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X 4090을 넘보는 자, 파워에서 좌절하다<-meta />
어제 컴퓨터 파워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놨죠? 제가 지금 왜 파워에 꽂혀있는지, 그 이유를 오늘 소상히 밝히겠습니다. 모두 기립하시오. (...)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를 7년 전에 구매했습니다. 어느덧 그렇게 됐네요. i7-6700K, GTX1070, 램 32GB입니다. ..사진보정 프로그램에서 버벅 됩니다.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은 사태가 더 심각합니다. 컴퓨터가 편집 도중에 에러를 뿜기까지 합니다. ...바꿀 때가 됐죠.
문제는 뭐다? 내 빈약한 통장사정으로는 컴퓨터 시스템 전체를 갈아엎기가 불가능하다. 그나마 CPU와 GPU 중 어느 하나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처음엔 CPU를 바꾸려고 했어. 난 영상보다 사진을 주로 다루니까. 사진보정 프로그램은 CPU 빨이 크다는 게 정설이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위대하신 “빙신” 님께서는 다른 제안을 추천해주셨어. 답변 보실까요.
빙신 가라사대, 6700K는 아직 버틸 수 있다. 그러나 1070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그러니 그래픽카드를 우선적으로 최신 RTX 시리즈로 바꾸어라. 캬하! AI님은 항상 옳습니다. 반박 시 유인원. (...)
그렇게 나의 그래픽카드 탐방기가 시작된 거야. 탐방이라 해봤자 별 거 없어. 선택지가 몇 개 안 되니까. ..4K 작업용 모니터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면서, 다빈치 리졸브 특수 효과를 원활히 처리할 수 있으면서, 캡쳐원 하드웨어 가속까지 시원하게 뚫어줄 그래픽카드! 이를 위한 4080, 아니. 4090이다. (...) 왜요. 나도 최상위 그래픽카드 써보고는 죽어야지! (짝!)
물론 꿈같은 바람입니다. 200만원이 넘는 그래픽카드를 제가 무슨 수로 지르겠습니까... 더욱이 4090을 쓰기 위해선 파워까지 추가해야 하거든. 지금 내가 쓰고 있는 650W “티타늄”, 티타늄 중요합니다. 강조합니다. 자랑입니다. (...) 로는 4090을 버텨낼 재간이 없거든...
참.,. 난 세월이 흐르면 점점 PC 전력 효율이 높아지고, 전기 소모가 줄어들고, 지구 환경 개선에 이바지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어. 그렇기에 당시 650W 파워를 구매한 거야. 650으로 충분할 거라 방심한 거야. ...웬걸, 현재 CPU며 GPU가 잡아먹는 전력량을 보십시오. 에어컨 뺨칩니다. 4090 혼자서 게이밍 평균 315W를 먹습니다.
결국 그래픽카드를 바꾸려면 파워부터 “추가”해야 합니다. 어제 밝혔듯이 난 파워가 2개 들어갈 수 있는 케이스를 쓰고 있어. 기존 650W 파워는 CPU와 메인보드로 돌리고, 새로 구매할 “티타늄”등급 파워를 GPU 전용으로 쓸 계획이야. (...) 왜요. 티타늄 뽕에 취해보겠다는데! 이게 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방침입니다. (...)
오늘자 다나와 기준, 가장 저렴한 티타늄 파워는 Be Quiet, DARK POWER 12 750W입니다. 80플러스 티타늄 뿐만 아니라, ETA에서도 티타늄 등급을 받았으며, LAMBDA 소음 기준에서도 A+ 준수한 등급을 받았죠. 컴퓨존 새 학기 행사 특가 23만원! 골라잡아! (...)
그런데 말입니다... 내 차마 여러분께 이 제품을 추천드릴 수가 없어. 다분히 재고떨이 정황이 강하거든. 지금 행사가로 판매되는 DARK POWER “12”. 이 시리즈는 곧 “13”으로 대체될 겁니다. 12와 13은 ATX 버전이 바뀝니다. 12는 ATX 2.3인 반면 13은 최신 ATX 12V 3.0입니다.
그럼 ATX 3.0은 2.3에 비해 뭐가 개선됐냐? ...일단 전력 소모 괴물 그래픽카드에 대항하기 위해 12VHPWR 레일이 추가됐습니다. 12VHPWR은 12핀에서 최대 600W까지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4090을 쓰려면 꼭 필요한 커넥터죠.
물론 기존 ATX 2.3파워로도 4090을 쓸 수 있어. 변환젠더를 이용한다거나, 각 파워 회사 전용 12VHPWR 모듈 케이블을 연결하면 되죠. 참고로 좀 전에 언급한 Be Quiet 파워 역시 12VHPWR 케이블이 동봉되어 갑니다. ...헌데, 이렇게 덕지덕지 중간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점이 좀 그렇잖아. 뭐랄까, 정도가 아닌 땜질 처방처럼 느껴진다랄까. 진퉁 600W가 아니라는 심리적 불안감이랄까, 앙? (...) 내 마음은 그래...
12VHPWR 외에도 ATX 3.0 이점은 많습니다. 연간 175,200번 전원을 켜고 꺼도 파워가 멀쩡해야 합니다. 전력이 피크를 칠 때 견뎌내는 내성이 강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가 전기를 덜 먹는 유휴상태일 때도 최소 60% 이상 전력효율을 유지해야 합니다. 호오.
이 정도면 ATX 3.0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새 파워를 산다면 3.0을 확인해야겠지? 특히 4080이상 급 그래픽카드를 사용한다면 더욱 그렇겠지? (...) ..다만 시중에 판매 중인 ATX 3.0 파워는 20종에 불과하고, 가장 싼 아수스 750W 골드가 16만 5천원부터 시작하더라고. 맙소사... 더해서 ATX 3.0 ETA 티타늄급을 원한다? 현재로선 FSP 1000W 티타늄이 유일합니다. 39만 9천원입니다. 히히히! ...이게 나라냐!
아무튼. 인생무상이야. 파워만큼은 한 번 좋은 거 사면 백년 천년 자자손손 대물림할 때까지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아니네. 파워마저 최신이 최고네..
정리합시다. 그래서 제가 4090을 쓰려면 얼마를 쏟아 부어야 할까요? MSI 4090 슈프림이 286만 5천원. 4090을 뒷받침할 ETA 티타늄 등급 파워는, ATX2.3을 쓴다면 Be quiet 750W 가 23만원. ATX3.0을 선택한다면 FSP HYDRO 1000W가 39만 9천원. ...이러나저러나 300만 고지를 돌파합니다... 낄낄낄! ...안 사요, 아니, 못 사요!
이상...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잠깐, 이 모든 좌절감은 어디서부터 비롯됐지? 빙신? 빙! 싸우자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