 식후 거북함, 기름 냄새, 담배 냄새, 앙? (...) ..헌데, 친구 놈은 대패 삼겹살에 소맥을 환장하듯이 들이키는 거다. 난 술 안 마시는데! (...)
그렇다고 내 입맛대로, 내 주장대로 소신발언 하기엔, 알잖아... 난 무대 위에서나 여포지, 일상에서는 예수님이걸랑. (..?) 대자대비의 정신으로, 친구의 뜻을 바다처럼 포용합니다. 친구가 먹자는 대로 다 먹어 줍니다. 속에서는 “꾸웨엑” 비명을 지르지만, 꾸역꾸역! (...)
아무튼... 오늘부로 내 이상형이 한층 더 상세해졌어. 성격, 품성, 외모, 가슴, 골반, 러브핸들 사이즈, 거기에 더해 식성! 나랑 식성이 맞아야 한다! 식사는 서민적이고, 달달하면서, 무알콜인 음식을 섭취하시는 분 어디 안 계십니까? 저랑 사귑시다. (짝!)
...없군요. 알겠습니다. 고독한 미식가는 이만 고독하게 물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