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코믹월드 앞에서 무거워지는 나
어제에 이어 오늘 역시 코스프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 아잇, 연이틀 덕스러운 주제를 꺼내는 이유가 있습니다. 2월 18일, 19일! 부산 벡스코에서 “코믹월드”가 열립니다! 진정한 오덕들의 향연, 동인상품의 거래처, 코스어들의 집합체가!
십덕을 자칭한 나지만, 실은 코믹월드에 가 본 적이 없어. 코믹월드 존재 자체를 최근에야 알았어. 나야 게임은 관심 많다만 애니나 만화 쪽은 잼병이걸랑. 이런데 감히 내가 “코믹”월드에 가도 되려나? 나 같은 아류가? (...) 뭐, 나야 코스어님들 찍는 게 주 목적이니까! 가즈아!
는, 그런데 말입니다. 코믹월드는 순수 아마추어 코스어 분들이 오신대. 이럼 나가린데... (?) 아시잖습니까. 제가 대인기피증이 있다는 거. 말을 못 붙입니다. 사진을 찍기 이전에 서로 의사소통을 나눠야 할 텐데, 난 그저 쭈뼛쭈뼛, 어물어물, 지스타에서 뼈저리게 느꼈죠... 아니다. 이럴수록 인물사진을 연습하기 위해 가야 할까? (...)
그... 더 두려운 건 인간 본성이야. 날 못 믿겠어. (?) 무대가 아닌 거리에서 개인 대 개인으로 코스어를 만난다? 이러면 사고 터질 가능성이 높다, 이 말이야. 특히나 숙녀 분들에게 들이대는 “찍새” 사례를 너무나 많이 접했다, 그 말이야! 나도 예외일 리가 없다! 남자니까! 오히려 더 위험하지. 모쏠은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 생각한다고! 우리 찐따들 인정? (짝!)
잠깐, 아! 남자 코스어만 찍으면 되겠구나! 헌데 전 남자를 찍고 싶지 않아요! 제 아무리 차은우, 박보검이라 할지라도! 영혼이 안 담긴다고! 따흑! (...) ...잠잠깐, 카와이한 남자라면? 여장 자라면? 엇? ..가능! 그러나 “가능”하기에 도리어 찍을 수가 없다. 여성을 안 찍겠다면, 마찬가지로 여장, 보추, 쇼타 또한 촬영 대상에서 제외해야 타당하지. 아무렴요. (짝!)
내가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는 걸까? ...그러기엔 불쾌한 뉴스를 너무 많이 접해버렸어. 피팅모델을 속여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코스프레 동호회에서 성관계 몰카를 찍고,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피해를 보고, 이게 뭐냐! ....물론 난 안 그럴 것 같아...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어디 내 혼을 담아 찍을 수 있는 남캐 없을까나... 엄... 스파이패밀리 “로이드 포저”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
단! 코스어는 남성이어야 하며, 수트가 기막혀야 합니다. 양복 격식에 맞추는 것은 당연, 넥타이는 비단, 수트는 모 100%면 더 좋죠. 신사모에, 트렌치코트에, 손목시계는 007 오메가 아니겠습니까? (...) 크흠, 코스프레를 하라는 건지, 온 몸에 돈을 퍼 바르라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야.. 죄송합니다.
사실 내가 진짜 만나고 싶은 남캐는 따로 있어. 짠!
그렇습니다. 아싸씨노! 에치오 아디또레 다 삐렌쩨! 브라더후드 복장! (...) 근데 보기 힘들겠지? 이제 시간이 지나버린 캐릭터이기도 하고, 또 의상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구나. 이탈리아 감성의 광택 레드 실크, 하얀 면직물은 마치 나일론을 가공한 거 마냥 빳빳해야겠구나. 그리고 허리 벨트는 금속을 써야 날카로운 맛이 살고, 어깨에는 뽕 많이 넣어야겠다야. 결정적으로 암살검! 택틱컬하게 착착 튀어나와야 백미지! 어후, 어렵다 어려워!
아무튼. 덕스런 얘기하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네. 부코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는 더 고민해야겠지요. 모두 힘을 빌려줘! ...라고 어중간한 결말을 내려했습니다. 근데 코믹월드에 더 알아보니, 아라라, 매우 위험한 사실을 깨닫고 말았습니다. (?) 코믹월드에는 10대가 많이 온대... 이럼 진짜 나가린데...
10대를 절대 과소평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정말 순수한 시기니까, 세상의 더러움을 모를 수 있으니까! 감수성 민감한 시기에 내 행동 하나로 상처받으실지 어떻게 알아요. ...아잇! 꼰대처럼 보인다 한들 어쩔 수 없어! 그 분들은 아직 어리잖아! 적어도 찍새놈이 거시기 커팅짓 했을 때 당장 고소미 쳐 먹일 독보성을 갖춘 대상을 찍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아재 목놓아 외칩니다!
아오, 이제 내가 뭘 떠들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이게 뭐야. 동인 상품 구경하고, 코스프레 구경하고, 즐기러 가면 될 것을.. 이 무슨 걱정이며, 고민이며, 개똥철학에 갇혀서! 에라이! ...이럴 때 내 옆에 여친님이 계셨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코 당당하게 갈 수 있습니다! 한 눈 팔 새 없습니다! 내 사랑이 옆에 있는데! 마나님과 함께하는 덕력흠뻑쇼! 응, 그런 일은 우리에게 있을 수가 없어! (짝!)
그렇구나. 이게 다 내 탓이구나.. 흑흑, 선생님! 전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모쏠인 것도 억울한데! 끼요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