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건네지 못한 마음
엄... 오늘은 다분히 개인 하소연이니까, 축축 처지는 이야기니까, 듣고 싶은 분만 남기! 경고했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내 고장 부산을 벗어나서, 친구와 함께 경기도 인근을 구경했어. 이 친구와는 1년 만에 만났을까? 좋은 친구야. 착했고, 머리도 좋았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갔고, 결혼도 했고, 잘 됐지.
다만, 그제는 친구가 무서웠어. 어색했어... 운전대를 잡으며 욕을 하고, 다른 차량의 사소한 실수에 윽박지르고, 식당 종업원을 하인처럼 대하고, 참... 이럴 친구가 아닌데. 아니었는데... 난 상상도 못 했어. 성격이 180도로 변하는 사례가 내 친구에게도 적용될 줄.
뭔가가 뭔가야... 친구가 달라진 것 같아... 좋게 말하면 자신감이 넘친다랄까? 전능감이 보인다랄까? ...나쁘게 말하면, 마치 악독한 사장님처럼 보였어. 대한항공 땅콩회항 재벌 3세처럼 보였어. 청담동 성깔 높으신 사모님처럼 보였어...
왤까? 난 친구를 왜 변했다고 생각할까? ...질투일까? ...친구는 나와 다른 노선을 탔어. 소위 사자 돌림 직업을 얻고, 코인으로 돈 벌고, 부동산으로 돈 벌고, 다가구 주택자이고, 틈틈이 분양지역을 시찰하고, 정부 정책기조 신경도 쓰지 않을 만큼 성공했지...
글쎄다... 질투에 눈이 멀어 친구마저 나쁜 사람으로 만든 나의 잘못이라면 할 말이 없다만, 끄응... 모르겠어... 친구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강자가 하찮은 개미를 바라보는 듯한 그 태도가 마음에 계속 걸려... 내가 이래봬도 찐따 쭈구리라 이런 촉은 민감하게 감지하잖아..
잠깐만. 나도 변해버린 친구마냥, 여러분을 막대했나? 짐짓 아는 척 하며 아픔을 강요했나? 아니지?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죄송합니다. 머리 박겠습니다. 변명하자면, 내가 아무리 칼린쇼에서 왕후장상인거 마냥 전능감에 취해 떠들어대지만, 여러분은 잘 알잖아. ..저 놈, 무대 뒤에서는 소심한 겁쟁이란 걸. 아무것도 아닌 놈이란 걸. 지금도 벌벌 떠는 걸.
내가 멍멍이 소리를 해대면 코웃음 쳐줘. 저 녀석 또 병이 도졌구나. 공허의 외침을 외치고 있구나. 어이구 불쌍한 놈. 이렇게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봐 줘. ..,.다시 한 번 더 머리 박겠습니다.
아무튼. 친구와는 ...끄응... 모르겠어... 에잇! 이게 다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 때문이다! 왜 내 친구 허파에 버블을 불어넣었담! 내 친구 돌려놔라! 금리 올려라! 부동산 폭망 응원! (...) 후우... 난 그저 예전에 소박하고 다정했던 친구가 그리울 뿐이야. 짜장면, 돈까스를 같이 나누던 친구. 비싼 고기 식당이 아니라.., 차비가 아까워서 같이 걷고 또 걸었던 친구. 3분 거리가 멀다고 휘발유차 끄는 이가 아니라... 다소는 수줍지만 사람을 사람처럼 대했던 친구가...
아잇,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떠벌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크흠. 어쨌든! 여러분은 언제나 나의 작은 애청자들로 남아주실 거지? 나도 여러분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네. ...서울 여의도는 너무 크고 서늘했어..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행복해. 소박한 달동네로 돌아와 마음이 편해.
이상! 제 감상에 젖은 하소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초 그랜절!
저는 주변의 친구나 사촌들의 인품이 변하진 않은 것 같은데,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어지는 일상의 혜택을 너무 당연시한다든가 거짓이나 과장을 살면서 적극활용하는 비지니스 스킬로 취급하는 모습에 뭔가 쎄한 감정이 든 적이 있어요.
자연스럽게 감화시킬 자신이 있으면 설득을 하되, 서로 다른 길을 걸을 땐 시간이 해결하도록 두는 게 속 편할지도 모릅니다.
인연이 닿으면 다시 같은 길에서 만날 때 더 반갑게 맞이하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