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덕을 위한 코스프레는 없다
오늘 주제는 “코스프레”입니다. 현실 이세계 물로 가보실까.
지스타만 열리면 난 쫄래쫄래 카메라를 매고 코스어님들 찍기 바빴어. 내가 지스타 아니면 언제 여성분과 눈을 마주치겠니. 그렇게 코스프레를 나름 좋아한다고 자칭했다만, 글쎄다, 돌이켜 보면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아. 난 그냥 여성 모델님이 좋았던 거 아니었을까?
실제로 그래. 코스프레는 의상이 큰 부분이잖아? 그런데 난 의상에 초점을 맞춘 적이 없었단 말이지. 참... 뭐, 무생물에 관심 없었다 한들 무슨 대수입니까. 그러나 모델님에게도 찐 애정이 없었어. 그 분들의 별명이 뭔지, 무슨 캐릭터를 코스한 건지, 어떤 장면을 묘사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찍어댔습니다. 방어력 높은 의상에만 해벌레... 이건 아니잖아!
그래서 코스프레 세계를 탐구해 봤습니다! 미지를 개척하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 소감을 여러분과 나누려고 해. ...일단, 코스프레는 팀 단위로 하더라? 이를테면 CSL, 에이크라운, 티티클, 등등 각 조직이 있더라고. 호오...난 몰랐어. 코스어는 개인 활동인 줄 알았어. 제가 세상을 이렇게 단순하게나 바라봅니다.
다음, 의상! 코스어 분들이 직접 의상을 제작하시더라? 물론 취미 코스어님들은 자신의 의상을 만들 것이라 예상했다만, 프로들은 다를 것이라 예상했거든. 이미 공장에서 제작된 맞춤복을 입고, 주최 측에서 제공한 의상을 입고, 잠깐 행사 뛰는 걸로 오해했거든!
복장 하나하나가 자수성가 된 사실을 알고 나서야 눈이 띄었어. 그제야 의상에 눈길이 가더라. 코스어가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든 옷! 각자 어떻게 해석했을지 궁금한 옷! 그럼 새롭게 거듭난 눈으로 과거를 다시 파헤쳐 보실까! 지스타에서 니케 그 자체가 되신 "아자" 님! 라피를 소개합니다!
아자아자, 하악하악! (...) 칼린쇼 애청자들은 아실 거야. 내가 얼마나 아자바라기인지. 단연 제 셔터감을 가장 쿵쾅되게 하신 분입니다. ...하지만, 그런 아자님일지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 나 군필자는 코스 완성도에 만족 못했습니다. 에헴!
...자꾸 총기 끈고리가 신경 쓰여. 탄띠 버클이랑, 금속 단추랑, 살짝 노란 끼가 도는 유광 재질로 택하셨잖아? 물론 광택 나는 금속을 검은 의상 사이로 배치함으로써 매력점을 만들었다지만, 이 부분은 코스어가 해석하기 나름이라지만, 그럼에도! 전쟁터에서는 무광 블랙이 기본 아니겠습니까!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 어이! 라피 원본 일러스트에서도 무광 블랙이네! (....)
끄응... 오해하실라. 전 절대 밀덕 아닙니다. 여태 살아오며 군대 이야기 떠벌린 적 없습니다. 밀리터리 룩 자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순도 99.9% 민간인이라고... 그런데! 하필! 내가 사랑하는 코스어 의상을 보며 밀덕 본능을 일깨우다니! 아오! 멈춰!
..는 아니, 아직 한 발 더 남았다. 여러분은 라피 총에서 이상한 점 못 느꼈어? 더 정확히는 유탄발사기에서, 앙? (?) 유탄발사기 방아쇠가 없잖아! 방아쇠도 없는데 어떻게 유탄을 쏜단 말인가!
실제 M4 소총에 유탄발사기 단 모습입니다. 그래, 이래야지! 방아쇠가 2개! 근데 코스프레에서는 방아쇠가 단 1개! 불편합니다! 아자 님! 이건 저도 못 넘어가겠다고요! ...끄흑, 꺼흑, 아악! 애정하는 이를 밀쳐내야 하다니, 이 무슨 비극이람! (짝!)
그런데 말입니다. 확인 차 라피 일러스트를 살펴 본 순간, 오우야.
히히히! ..원래 없었어... 게임 속 라피 또한 방아쇠 없는 유탄발사기를 쓰고 있었어... 아자 님은 충실히 라피를 코스프레 하셨던 거야... ...이쯤에서, 니케 그림 담당 누굽니까? 캐릭터 담당 누구야! 어! 김형태! 당신! 오늘부로 너님을 “미필로” 임명하겠소. 총 하나 고증 못 하다니! (짝!) 아잇! 괜히 엄한 코스어님 탓 할 뻔했잖아!
아무튼. 이제 이해해. 밀덕들이여! 그대들이 왜 세밀한 설정까지 충실하게 따지는지 알겠습니다. 후아.. 고증에 심취하니 끝이 없어. 실총 가져와야 하고, 실물 탄띠 가져와야 하고, 아예 이럴 거 실탄까지 장착해야 마음이 놓이겠어...
안 돼. 이렇게 가서는 안 돼. 악마처럼 디테일에만 집착하는 모습! ...상대를 알면 알수록 사랑에 빠져야지. 그렇지 않고 기대치만 높아지는 현상, 다메다메요. 이러다 가스라이팅이 되고, 집착광이 되고, 타락한 십덕이 된다, 이 말이야! 자! 우리 모두 마음을 다잡읍시다. 사리사욕을 버리고, 바람처럼 가는 대로 마음대로. 허허실실 그렇게!
코스프레 또한 불심으로 대동단결!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