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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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레트로마저 레트로로 묻은 후 (0) 2023/05/03 PM 10:17





레트로마저 레트로로 묻은 후

 

 

보고 드립니다! 5월 11일부터 5월 14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플레이 엑스포! 부산 사람인 저는, 일단 출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제 제게 여러 조언을 주신 여러분, 머리 숙여 고마움을 표합니다.

 

사실,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플레이엑스포에 가 볼 심산이었어. 서울 구경도 하고, 코스어도 만나고, 그리고 레트로 장터! 내가 이래봬도 한때 꽤나 레트로한 사람이었다고. 고전 PC 게임을 돌리기 위해 윈98 컴퓨터까지 따로 갖고 있었다고. 에헴!

 

...는 과거지... 추억을 새록새록 간직하기에는 내 그릇이 너무 작았어. 오래된 기기, CD, 피규어, 장난감들. 둘 곳이 없으니까. 하물며 난 “자가”도 아니거든. 2년 주기로 이사철에 목 놓이는 전세살이거든... 결국 공간의 압박에 견디다 못 해 모든 추억을 다 중고로 처분했어... 아참, 딱 하나 처분 못 했다. 친필 사인까지 받은 윤하 일본 1집 앨범! 윤하느님께서 친히 내 이름까지 적어주신 성물인데, 차마 이건 못 내놓겠더라.

 

여하튼. 레트로 생활 다 접은 놈이 무슨 미련이 남았으련만, 참... 아니, 미련 남아. 내가 특히 정리하기 아까웠던 물품을 꼽으라면, 이스 이터널, 프린세스 메이커3, 그리고 대항해시대4 관련 물품이었어. ...잠깐, 그러고 보니 의외로 내 인생 게임 파이널판타지10 관련 굿즈는 순풍순풍 잘도 떠나보냈네? 왤까? 설마 파판10은 2D도트가 아니라서 그런 걸까? 감성은 2D 평면에서 나오는가!

 

만약 내가 로또 1등 당첨되어서 시골에 큰집을 마련한다 쳐. 여유로운 레트로 수집 생활 기반 다졌다 쳐, 그래서 의욕 충만 다시 추억을 모으라 한다면, 글쎄다.. 다시 모으리라 확답을 못 내리겠어. 레트로 수집 취미라는 게 꽤나 위험하잖아... 하나 사면 또 사고 싶고, 상태 더 좋은 걸 갖고 싶고, 그러다 삶이 물건에 구속당해버리는 지경까지 갈 수 있으니까. 욕심 많은 내겐 독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단, 추억을 “공유”하는 차원에서라면 응당 다시 레트로 생활을 누리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과 옛일을 함께 이야기하는 일, 멋지잖아! 상상만으로 알콩달콩 하잖아! ...문제는 뭐다? 난 애인이 없어요. 아니, 없었어요. 없을 거예요. 물론 당신도! (짝!) ...흑흑. 배신자여~ (...)

 

아무튼. 그럼에도 한번 뿐인 인생, 대차게 플레이 엑스포에 가 보자, 레트로 장터 경험해 보자, 했는데! ...왜 출두를 포기했냐면..., 이게 다 유게 때문이다! (..?) 오늘 따라 유머 게시판에 “냄새” 관련 글이 많더군. 니케 카페 갔는데, 누가 안 씻고 와서 쉰 냄새가 진동하더라, 제발 씹덕들아 씻자, 이런 성토글!

 

그걸 보고 나니까, 감히 무서워서 행사장에 갈 생각이 싹 사라졌어. 그게, 내가 금요일에 평택으로 올라가서, 토요일 야외에서 진창 구른 후, 변변한 채비를 갖추지 못한 채 일요일에 행사장에 도착할 여정이걸랑. 딱 봐도 제대로 못 씻겠지? 3일 안 갈아 입은 팬티에서 불알 냄새 풀풀 풍기겠지? 커뮤니티에 민폐 씹덕이라 박제되겠지? (...) 결국 난 불안과 공포에 굴복했어. 플레이엑스포에 가지 않기로.. 일단은..

 

그래도 추억은 내 마음속에 방울방울! 만리향을 풍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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