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을 길렀다<-meta />
오늘은 “정순신 아들 학폭” 사태에 대해 제 소감을 털겠습니다. 혹 정순신이 누군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검사 출신이고,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고, 이번 정권 첫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될 뻔 했다가, 아들 학폭 문제로 임명 받은 지 하루 만에 사퇴한 인물입니다.
사실 처음에 난 정순신 씨가 왜 그렇게 쉽사리 사퇴를 했는지 이해를 못 했어. 본인 잘못도 아니고, 아들 관리 제대로 못 했다는 이유로 공직을 외면하는 건 너무하잖아? (...) 근데, 추후 돌아가는 정황을 보아하니 반드시 사퇴를 해야만 했더군! ..참, 아들이 내뱉은 발언이 구구절절 주옥같아. .,.제주도에서 온 돼지새끼, 좌파 빨갱이, 우리 아빠는 검사다. 아는 사람 많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 이런 살벌한 발언을 주변에 뿌려댔습니다. (...)
여기까지야 아들 탓이라 쳐. 그러나 학폭을 일삼는 아들을 바로잡지는 못할망정, 정순신 씨는 아비 된 자로서 오히려 아들을 두둔하고, 검사 신분을 이용해 온갖 법 기술을 동원하고, 결국 끊임없는 소송을 통해 학폭 기록일랑 일절 생활기록부에 남기지 않는 기염을 토하셨어. ...이건 아니잖아. 특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의롭다는 검찰 출신이 이래도 됩니까... 되나? (...)
아무튼.. 정순신 사태를 통해 내 고정관념 2가지가 타파됐어. 우선 하나는, 서울대 갈 정도로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은 학폭을 저지르지 않는다. (...) 적어도 난 그렇게 커 왔단 말야. 학창시절, 공부 잘하는 친구치고 애들 괴롭히는 놈은 없었걸랑. 날 괴롭히는 놈이 없었어. (...) 물론 인성과 학력을 별개라지만, 이상하게 성적 상위권은 최소한의 상식선을 지켰다니까. 학창시절 왕따 및 괴롭힘 당해 본 제가 보증합니다. (...)
그런데, 학폭을 저지른 정순신 아들은 서울대를 갔네? 호오... 정말 아리송하단 말이지. 학폭을 저지를 만큼 무식한 놈이 어떻게 서울대를 갔지? (...) 뭐, 서울대 출신이라고 꼭 좋은 분만 있는 건 아니죠. 나라 망친 놈들도 다 서울대 출신이죠. 그럼에도, 뭐랄까. 그들에겐 귀족적 교양? 허세?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눈치? 는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거 아냐. 대한민국 앞날을 책임질 인물들인데, 앙?
만약 내가 서울대 동문이었다? 명예와 허세를 위해서라도 정순신 아들 퇴학시키라 아주 고래고래 탄원서를 뿌렸을 거야.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서울대 급이 떨어지게 생겼잖아. (...) 그런데 아직까지 서울대에서 별 말 없는 것 보아하니, 검사 아버지가 대단하긴 대단한가 봐. 여러분 중에 검사 아닌 자는 애 낳지 말지어다. (짝!)
다음, 난 자율형 사립고 선생님들을 속물로 바라봤어. 성적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학부모님 재력을 따지고, 대입만을 목표로 하고, 인성이며 가치 전달은 내팽개친 선생님. ...그런데, 정순신 아들을 끝까지 지적하고, 검사 출신 아버지와 법정 다툼을 2년 넘게 벌인 주체가 다름 아닌 민사고 선생님 일동이네? 호오오...
내 여전히 자율형 사립고에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여전히 색안경을 버리진 못 하겠다만, 그러나 칭찬할 건 칭찬하겠습니다. 자율형 사립고 민족사관고등학교, 대단합니다! 비싼 돈 주고 가는 이유가 있군요!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다만, 난 선생님들에게 더욱 큰 기대를 품고 싶어. 제2의 정순신 아들이 나오지 않도록, 더욱 단호하게 대처해 주십시오. 가해자가 잘못을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십시오. 그 어떤 피해자도 생기지 않게, 마음 다치지 않게 세심히 살펴 주십시오. 이 정도 해야 민사고 선생님이지, 암! ..까짓것 필요하다면 사랑의 매까지 허용합시다. 이왕이면 학생과 부모 둘 다 체벌하는 거야. 캬하! (...)
여하튼, 정순신 부자를 통해 제가 배운 점이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공을 정순신 부모님께 돌립니다. 응? (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