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에 울려 퍼지는 셔터 소리<-meta />
오늘은 무슨 날? (이브) 아니, 우리 루게이에겐 오직 12월 24일 토요일일 뿐이다. (...) 토요일은 언제나 카메라 장비 이야기입니다. 일반인 여러분은 내일 봅시다.
그, 지난 주 일요일이었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진 세미나에 가봤습니다. 카페에서 모델님 사진 열심히 찍었습니다. 그래서 좋았냐? ...는 정확히 모르겠어. 참... 내가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모델님 구경이라도 할 거라고, 그것도 내 생애 처음으로 찍어보는 일상복 모델님들인데! 그런데 뭐랄까, 그... 모르겠어. (짝!)
심장의 두근거림만 따지자면, 에또... 코스프레어 분들 찍었을 때가 더 심박수가 높아. 왜죠? (...) 내가 딱히 코스프레 복장을 찍는 사람도 아닌데, 해봤자 죽어라 얼굴만 찍어대는데, 왜 코스프레 모델님에게 더 열정적일까나... 흐음... 아! 코스어와 나는 작은 연결고리가 있구나? 우린 모두 덕후! 거기서 오는 안정감, 앙? (...) 아냐? (...) 아니구나. 나만 쉽덕이구나. 크흠.
그건 그렇고, 이번에 모델님 촬영하면서 교훈 얻었다고! 모델이 자신 있어 하는 방향, 자세, 포즈, 표정 포착하기! (...) 가령, 모델 김예인 님은 얼굴 오른편에서 찍은 사진이 더욱 매력적이더라고.
이걸 사진 다 찍고 나서야, 집에 돌아와서 파일 정리하는 중에서야 알았습니다. (...) 후회가 남아... “지식”으로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거든? 소니 온라인 세미나에서 신재국 작가님이 가르쳐 주신 내용이었어. ..모델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얼굴은 보통 앞가르마를 활짝 연 쪽이다. 모델의 머릿결을 세심히 관찰하라.. 끄응...
그래도 김예인 님은 다행이지. 내가 운으로나마 모델님의 매력점을 찾았으니까. 반면 다른 한 분, 모델 김라라 님은 내가 최상의 각도를 미처 발견하지 못 했어. 내 맘에 드는 사진이 단 1장도 없더라...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셔터를 눌러댔으니 당연한 결과인가? 아오! (...) 김라라 님 죄송합니다.
아무튼.. 어... 아참, 인물 촬영 할 때는 일부러 셔터음을 켜두는 것도 방법이겠더라고. 모델과 사진사가 소통하는 방법으로써 말야. ..저 사진 찍고 있어요, 다 찍었어요, 포즈 바꿔도 괜찮습니다. 이런 묵언의 신호를 셔터음으로 나타낼 수 있잖아. 인정? (...)
그러고 보니 지스타 때가 떠오른다야. 난 그저 구도를 잡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모델님을 주시했을 뿐인데, 아뿔싸, 모델님은 내가 셔터를 누르는 줄 알고 포즈를 취해 주시더라고. 끊임없이! (...) 죄송해서 몸 둘 바를 몰랐어. 그런데 말입니다... 정작 준비 완료,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모델님이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시는 거다. 너에겐 충분히 찍을 시간 줬다는 거지. 이제 다른 분 차례라는 거지. 아악! 센세! (...)
그러니, 인물 촬영 때만큼은 셔터음을 켜두는 게 좋을 지도? (...) 잠깐, 근데 이럼 옆 사람에게 민폐 아니냐? 다들 조용히 찍고 있는데, 누구만 다다다닥! (...) 뭐야, 제법 헷갈리는 문제였잖아. ...하아... 어렵다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해? (...)
이왕 셔터 소리 주제 나온 김에, 감히 소니카메라만 써왔던 사람으로서 최애 셔터음을 꼽자면, 어떤 카메라일까요! (...) 참고로 전 경쾌한 칼날 소리를 좋아합니다. 제법 카메라에 충격이 전해지면서, 기계식 끝 맛도 나면서, 로망마저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요! (...)
정답은, a9m2. ...a9m2는 매장에서 살짝 만져본 게 다야. 그럼에도 첫 인상, 첫 소절이 내 맘에 그대로 꽂혔어. 아무 생각 없이 들고 셔터를 눌렀는데, 크흑! (...) “서걱”이 아냐. “사각”! 이게 중요해! 사각! (...) 물리막이 움직이지만, 파열음이 발생하지만, 경쾌함을 잃지 않은 경계선! 그 접점에 가장 근접한 기기가 바로 a9m2였습니다. ...아잇, 갑자기 또 듣고 싶네. 들으려면 부산에서 창원 소니센터까지 가야 해. 후우...
그... 커뮤니티 보면, 일부러 기계식 셔터를 쓰지 않고, 오직 전자 셔터만 쓰시는 분도 계시더라고. 아무래도 기계식 셔터는 내구성에 한계가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기기를 아끼는 심정에 그러시겠지. 동감합니다. 저도 한 장비가로서 전자셔터만 쓸까 했는데, 어후... 도저히 기계식 셔터를 못 버리겠더라고. 맛 자체가 달라. 사진 찍는 감정, 감성의 깊이가! (...) 결과물도 왠지 기계식이 더 좋은 거 같은데? 이건 순전히 제 느낌입니다. 에헴. (...)
그런 의미에서, 기계식 셔터를 통째로 빼버린 니콘 Z9은, 글쎄다... 내가 아직 Z9을 직접 만져본 건 아니니까 뭐라 못하겠다만, 아니! Z9에서 셔터음만은 실망이었어! 툭툭툭툭! 그 탁하고 인공적인 딸랑이를 듣고 있자면, 온 몸이, 영혼이! 카메라를 거부한다고! (...) 물론 소니 전자 셔터음보다는 백번 낫지요. 그럼요. 소니 전자 셔터 소리 들어보신 분? 끔찍하죠? 출력 다 빠진 스피커에서 쥐어짜내듯 나오는 소리니까! 소니! (짝!)
여하튼, 무슨 얘기하다 셔터음, 셔터음 거리고 있지? (....) 아, 모델 촬영! 후아... 크리스마스 이브에 장비 이야기로 꽃을 피우니 기분이가 좋습니다. 하! 오늘이 1년 중 가장 숙박업소가 비싸다면서요? 방이 다 찬다면서요? (...) 에라이! 예수님 뵙기도 바쁜 시간에 사랑 나누느라 고생들 하십니다. 파이팅입니다. 아주 액과 액이 바다를 이루어라! (짝!)
주님, 사랑은 저희에게 내려주십시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도 거들게 해 주십시오. 까짓것 혼자서 구강이 닿게 해주십시오! (미친놈) ...그렇게 다들 디스크에 걸리는 거야. 끼요옷! (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