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촬영장 앞에서 외치는 엄복동<-meta />
여기 혹시 영화, 드라마, 촬영 관련 종사자 계십니까? 지금 부산 **동에서 며칠간 촬영이 있던데, 대체 뭘 찍고 있는 겁니까? 진짜 궁금해서 그래. 아무도 없니? (...) 내 작품 이름만 알아봐라. 진심을 담아 저주하겠다! 쫄딱 망해라! (짝!)
펀쿨섹... 은 개뿔!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말이지, 그저 조용하고, 소박하고, 정적이 흐르는 곳이야. 이렇게 신성불가침한 장소에 왔으면 마땅히 촬영 또한 조용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찍고 떠나야 할 거 아냐! 그런데! 감히! 이 몸께서 행차하는 산책길을 통제해? 허! (...)
뭐, 보행 통제야 잠깐 참는다 치자. 허나, 쓰레기 투척은 도저히 용납 할 수가 없다! 감히! 이 몸께서 사색하는 공간에 페트병, 도시락 플라스틱, 담뱃재를 뿌려? 여기 책임자 누구야? 스태프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인간이 덜 된 놈들이 찍는 영상 따위 보고 싶지 않다! 해악이다! 부디 그대들 앞날에 패망만 가득하여라! (짝!) ..죄송합니다. 흥분해서 과장되게 표현했습니다. ..점잖게 돌려 말하죠. 니들 앞으로 찍는 족족 0.17 엄복동. (짝!)
욱한 마음에 민원까지 넣어볼까 생각했어. 그런데 다들 살자고 하는 짓인데, 차마 민원 투고 까지는 못 하겠더라고. 촬영장소가 내 사유지도 아니고 말야.. 참, 영화의 도시 부산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나지만, 영화 촬영 때문에 민폐를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 오히려 색다른 경험했다 치고 좋게 받아들여야 할까나...
한편으로 이번 사태를 통해 내 자신을 돌아봤어. (?) 타산지석! 나도 저들과 같지 않았나! 카메라를 들고 괴랄한 짓을 벌이지 않았나! 촬영에 눈이 멀어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았나! ...적어도 난 길에 쓰레기를 버리진 않았어. 하지만... 왜 이렇게 마음 한 편이 뜨끔할까...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촬영을 저도 벌였습니다. 남루한 장면을 찍는다며 빈곤 포르노를 찍어댔습니다...반성합니다. 또 반성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몰래 찍습니다. (..?) ...그래, 나, 건물 도촬한다. 주민들 없을 때, 안 볼 때, 누구 하나 마음 다치지 않을 때 슬쩍 벽 앞에 셔터를 누른다... 구차한 변명이니? (...)
에라이 이런 놈이 누굴 탓 하리오! 그럼에도 탓 하자! 상식을 벗어난 일부 스태프들! 반성하십시오! 여기 똥 묻은 개가 나무랍니다! (...) ...아참, 촬영장 민폐에 관해서 아직 명확한 법률이 제정되지 않았대. 하긴, 복잡다단한 촬영장 사정을 법의 잣대로 규정하기가 좀 어려울까.
그나마 한국영상위원회에서 발행한 “영상물 촬영 지원 매뉴얼”에 관련 절차 및 권고 사항이 나와 있더라고. 솔직히 192쪽에 달하는 전체 내용 중 딱히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은 없었어. 대충, 시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느니, 사전 홍보 및 동의와 양해를 구해야 한다느니, 불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느니, 원론적 문장이 대다수더라고.
다만, 딱 하나, 흘깃한 분쟁 구제 수단이 보였으니, ...촬영 때문에 민원이 다수 발생하여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이 필요한 때에는, 경우에 따라 관할 행정기관 및 영상위원회는 해당 영화의 “시사회”를 요청할 수 있다. ...요런 권고사항이 적혀 있네? 주민께 사죄의 의미로 시사회라? 호오... 괜찮나? 별로인가?
글쎄다. 만약 시사회 VIP석은 물론, 해당 영화 여주인공이 윤아 혹은 배두나 씨라면, 호오오... 지금껏 민폐를 눈감아 줄만 할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해? (...) ...잠깐. 아니지. ..시사회로 주민들 맘을 살짝 풀어준다 한들, “몇몇” 싸갈스들의 악행은 사라지지 않잖아! 그 놈들이 시사회에 석고대죄라도 하면 모를까!
아무튼. 내 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자전거에 담아 보내겠습니다. 0.17 엄복동!
예전에 출근길중에 촬영한다고 막던데 이게 뭐하는짓이냐고 가야된다고 팔붙잡는거 뿌려치고 제 갈길감 촬영허가 내준게 지들맘대로 하라는게 아닐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