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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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입맛 다른 친구에게 (2) 2023/04/02 PM 09:24



 

 

입맛 다른 친구에게<-meta />

 

 

모두 4월의 첫 일요일은 평안하게 보내고 계신가? 난 이번 주말이 고난이었어. 친구 녀석이 부산에 기어코 놀러왔거든! 친구놈 가이드 해 주느라 뼈와 혼이 분리될 지경이었어. 평소 집 밖에 나가지 않는 녀석이 쏴 돌아다니려니 얼마나 힘들었게요. 돈은 돈 대로 깨지고, 친구를 제대로 대접 못하는 내 모습에 죄책감 느끼고, 그랬어...

 

아무튼! 이번 방문에서 특히나 어려웠던 점, 바로 “입맛”이었어. 이 자식이랑 내가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 몰라. 180도 전혀 다른 식성인데! ...맘 같아선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코스를 정하고 싶지만, 아니, 멀리서 부산까지 온 손님에게 우선권을 제공해야 하지 않겠니? 친구 먹고 싶은 대로 따라가야 하지 않겠니? 그리 하야 내 속은 뒤집어졌지. 하!

 

첫 번째 식사, 순대전골!

 

순대전골은 난생 처음 먹어보는 거야. 2만 4천원이나 하기에 거창한 걸 기대했어. 순대뿐만 아니라 살코기도 듬뿍 들어가겠구나, 는 천만에. 진짜 순대에 육수가 전부더라? 속으로 욕이 부글부글 끓었어. ...이 돈이면 시장표 순대 1만원어치를 사 먹겠다! 순대국밥을 4그릇 먹겠다! 어이! ...그럼 맛이라도 있으면 되는데, 어후, 내 초딩 입맛에 완벽히 거역하는 풍미더군. 알싸한 깻잎 향기! 우웩! (짝!)

 

다음, 피자와 파스타!

 

피자까진 좋아. 문제는 파스타! 저 기름 덩어리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미식한 끈적임을 겨우 참으며 위장 속으로 우겨 넣었다야. 후우... 내 입맛에 맞는 파스타는 단 하나, 오뚜기표 스파게티야. 대기업 연구진들이 머리를 싸매고 개발한 맛! 내 생전 이 이상의 파스타를 접해 본 적 없어. 내 말에 동감하는 자들이여, 오뚝이처럼 일어날지어다. (...)

 

다음, 소소하게 고기집도 갔어. 돼지고기 시켰지.

 

사실 난 고기집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 왜, 고기집 특유의 분위기 있잖아? 북적북적, 주류가 한 가득, 기름 냄새에, 여지없이 먹고 나서는 속이 더부룩한 감, 앙? 난 싫소! ..몰라, 내 천성이 돼지기름을 거부하나 봐. 난 삼겹살보다 목살이 좋아. 통통한 근육 덩어리 목살 최고! ...헌데, 친구 녀석은 항정살을 계속 시키는 거다! 그 지방만 가득한 부위가 뭐가 맛있다고! 게다가 항정살이 훨 비싸단 말야! 고기 추가시킬 때마다 내 지갑이 얼마나 떨렸는지 아니! ...목살파는 복될지어다. 항정살파는 옷에 기름기 묻을지어다. 에이맨! (...)

 

마지막으로 디저트. 슈크림!

 

안에 버터인지, 크림인지, 한 입 깨문 순간부터 우웩 소리가 절로 났어. 내 차마 친구 체면을 생각해서 참고 넘겼을 뿐. 후... 더구나, 슈크림 빵이 좀 비싸야지. 하나에 3천원이나 하던데! 돈이 아까워서라도 속에 구겨넣을 수밖에 없더만. 아무렴. ...슈크림 빵 맛을 묘사하자면, 이건 마치 유지방 가득한 고급 아이스크림을 먹는 느낌이었어. 난 고급 아이스크림 좋아하지 않는다고! 자고로 아이스크림은 비유지방 저렴이 담백한 녀석이야말로 디저트에 어울린다, 이 말이야! 반박 시 하겐다즈 고칼로리. (...)

 

여하튼. 친구 덕에 식도락 즐긴 주말이었어. 정말, 친구가 부산 올 때마다 살이 떨려. 두려울 지경이야. 가난한 아싸는 웁니다... 그래도 이번은 넘겼으니까. 평온한 일상을 되찾았으니까. 나름 뿌듯하네. 장하다, 내 자신. 친구 입맛 맞춰주느라 고생 많았다. 하! ...아참, 오늘 이야기 나눴던 내용은 순전히 내 입맛만 강요한 취향이니, 죽기 살기로 받아들이지 마시라. 에헴.

 

그래서 지금 내가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오뚜기 스파게티? 한 사발 비벼 봅시다! 다음주도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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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푸덕♬♪    친구신청

아니 그럴거면 난 뭐가 좋다고 친구한테 애초에 말을 제대로 하지 그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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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방구석 여포라, 현실에서는 말을 못 합니다! 따흑. 아무래도 멀리서 온 친구가 먹고 싶은대로 따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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