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추모하며<-meta />
오늘은... 차분하게 묵념할까요.
2022년 12월 31일.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사실 난 그 분을 잘 몰라. 딴엔 천주교 세례를 받은 몸이지만, 마음으론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어... 세간이 전 교황을 평가하길, 보수적인 분이라더군. 허나 그 보수적인 분이 후계는 본인과 반대되는 이를 뽑았잖아. 생전 스스로 교황직을 손에서 내려놓으셨잖아... 대체 베네딕토 교황님은 어떤 음성을 들으셨기에 그런 결정을 내리셨을까? 분명 어려운 결단이셨을 텐데, 권력을 놓는 용기 말야... 애도합니다.
2022년 12월 30일. 브라질 축구 영웅 펠레가 돌아가셨습니다. ..사실 난 그 분을 잘 몰라. 유명하시니까, 많은 분들이 사랑하시니까, 엉겁결에 추모를 드리는 걸까? (...) 이래도 되는 걸까? 이름조차 모르는 누군가를 조문하는 행위 말야... 아니다. 사람에게 사람이 조의를 표하겠다는데, 그 무슨 의미를 따지리.. 애도합니다.
12월 31일. 사진작가 김중만 씨가 돌아가셨습니다. ..사실 난 그 분을 잘 몰라. 그 분의 사진을 본 적 조차 없는 것 같아. 그저 인터뷰에서, 뉴스에서, CF에서 마주친 게 전부였어. ...괜히 작가님을 거부했던 것 같아. 왜, 강렬한 인상에서부터, 인싸시잖아... 작가님만의 헤어스타일, 자유로운 신발, 그리고 문신... 난 싫었어.
이렇게 경계심을 높인 나에게조차 작가님은 떠나기 전에 가르침을 남겨주시는구나. ..김중만 작가님은 주인공이었어. 단지 카메라를 들고 대상을 찍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상대에게 각인될 수 있는 사람... 말로 표현하기 힘드네.
반면 난 항상 숨었어. 사진을 좋아한다지만, 내 모습은 결코 드러내지 않았지. ...오만한 것 같아. 나만 상대를 관찰하고, 상대는 날 모르게 하는 행위... 괴짜처럼 튈지언정, 차라리 내 특징을 확실히 드러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찍히는 대상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표하는 방법 아닐까? ...제게 화두를 던져주신 김중만 작가님, 고맙습니다. 애도합니다.
12월 26일. 조세희 작가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쓰셨죠. ..사실 난 그 분을 잘 몰라. 작가님의 인생뿐만 아니라, 난쏘공 또한 기억이 안 나. 분명 읽었던 것 같은데... 난 수능에서 점수를 딸 만큼만 난쏘공을 읽었던가... 기억을 되돌리기 위해, 이번에도 요약본을 읽읍시다.. 아니! 전체를 듣자!
참... 1978년 출판된 소설인데, 왜 2023년 지금까지 울림이 깊은 거지? ...살 곳이 없고, 집세에 속 끓고, 재개발은 다른 이의 욕망이며, 입주권을 팔고, 돈 때문에 몸을 팔고, 돈 때문에 죽고, 돈 때문에 사랑 못 하고, 아버지는 늙으시고, 가난하고, 이럼, 이럼 안 되잖아? 강산이 4번 더 바뀌었는데... (...) 오히려 기억되기에 안타까운 소설이구나.
아니. 어쩌면 지금 우리는 소설보다 더 절박한 시절을 살아가는 지도 몰라. 적어도 난쏘공 아버지는 가난하실지언정, 난장이일지언정, 하늘을 향해 공을 던지셨어! 우주를 꿈꾸셨어! 게다가, 결혼까지 하셨잖아! 자식을 3명이나 두셨잖아! 효심 깊은 아들과 딸을! ...우린 대체 뭐야. 허우적거림조차 그만두고, 강요된 작은 행복에 만족하고, 홀로 마음의 문을 닫고 침식하는 우리는...
죄송합니다. 작가님은 결코 바라지 않으시겠죠. 불행을 비교하며 한탄만 하는 우리를.. 그래, 아직 우리 가슴은 뛰니까. 난쏘공에 심장이 아련하니까. 살아있으니까! 아자! 우리도 하늘을 향해 공을 쏘아 올리자! 디딜 바닥이 없는 밑바닥에서조차 사자는 울부짖나니, 그렇다. 우린 백수의 왕! 그대가 사자심왕이다.
베네딕토 교황님. 펠레, 김중만 작가, 조세희 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