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파워. 80+ ETA<-meta />
오늘은 컴퓨터 파워에 대한 제 소신을 여러분께 강제 주입하겠습니다. (...) 먼저 오리발부터 내밀게. 난 파워 전문가가 아냐.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지식을 기반으로 일장연설을 늘어놓을 테니, 꼬치꼬치 캐묻지 마십시오. 이상한 부분일랑 어련히 가려 들으십시오. 오케이?
우선 제가 얼마나 파워에 진심인지 부터 증명하겠습니다. 제가 사용하고 있는 파워입니다.
왼쪽이 안텍 750W 터프 골드, 오른쪽이 시소닉 650W 프라임 티타늄입니다. 이 중 안텍 750W 골드는 팬이 수명을 다해 무기한 휴식 상태로 돌입했습니다. 지금은 시소닉이 혼자서 제 컴퓨터를 구동시키고 있죠.
여기서 잠깐, 넌 뭔데 파워를 2개나 쓰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제가 사용하고 있는 실버스톤 TJ07 케이스 뒷면을 보시죠.
아랫면을 주의 깊게 봐주십시오. 파워가 들어갈 구멍이 2개지요? 그렇습니다. 파워에 진심인 놈은 케이스를 고를 때부터 쌍 파워를 염두에 둡니다. 크흑! (...) 자, 내 시스템 소개 겸 자랑은 여기까지.
본격적으로 파워 전력 효율 등급에 대해 따져보자고. 대표적으로 80 PLUS 인증이 있죠.
파워의 성능을 따질 때 분명 80플러스는 도움이 돼. 랭크 마냥 금은동 색깔로 구분해 주니 얼마나 직관적이게요. 그런데 의외로 80플러스에는 허점이 많걸랑. 이를테면, 티타늄 등급을 제외하곤 10%로드에서 효율을 보여주지 않아. 거참.
내가 왜 10% 로드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 하냐면, 이 구간이 컴퓨터가 유휴상태일 때 소모하는 전력량과 겹치거든. 표를 하나 보실까.
4090에, DDR5 6200에, 전력소모 한가락 하는 CPU로 이루어진 시스템조차 유휴 상태 소비전력이 85W에서 왔다 갔다 해. (AMD는 120W인데?) AMD는 논외로 칩시다. AMD는 아이들에서 왜 이렇게 전기를 많이 먹는 거야? 리사수 박사님? (...)
아잇,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여러분이 850W 파워를 쓴다 쳐. 10% 로드면 85W지? 딱 시스템 유휴상태 일 때 사용하는 전력량과 동일하지? 여러분 은근 컴퓨터 가만히 두는 경우 많지? 그게 다 유휴상태지? ...이러니 로드 10%에서 전력효율이 중요하다는 거다! 그런데 80플러스 인증은 그 구간을 쏙 빼놓았다는 거다! 티타늄 빼고!
그럼 로드 20% 아래 전력효율은 어떻게 확인하느냐? 다행히 80플러스보다 더 깐깐한 인증이 존재합니다. Cybenetics에서 주관하는 ETA!
ETA도 80플러스 마냥 전력효율에 따라 브실골, 플래, 티타늄 등급을 부여해. 단, 둘은 난이도에서 차이가 나. ETA는 “overall efficiecy” 그러니까 1450개에 달하는 로드 지점 전체 평균 효율을 따지거든. 게다가, 효율 테스트 하는 환경이 80플러스보다 훨씬 가혹해. 영상 30도 후덥지근한 기온에서 전력효율을 측정합니다.
ETA는 그 밖에도 역률이 얼마인지, 5V 스탠드바이 레인 효율이 얼마인지, 대기 전력 소모량이 얼마인지, 다 따지거든. 아무리 전력효율이 좋다 한들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나가리 되거든. 역률, 5VSB가 뭔지는 각자 검색해 보시고, 에헴. (...) ...이렇듯 ETA가 워낙 빡세서일까, ETA 최고등급 다이아몬드에 이른 파워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어.
이왕 말 나온 김에 ETA에서 제공하는 그래프로 전력효율을 따져봅시다. 대상 파워는 BE Quiet! Dark Power 12 750W. 당당히 ETA 타이태니엄 등급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수수께끼가 풀립니다. 80플러스로는 알 수 없었던 로드 20% 이하 미지의 영역을 탐구할 수 있습니다. ...로드 5%, 그러니까 로드 40W 이하에서는 전력효율이 80%를 넘기지 못하는구나. 그러다 로드가 50W를 넘어가고, 로드 10%인 75W구간에서는 90% 이상의 전력효율을 보여주네.
대개 파워가 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여주더라고. 로드가 극도로 낮을 때는 전력 효율이 형편없다. 그러다 대략 로드 10% 구간부터 제 성능을 발휘한다. 이 말은 뭐다? 1500W파워는 150W부터 제 성능을 발휘한다? ...과연 제 추측이 맞을지 따져봅시다. be quiet! p12 pro 1500W 효율표입니다. 115V에서는 티타늄을, 230V에서는 안타깝게 플래티넘을 취득한 파워죠.
자, 90% 이상 효율을 보여주는 하늘색, 시작점이 110W 근처네. 내 예상보다 더 빨리 제 성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걸? 호오... 그럼에도 초기에 박차 오르는 감이 750W에 비하면 느리지? 특히 로드 60W 이하에서는 전력효율이 80%에 미치지 못 해.
그러니, 내가 만약 유휴상태에서 전력을 60W 정도만 소비하는 시스템을 사용한다면, 난 1500W급 파워는 쓰지 않을 테야. 유휴상태에서 전력효율이 기대보다 못 하니까. ...물론, 고작 몇 프로 효율, 그것도 아이들 상태에서 몇 프로 효율 때문에 파워 전체 출력용량을 제약할 필요는 없죠. 이렇게 전기요금 아껴봤자 10년 치 모은 들 1만원이 넘지 않겠죠. 이때까지 한 고민이 우스울 지경이죠.
허나,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행위, 그 자체에 로망이 있잖아! 파워 용량은 뭐가 좋을지, 등급은 무엇으로 할지, 예산은 얼마까지 사용할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잖아... 아닌가? 나만 신나서 떠든 거야? 그런 거야? (...) 따흑...
알았어! 오늘은 여기까지! ...내가 왜 갑자기 파워를 조사하고 있는지, 어떤 시련과 역경 속에 빠졌는지, 아직 못 다한 이야기는 내일 이어가겠습니다. 끝으로 명품 파워, 시소닉 영상 감상하시죠.
풍신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