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신용카드 신청기<-meta />
경축! 모두 기립하시오! (..?) 이 몸, 드디어 “신용카드” 개설이 코앞이다! 카드 제작중이다! 배송만 받으면 된다! (...) ...훗, 건실한 직장인 분들에게야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일 테지만, 아니! 난 백수다. 백수가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거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난생 처음으로, 어! (...)
사실 난 신용카드에 관심이 없어. (..?) 진짜야. 난 체크카드 쓰는 게 편해. 통장에 있는 금액 내에서 소비하는 편이 홀가분하잖아? 괜히 신용대출 받아서 뭐하게? (...) 그런데 지금 와서 왜 만들었냐? ...친구와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 ...친구 왈, 신용카드 꼭 만들어라! 그래야 신용점수 쌓고, 나중에 전세대출 받을 수 있지! 언제까지 신용 없이 살 텐가!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푸우후. (...)
목표는 “그린카드”. (그린카드?) 예아. 이름답게 환경을 생각하는 카드래. 환경부에서 지원한다나? 딱히 혜택은 없지만, 결정적으로! 연회비가 무료입니다! (...) 왜, 내겐 연회비가 중대 사항이라고! 잘 쓰지도 않을 신용카드에 정기 상납금 내기 싫다고! 에헴. (...)
발급 과정은 결코 달갑지 않았어... 국민카드 심사부 직원께서 직통으로 또박또박 내게 물었지... 재산이 있습니까? 아뇨. 본인 명의 전세 계약서가 있습니까? 아뇨. 직장에 다니십니까? 아뇨. (...) ...300만 원 이상 예치된 예금 통장이 있습니까? 글쎄요. 있는 것 같은데요...
그게, 엄마가 내 이름으로 아득바득 들어주신 적금 통장이 있거든. 소중한 500만원 통장. 후우... 어머니! 흑흑! (...) 잠깐 샛길로 새자면, 이 통장 만들 때 엄마랑 대판 싸웠어. 굳이 내 이름으로 재산 들어주겠다는 거, 딴에 자존심 때문에 난 아득바득 거부했어... 참나! 이미 부모님 돈으로 얻어먹고 사는 주제에! 만렙 기생충이면서! 자존심은 무슨 자존심을 내세워! (...) 불효자는 웁니다... (...)
아무튼! 내 통장 잔액을 증명하는 것조차 요즘은 까다롭더라고. 끝도 없는 보안프로그램 설치에, 인증서 요구에, 회원가입에, 어후... 차라리 이럴 거 신분증 들고 은행창구로 직접 쳐들어가는 편이 더 빠르겠다야. (...) ...참고로 잔액증명서 발급받는데 수수료 1천원이 듭니다. 히히히! 역시 금융기관이야. 장사 잘 해. (...)
그렇게 내 유일한 재산증명을 우여곡절 끝에 송부했습니다. 그래서 카드 제작 중입니다. 캬하하! 이용한도가 2천만 원이었나? (...) ...글쎄다. 친구 구박에 만들기는 했다만, 내가 과연 이걸 쓸까? 난 가난하기에, 빚지고 살지 못하기에, 신용카드는 겁나서라도 피하고 싶은데... (...) 아니면 이참에 대중교통이니, 핸드폰요금이니, 신용카드로 써 봐? 조금이라도 신용점수 쌓아 봐? (...)
그렇게 신뢰를 쌓고 쌓아서, 이용한도 1억까지 다다르는 거지. 1억, 1억! 한탕 하기에 충분한 액수입니다! (짝!) 나, 몽골 바이칼 호수로 여정을 돌릴 때, 영원히 대한민국과 작별할 때, 신용카드 최대한도만큼 쭉 당겨써야지! 카메라 장비 왕창 지른 다음 튀어야지! (짝!) ...400GM, 600GM, a1 투바디! 다 질러버릴 테다! 캬하하! (짝!) ...농담, 아니, 반 농담입니다. (야!) ....이상하네. 막상 신용카드 개통되니까 악용할 생각부터 드네. 역시 인간은 재밌어. (...)
그렇구나. 나 같은 놈들이 넘치기에 신용카드 발급을 빡세게 통제하구나. 남의 자존감 박박 긁는 한이 있더라도 재산을 파헤치는구나. 이제 이해합니다. (...) ...는 개뿔! 난 복수다. 난 어둠이다! 내 노후자금은 신용카드 배째라로! (짝!) 끼요옷!
혜택 같은거 휴대폰에 캡처해서 저장하고, 세팅해 놓으면 좋음.
무이자 할 부 하면 안됨. 할인 + 포인트 혜택 아마도 사라짐.. 하면 안됨.
카드 연체 하면 요즘은 10% ~ 20% 정도 더 나옴, 이건 좀.
사용한도는 많이 쓰면 늘려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