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카메라 세로그립을 못 쓰는 이유
토요일은 카메라 장비 이야기입니다! 일반인 여러분은 내일, 어쩌면 월요일 봅시다! (...)
첫 번째 주제, 소니 2070 F4 G! 탈락! (...)
169만 9천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니, 비싸도 너무 비싸잖아! 이 돈이면 차라리 다른 렌즈를 사겠다! 이를테면, 시그마 2470 F2.8 DG DN! 중고가가 100만원이 넘지 않아. 혹은, 아싸리 2470 GM 1세대도 괜찮죠. 중고가 120 ~ 130 선?
혹, 가벼움을 추구한다면 시그마 2870 F2.8은 어떨까. 또는 탐론 2875 F2.8도 대안이 될 수 있지. 둘 다 2070 대비 가격은 반 토막에, 무게는 얼추 500그램대로 비슷하고, 얼마나 좋게요. 이런데 뭐? F4 렌즈가 169만 9천원? 싸우자 소니!
물론, 2070만의 장점이 있죠. 소니 네이티브에다, GM 뺨치는 해상력에다, 조용하고 신속한 XD리니어 모터가 들어간 점이며, 그리고 20mm 화각! ...그래도 그렇지! 상식을 초월한 가격 앞에서 모든 장점이 무너져 내리는 걸.
글쎄다, 여러분은 20mm를 꼭 사용해야 할 동기가 있어? 난, 없어. 내겐 24mm조차 버거울 정도로 초광각이라고. 이런 놈이 20mm를 평가하려니 애매한 거야... 다만, 20mm가 “브이로그” 용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에는 반댈세!
자, 20mm 화각. 액티브 손떨방은 들어갔는지 모르겠어. 어쨌든, 좀 답답하지 않니? 모델님이 팔을 쭉 뻗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앙? (...) 그나저나 모델님 고생하신다. 카메라 본체 700그램, 2070이 후드까지 합쳐서 약 500그램, 여기에 슈팅 그립이 대략 200그램, 벌써 1.4KG이야. 아이고, 당장 부축해드리고 싶네. (...)
아무튼, 나 장비가는 2070에 실망했다. 소니코리아는 정신 차려라! 다음.
이번 주제는, ..나는 왜 세로그립을 쓰지 않는가. 아니, 못 쓰고 있는가.. 입니다. 사실 난 세로그립을 장비 생활 초창기부터 접했어. 중고로 업어온 바디에 세로그립이 달려 있었거든. 제법 묵직하니, 든든하니, 폼 났습니다. 그러나,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불편했다! 도저히! 중고로 팔았어! (...)
일단 그립이 생각보다 좋지 않아. (?) 오해하실라, 가로 촬영일 때는 그립감이 압도적으로 좋아져. L플레이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손에 감기지. 문제는, 세로 촬영 일 때다! 세로그립 밑둥 플레이트 때문에 손바닥이 간지러워! (?) 말로 표현하기 힘드네. 백문의 불여일견, 사진으로 보실까.
그래, 세로그립만 단독으로 쓰기엔 허전하거든. 카메라를 삼각대에 체결하기 위해서, 또는 스트랩을 걸기 위해서, 세로그립 밑둥에 플레이트를 달아야 하거든. 이럼 플레이트가 그립부위를 침범하잖아? 손맛이 다 죽잖아? 이럼 세로그립 달 이유가 뭐지? (...)
뿐인가? 세로그립 일체형 바디들은 스트랩 걸기가 애매해. 이게 어중간해진다니까. 아잇, 말로 어떻게 전달이 안 되네... 대충 이해오시죠? (...) 그나마 숄더스트랩은 방법을 강구하기라도 할 수 있지, 핸드스트랩은 대책이 없다니까. 핸드스트랩이 세로그립 셔터버튼을 가리기 일쑤야. 가로 세로 전환 할 때마다 손을 스트랩에서 뺐다 넣었다, 귀찮아 죽습니다.
무게 늘어나지, 부피 커지지, 그에 따라 가방까지 큼직한 걸로 바꿔야지, 세로그립 때문에 희생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냐. 그런데 정작 세로촬영에서 그립감이 탁월하게 올라가길 하나, 스트랩 걸기가 용이해지길 하나, 뷰파인더 쳐다보기도 어색해지고, 이거 완전 뜨거운 계륵탕이라니까.
이쯤에서 그 분께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콧 키 작가님! 키 작가님은 세로그립 일체형 니콘 Z9을 어떻게 거치하는지 알아볼까요.
맙소사... 틸타 케이지에, 스트랩을 아예 안 쓰시구나! 대신 홀스터 방식으로 들고 다니시네. 캬하! 무릎을 탁 칩니다! 역시 센세! ...는 감히 제가 따라할 수 없는 방법인데요. 야너두? (...)
알루미늄 케이지 무게만 300그램이야. 세로그립이 300그램 정도 나가고, 여기에 배터리 2개까지 합하면 총 무게가 얼마야? 그립감 챙기려다 손목이 나갈 것 같은데? 어이! ...또한, 제아무리 가로세로 간 거슬리는 부위를 제거했다만, 그럼에도 홀스터에 꼽힐 작은 돌기가 거슬린단 말이지. 흐음... 아참, 그전에 “홀스터” 자체가 부담 되구나. 당신은 카메라를 쌍권총 마냥 허리에 차고 다닐 용기가 있습니까? 전 없습니다. 전 여자가 아니니까요. 홀스터는 여성 작가님이 찼을 때야 빛을 발하는 무기죠! 암요! (...)
이렇듯 세로그립을 평가절하 하는 놈이, 잊었다고 하는 놈이, 왜 은근한 관심을 끊지 못하냐? ...그게, 왜 그런 물건이 있잖아. 1년에 1번 정도는 정말 유용하게 쓰는 제품. 세로그립이 그랬어... 이를테면 행사장이니, 모터쇼니, 지스타니, 유독 세로촬영을 많이 할 때, 이때 세로그립이 있다면, 편리함 자랑하며 사진 찍을 수 있을 텐데, 이런 욕망 다들 품으시죠? (....)
계륵이네, 계륵이야... 늘상 달고 쓰기엔 거추장스럽고, 쓸 만한 데서는 편리하고, 참... 어디 세로그립 대체할 제품 없을까나... 하던 와 중에 제 눈에 엄청난 녀석이 들어왔습니다! 니콘 MC-N10 리모트 그립!
홀리 몰리. 리모트 그립에 아카스위스 클램프를 달아서 세로그립 대용으로 사용하는 거지! 세로촬영이 많을 때만 톡하니 장착했다가, 안 쓸 때는 가방 구석에 넣어 놓고! 어때? (...) ...흐음, 클램프에, 그립에, AA 건전지 2개에, 너무 무거우려나... 끄응, 어렵네.
하지만 우리 소니 유저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죠! 해당 제품은 니콘에만 있으니까! 게다가 가격이 초 사악합니다. 정가 59만 8천원! 낄낄낄! 백금으로 만들었니? 가격 너무하네! 소니 2070만큼이나! (...) 그래도 하나 있으면 여러모로 쓸모 있겠다야. 중국 성님들이 저렴한 카피품 하루 빨리 내주시길 기원합니다. 소니로도요! 핑핑! (짝!)
여하튼, 오늘 장비 이야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