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기피자의 부산 코믹월드 촬영기
제군들. 돌아왔다. 부산 코믹월드에서 살아 돌아왔다. 박수 주세요! (...) 후아, 근데, 역시 나랑은 안 맞네! 내 생에 더 이상 코믹월드는 없을 것 같네! 한 번 경험했으니 된 거죠!
예상은 했다만, 그야말로 군중 속의 고독이었어. 아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귀멸의 칼날, 슬램덩크, 에반게리온, 스파이 패밀리, 은혼, 원신, KOF 정도? ...그럼 아는 캐릭터라도 즉각 즉각 사진을 찍어야 할 거 아냐? 근데, 그런데, 아악! 이 찐따놈은 타인에게 말을 못 겁니다. 으휴...
그래도 가슴을 졸이며 총 6명의 코스프레어 님 사진을 담았어. 문제는 뭐다? 사진 허락만 구하고, 정작 사진을 어떻게 찍을지 의사전달을 못 한다! 아오! 내 속이 터져서 진짜! 나란 놈은! ...나도 알아. 소심하게 찍으면 결과물이 결코 만족스러울 수 없다는 거. 그걸 알면서도 고치질 못 하니...
대표적으로 배경 선정이야. 전 깔끔한 배경을 좋아합니다. 배경이 단조로워야 인물만 톡 부각되는 샷이 나오죠. 그러려면 모델님에게 특정 장소로 이동할 것을 부탁드려야 하잖아? 으, 으아! 난 부탁을 못 드렸어...
은혼에 카무이를 코스프레 하신 “@hayangaemi_“ 님 입니다. 하아... 죄송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뒤에 스타벅스 마크 뭡니까? 아잇! 찍는 순간에도 알았으면서, 여기서 벗어나야 함을 알았으면서, 알았으면서! 소심도 적당히 해야지! 또, 조리개 수치는 왜 이 따위야? 아오!
여하튼. 사진은 차차 올리겠습니다. 모든 사진은 코스어님 허락을 맡았고, 올려도 된다는 윤허 또한 받았습니다. 후우.... 아참, 내가 부코에 참석하기 전에 결심한 게 있잖아? 내가 진짜 사랑하는 캐릭터를 찍자. 이름을 아는 캐릭터만 찍자. 그런데 예외가 생겼어.
화산귀환에 임소병을 코스프레 하신 “@Wang_gwan_” 님 입니다. 전혀 모르는 웹툰, 캐릭터였지만, 나도 모르게 사진을 청했어. 오우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코스에 수제의 느낌이 난다랄까? ...다만, 촬영 후에 부채를 잃어버리셨습니다. 나 때문인가? 죄책감이 몰려와... 정말, 으흑... 혹시 오늘 부코에서 부채 습득하신 분, 해당 트위터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나저나, 코스어님들 대다수가 트위터로 연락을 주고받으시더라? 하아. 명색이 코스어를 찍는 다는 놈이 루리웹만 고집해야 할까? 나도 트위터 해야 하나? (...) 근데, 전에 말했지? 난 트위터를 일부러 안 써요. 왜냐? 그야 트위터는 야동 보러 가는 곳이니까! 특히 무가공 일반인! (짝!) 그래서 내가 트위터를 안 쓰는 거야! 의지력으로! 하면 욕망부터 찾아보니까!
아무튼... 속이 터진다. 내 실력에 절망하고, 성격에 더 절망하고, 참... 엇? 잠깐. 근데 만약 내가 코스어님과 인싸처럼 원활히 소통했다 쳐. 그래도 문제일 것 같은데? (?) 그때부터는 슬슬 독재자 가스라이팅 튀어나오죠. 내가 원하는 샷이 나올 때까지, 무한 반복! 포즈 한 번 더! 배경 바꿔서 한 번 더! 표정 다르게 한 번 더! 렌즈 바꿔서 한 번 더! 15장 찍을 때까지 계속! ...내 자신이 무섭습니다.
후우... 이번에 절실히 느꼈어. 난 그냥 맘 편히 부스 모델님 찍고 싶다. 지스타에서 하루 종일 아자님 찍고 싶다. 그렇다...
비록 부스 모델님 찍기엔 박 터지지만, 때로는 바닥을 길 자존심도 내려놔야 하지만, 적어도 맘은 편하니까. 모델님 눈치 보니, 미안하니, 하지 않으니까. 배경도 웬만하면 단색으로 깔끔하니까. ..소심한 나도 맘껏 찍을 수 있으니까. 오케이!
이상. 찐따의 첫 부코 참가기였습니다.... 다음 부코? 안 가! 아니, 못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