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없이 모기를 죽이고 싶어요
차가운 공기! 하악하악! 이거지! 이래야 겨울이지! 캬하하! (짝!) 커헉... 오늘은 한걸음 느린 주제를 들고 왔어요. 바로, 모기! 일말의 가책 없이 죽이는 법! (...)
질문부터 할게. 어제, 오늘과 같은 추운 날씨에 모기가 활동할 수 있을까요? (...) 다른 곳은 모르겠다만, 부산, 우리 집에서는 가능했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까! 자, 증거사진 들어갑니다. 비위가 약한 분들은 잠시 눈을 감지 말아주십시오. (...)
여긴 어디일까요? (...) 훗, 화장실 환풍구야. ..왜, 모기는 방충망 배수구 사이로도 들어오고, 현관문 틈새로도 들어오고, 하수구 구멍으로도 들어오고, 심지어 환풍구로도 들어온 대잖아. 난 첨에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좁디좁은 구멍으로도 들어온다고? 거짓말!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환풍구를 양파망으로 감싸놨더니, 맙소사, 결과는 보시는 대로다.
오늘 아침에는 환풍구발 모기 소리가 더욱 요란했어. 2마리나 앙알거리고 있더라니까. 히히히! 방귀 속 이산화탄소가 그렇게 끌리디? (...) ...그리고 이때였다. 내 인생을 가를 만큼 중대한 질문에 마주한 때가!
저 두 녀석을 일순 압사시키는 것이 관대한가? 아니면 추위에 떨다 굶어 죽게 내버려 두는 편이 자비로인가? 호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해? (...) 참고로 지금까지는 그냥 방치해뒀어. 거름망 속 아사한 모기들 시체가 늘어날수록 왠지 뿌듯했거든. (미친놈아!)
게다가, 아무 동요 없이 죽음을 관망하는 자세가, 마치 내가 신에 다가간 듯한 느낌을 받았걸랑. (뭔 소리야!) 신, 자연, 우주! 신은 감정이 없다잖아? 자연은 무심하다잖아? 이 이론을 모기에게까지 연장한 거지. ..난 널 죽이지 않겠다. 다만 가만히 둘 뿐이다. 난 너의 앵알거림에 아무 관여도 하지 않다. 뭐, 결말은 똑같겠지만, 캬하하! 죽어라, 모기! (...)
잠깐만, 엇! 그래서 신도 우리 인간을 무념무상하게 방치하시나? 하는 짓은 미워 죽겠는데, 차마 본인이 직접 손을 쓰기엔 꺼림칙하신 거야. 굳이 죄책감이며, 고민이며, 하실 필요가 없는 거야. 가만히 놔두면 지들이 알아서 핵전쟁이니, 기후위기니, 멸종할 건데, 인정? (...) 그렇게 인간이 사라진 지구에서 남모르게 흡족한 표정을 지으실 지도? (...)
아참, 종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인도에 “자이나”교는 살생을 목숨처럼 멀리한대. 개미 한 마리 죽이지 않고, 물조차 끓여서 반쯤 죽인 다음 마시고, 육식은커녕 채소조차 생존에 영향이 없는 부위만 톡 떼어먹는 게 삶의 철학이라더군. ...그 분들은 모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 방충망 속에서 굶겨 죽이는 것마저 반대하실까? 호오... (...)
아무튼! 오늘 이야기를 정리하면요! .,.모기 자식들은 환풍기로도 들어온다. 이 추위조차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이불 안 덮은 얼굴만 쪽쪽 빨아 드신다. 이 간스러운 놈들을 난 아사시키면서 히죽거리고 있다. 슬쩍 죄책감이 든다. 자, 모두 나와 함께하지 않겠는가? (짝!)
그러니, 추위여! 겨울이여! 내 죄책감을 덮어다오! 모기가 우리 눈에 띄기도 전에 얼려다오! 겨울만세! (미친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