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없는 병<-meta>
오늘은 개인 하소연입니다. 마음이 곱고, 아름답고, 앞으로 승승장구하며, 부자 되실 분들만 남아주십시오. (짝!)
그, 다름이 아니라, 카메라 장비 생활에 현타가 왔어... 돈 때문에, 장비 무게 때문에, 무소유의 경지에 이르러서 현타가 온 건 아냐... 길을 잃었어. 내가 왜 카메라를 좋아하는지, 뭘 찍고 싶은지, 생각이 안 나...
일주일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잖아? 지스타 코스프레 촬영할 기대에 얼마나 가슴 설레었게요. ...그때 난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 대상? 코스프레. 주제? 코스프레. 나의 목표? 코스프레. 매력 있는 코스프레. ...마치 신을 숭배하는 거 마냥, 전적으로 대상을 의지하며, 그저 찬미하면 됐다고.
그렇게 지스타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후, 카메라를 들었는데... 무엇 하나 찍을 수가 없는 거야. 아니, 아무 것도 담기 싫었어. ...내가 늘 있던 자리는 시간이 멈춘 것 같아. 남루한 돌담은 너무 고요해. 색이 없는 세상 같아. 부스러지는 하늘처럼... 저것들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지? 참...
길고양이를 찍고, 골목길을 찍고, 꽃을 찍고, 곤충을 찍고, 그래서 내가 정말 그들을 사랑하는가? ..모르겠어... 귀여우니까, 적적하니까, 예쁘니까, 신기하니까, 찍었다만, 글쎄다... 심장이 아련할 만큼 울림도, 열망도 없거든.
그럼에도 여태껏 난 그것들을 찍어 왔어. 왜지? (...) ...이 질문에 대해 오늘 반나절을 고민했다? 이왕 카메라를 들고 길을 걸으며? (...) 앙상한 나뭇가지, 죽은 개구리, 골골대는 길고양이, 마지막 잎사귀, 여러 가지를 담았어. 그때 문득 이런 상상이 들더라고. 난 “날” 남기고 싶어 하는 거 아닐까?
침울한 나, 실패한 나, 아직 세상에 미련이 남은 나, 외롭고, 겁 많고, 다가가지 못하는 나, 그래서 슬픈 나... 그제야 내가 왜 많고 많은 고양이 중, 하필 상처입고 경계 많은 고양이를 담고 싶었는지 알겠더라고. ..세월에 칠이 벗겨진 벽, 11월 오후 4시 해 저묾에 고요한 달동네, 아스팔트 위 작은 꽃... 그 모든 게 내 모습이었나!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 내 모습은 개뿔! (...) 그래도 위안이 됐어. 차마 누르지 못 했던 셔터를 그때부터, 촬칵! 하! ...후우... 에라이! 난 장비가야! 취미가야! 평온한 일상을 평안하게 담아왔다고! 그런데 언제부터 주제를 따지고, 의미를 따지고, 아주 작가병 도져서! 이게 다 지스타 때문이다! 너무 강렬한 소스에 입맛이 작살났어! (...)
아무튼. 갑갑한 마음을 여러분께 털어놨습니다. 시원합니다!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다시, 신나게 일상을 담아보려고... 까짓것 고민도 해 보고... 이래저래 아등바등 몸부림 치다보면 결말이 나오겠지? (...) 훗, 난 뭘 남기고 싶은가! 내 사랑스러운 똘똘이 사진이나 찍을까! (짝!)
묵묵히 함께 하는 마음이 다 모이면~ 언젠가는 다다를 수 있을까~ 끼요옷! (짝!)
나훈아 콘서트 매번 준비해야 할까봐 쫄렸었는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