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살아남은 자의 고해성사<-meta />
2022년 12월 31일. 반성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완벽할 것 같던 이 몸도 억 겹의 굴레를 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멩! (짝!) ...농담은 그만, 고해성사하겠습니다.
먼저 이태원 참사... 난 외면하고 싶었어. 아침 라디오에 유가족 인터뷰가 들리면, 건너뛰고 싶었어... 왜! 아침부터! 사람 기분을 망치는가! 억한 기분마저 들었어... 반성합니다. 무력감에지지 않겠습니다. 사람 탈을 쓴 괴물이 되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유가족 여러분, 응원합니다.. 내년에도, 10년이 지나도! 죽을 때까지! 오케이!
다음, 택시기사를 죽이고, 동거녀를 죽인 이기영... 후우... 끔찍한 일이지. 그러나 그 소식을 받아들이는 난 더 끔찍한 놈이었다. 예전과 똑같은 망상을 떠올렸어. 있잖아. 늘 상상했던 거... 저런 놈도 여자랑 사귀는데, 난 대체 뭐지? 여자들은 남자보는 눈이 없나? 이게 나라냐? ...우스갯소리만 스스로에게 던졌어. ...이건 아니잖아? 목숨을 잃은 분들에게 예의가 아니잖아? ...반성합니다. 사이코패스를 욕하기 전에 내 안에 사이코패스부터 돌보겠습니다...
다음은... 러시아. 러시아 젊은이들이 죽어간다는 소식에 여전히 기뻐했습니다. 전에 반성한다고 했는데 또 무심결에 좋아했습니다. ...더 죽어라. 러시아에 여자만 남아라. 그래서 내게도 기회가 와라. 인류애? 그게 뭐라고. 침략자 나부랭이들이 죽어간다는데 알빠임. 알빠긴! 이런 사탄보다 더 한 자식아! ...반성합니다. 스팅형님 러시안, 다시 듣겠습니다. 러시아인들도 그들의 자식을 사랑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 토요일에 기사로 접했던 시리아 9살 아이가 생각나. 난민 캠프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노동을 하고, 해맑게 웃고, 살아가는 모습... 근데 그 애틋한 장면에서도 댓글은 살벌하더군. ...니들이 믿는 신한테 살려 달라고 빌어라... 야! 니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밥은 먹고 다니냐? 이 사막잡신 추종자야! (짝!) ...라고, 광신도를 비하하며 자위했습니다. 정작 난 광신 이상의 시커먼 속내를 꿈꿨는데...
아이를 아끼는 마음? 아니, 단순한 욕망이었어. 저 아이들, 여자아이건 남자아이건, 가장 쉽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은... 차라리 몸을 파는 게 낫지 않나! 나도 한 명, 아니, 한 마리 살까! 무슨 자선사업가 마냥! 음흉한 의도를 꿈꿨어! ...죄송합니다. 아이에게 더더욱 죄송합니다. 반성합니다.
그... 돌이켜봐야 할 사안이 더 있겠지만, 다행히 망각이 날 용서해주는구나. 참... 이제 기억조차 안 나는 맹세를 얼마나 어겼을까. 가족에게 미안하고, 속만 썩인 아들로서 미안하고,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나 자신에게 가장 미안하고... 워워! 좌절 심해는 그만! 정신 차려! ...내년엔 올해보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더 당당한 시간을 보냅시다. 같은 실수를 조금만 더 반복하지 맙시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인정? (...) 모두 파이팅이다!
이상! 아참, 난 반성할 게 많은 놈이지만, 칼린쇼는 꿋꿋하다! 쇼 때문에 상처 받으신 분이 수도 없이 많으시겠지만! 어쩌라고요! (짝!) 우리 쇼는 한결같이 난장판을 벌이겠습니다. 때로는 철없이, 때로는 미친 듯이, 때로는 그러다 죽기 전까지 맞겠지만! 못난 놈 떡 18개 더 처먹인다 생각하고 자비를 빕니다. 에헴! (...)
난 믿어. 여러분은 기대 이상으로 강인하다. 나 따위 개소리에 별 개의치 않을 거다. 그럼! (...) 가스라이팅 최대로! (짝!) ...진담이고, 모두 수고했어. 잘 했어! 살아남은 자들이여! 그대들의 챔피언이다! 새해도 살아남자! 그런 의미에서 올해 마무리 곡은, B’z가 부릅니다. CHA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