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이 넘는 초등학교 교복에 슬퍼지는 날<-meta />
어.... 일단 뉴스부터 보시죠. (..?)
부산에 모 사립 초등학교, 신입생 남자 교복이 무려 105만원! 여자는 107만원! 여기에 조끼니 카디건까지 합치면 남학생 123만원! 여학생 152만원! (...) ...미친 거니! 교복을 티타늄으로 만든거니! 초등학교 이름 깔까! 언론에서 이미 장소까지 다 까발렸다만! 부산 중구 소재 사립초는 “남성초등학교” 밖에 없어!
후우... 첫사랑을 지명수배서에서 만난 기분이야... 그렇습니다. 남성초. 제 모교입니다... 초등학교라... 돌이키면 부모님께 너무나 죄송해. 내가 뭐라고, 그 비싼 학교에 보내셨담. 분명히 밝히지만, 우리 집이 날 사립초에 보낼 만큼 넉넉한 형편이 절대 아녔어! 그런데, 그런데, 참... (...)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다는 학교 보내고픈 마음이 부모님 심정일까...
변명하자면, 난 어려서 몰랐어! 꼬꼬마가 알게 뭐냐! 그냥 다 같은 학교인 줄 알았지.. 그렇게 비싼 곳인 줄 몰랐지... 할머니가 내게, 너 초등학교 등록금이 대학 등록금보다 더 비싸다, 그러실 때도 난 할머니 말씀이 무슨 소리인지 몰랐어.. 정말 몰랐어... 불효자는 웁니다.
2014년, 지금으로부터 8년 전, 그때 이미 남성초 납입금이 676만원이었대. 맙소사... 액수를 알고 나니 더 경악스럽다. 아니, 대체... 이게 사교육의 현실이다! 뭐? 자율형? 돈 없으면 학교 하나 가지 못하는 세상이니! 에라이! 차라리 공산주의 하라지! (짝!) ...진심이다. (짝!)
8년 전에 납입금이 676만원이라, 그럼 2023년에는 얼말까? 1천만 원에 육박할까! 이 정도 교육비 낼 각오인데, 교복에 150은 못 쓸게 어딨어! 오히려 몇몇 학부모님들은 반기셨을 것 같은데! 다른 아이들과 차별되는 우리 아이만의 명품! 어이!
그래, 논란거리는 무슨... 도리어 언론에서 우리 대 남성초등학교를 톡톡히 광고해 준 격이야! 부산 구도심에도 격이 다른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캠브리지 멤버인지 뭐신지에 가입된 학교입니다! 스쿨버스도 운영합니다! 아주 그냥, 어그로 광고 쫙쫙쫙! (...) ...잘 됐네요.. 는 개뿔!
워워, 펀쿨섹... 솔직히, 가격만 싸다면야 교복? 난 좋다고 생각해. 초등학교 때부터 교복 입는 거, 찬성이야. 나, 나름 소속감 느꼈다고. 자부심 가졌다고. 남성초 교복 아니었으면 여태껏 내가 언제 나비넥타이를 맸게요. ...단, 학년이 바뀔 때마다, 내 신체가 성장할 때마다, 어머니는 새 교복을 맞춰야만 했어... 그런데 뭐? 교복이 100만원? 야이! (짝!) ...후우.
그래서, 사립초 다녀보니 좋았냐? ...소신발언 합니다. 그 비싼 등록금 내가며 다닐 만큼은 아닙니다. (...) 영어 좀 더 배웠고, 컴퓨터 좀 더 빨리 배웠고, 배구의 매력을 깨우친 정도랄까? 내가 남성초에 다녔기에 얻은 교훈은? (...) ..그 외는 일반초등학교랑 똑같아! 거기도 다 사람 사는 학교고, 싸가지 없는 인간도 있고, 좋으신 분도 있고, 그랬어! ...그래, 날 봐! 사립초 졸업했다고 지금 어떻죠? 응, 백수의 왕! (...) 후우...
...잠깐만... 기억났다.. (..?) 초등학교 친구 중에, 유독 나랑 친했던 친구 중에, 무려 3명이나 도중에 학교를 옮겼어... 친구들은 그 어린 나이에도 부모님을 걱정했고, 가정을 챙겼어. 본인 스스로 다른 학교로 가고 싶다고 말했어... 그 절절한 고민을 듣고도 난 공감하지 못 했구나.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구나... 부끄럽습니다. 친구들은 어른의 아픔을 배워나갔건만...
...죄송합니다. 개인 하소연만 늘어놓고, 여러분의 마음마저 무겁게 만들었구나... 그, 어제 엄마한테 물어봤어. 왜 날 사립초에 보냈냐고, 후회하지 않냐고.. (...) ...후회하지 않는데. 되레 그때 학원 보내주지 못해서 미안하데... 난 정말 행복한 놈이구나... 나는 행복합니다~ (...)
난 부모님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거야. 우주가 도우사,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놓고, 그렇다 해도 내 아이는 절대 사립초에 안 보낼 거야! 하물며 등록금 비싼 사립대학? 지가 벌어서 간다면야 말리지 않겠어. 그러나 기본은 국공립 가라 그래! 요즘 지방 국립대는 정원 널찍하다며? 거기 가! (...)
이상. 두서없이 속마음을 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내일은 평소대로의 신박한 개소리로 돌아오겠습니다.. ...아참, 혹시 여기 동문 있니? (....) 아는 척 하지 맙시다. 추억은 아픕니다... (...) ...남성어린이~ 끼요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