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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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마구니와 데바닷다 (2) 2023/05/27 PM 10:22





마구니와 데바닷다

 

 

5월 27일 부처님 오신 날! 다들 만수무강한 연휴 보내고 계신가! (...) 오늘은 특별히 부처님과 연관된 주제를 준비했어. 바로 불교판 사탄, 마라! 일명 마구니!

 

난 불법을 모르고, 부처님 인생길을 모르고, 다 모르는데, 아뿔싸. 마라만큼은 제법 익숙해. 마라가 진여신전생 게임에 나오거든. 아주 강렬한 인상으로.

 

거대한 귀두체. 실제로 마라를 남자 성기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대. 이유는 마라가 욕계의 왕이고, 여러 욕망 중에서도 음욕이야말로 가장 가공할 유혹이라 그렇다나? 재밌는 점은, “욕계”가 어디 멀리 떨어진 세계가 아니래. 우리 인간계가 곧 욕계래. 온갖 욕망이 도사리는 세상. 그럼 마라는 우리 모두의 왕인가? 인간의 왕? 어라?

 

아니나 다를까, 마라에 대해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마라는 우리와 동떨어져 살고 있는 존재가 아닌 것 같더라고. 우리가 곧 마라고, 내 안에 마라가 있고, 나 스스로를 온전히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마라를 관리하는 법이고, 대충 느낌 오시죠? (...)

 

가령, 마라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직전에 해방을 놓으려고 화끈한 제안을 늘어놓거든? ..내가 그대를 세상의 왕으로 만들어주겠다. 전륜성왕에 이르게 해 주겠다. 이마저도 부족하다면 그대가 나를 이어 욕계의 왕이 되어라! 그리하여 그대가 그토록 원하는 중생을 구원 하여라! 대신 혼자 깨닫지 말고!

 

정말, 논리적으로 탁월한 유혹 아니니? 위대한 왕, 정치가가 되어 세상을 구하는 꿈! 부처님이 가장 바라던 이상 아니었을까? 혹시 마라는 곧 부처님 자신의 욕망 아니었을까? ...그러나 곧 부처께서는 마음을 다잡으셨어. 짐작하건데, 부처님은 욕계 그 자체를 초월하고자 하셨으니까.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크흑!

 

여기서 잠깐. 마라가 부처를 멈추기 위해 자기 딸들을 동원하고, 18억 군대를 동원하고, 끝내 마라 본인이 직접 출동하기까지 했거든? 다 실패했다만. 글쎄다. 만약 내가 마라였지? 그럼 부처님께 한 가지 더 가혹한 시험을 내렸을 거야. 바로, 가족! 친구!

 

해탈의 순간 눈앞에서 부모님이 찰나 스쳐간다면? 자식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면? 사랑하는 이의 애달픈 손길이 느껴진다면? 어후... 난 현세에 미련을 못 버릴 것 같아. 깨달음이고 뭐고, 다 때려치울 것 같아.. ...훗, 마라, 아직이다! 역시 인간이 사탄을 능가한다니까! (...)

 

 

마라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어서, “데바닷다”를 알아보자고. 기독교로 치자면 배반자 유다급에 해당하는 인물이었어. 마라보다 더 미움 받는 대상이었다니까.

 

일단 데바닷다 프로필을 펼치자면, 부처님이랑 사촌지간이고, 학식이 높으며, 초기 교단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았대. 그러나 독단적이고, 자기 세력을 키우려 했고, 심지어 부처를 암살하려고까지 했으니, 평가가 안 좋을 수밖에.

 

내가 데바닷다를 흥미롭게 받아들인 이유, 그의 행태가 요즘 세상 지도자들이랑 비슷해서야. (..?) 근본주의를 주창하여 세력을 결집하는 행태 말야. 미국 트럼프가 기독교 근본을 따지고, 튀르키예 에르도안이 이슬람 근본을 따지고, 이스라엘 네타냐후가 유대교 근본을 따지고, 러시아 푸틴이 슬라브 근본을 따지고, 우린...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크흠. (...)

 

데바닷다가 부처를 그토록 암살하려고 했던 이유 역시 근본주의 때문이었어. 데바닷다의 숭고한 기준에서는 부처님 불법마저 타락한 것으로 보였거든. 데바닷다의 기준이란, 이를테면, 평생 소금을 먹지 않는다. 생선과 고기를 먹지 않는다. 여름에는 태양 아래에서 수행하고, 겨울에는 바람 송송 초가집에서 머물러야 한다. ...살벌하지? 구약성서 10계명 뺨치지? 교리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지? 참...

 

불교가 데바닷다의 아집 아래 발전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데바닷다 불교가 주류가 됐으면 현세는 더욱 연옥이 됐을 거라고. 십자군에 준하는 목탁군이 아시아를 휩쓸고, 테러리즘에 준하는 삭발리즘에 위세를 떨쳤을 거 아냐? 어후...

 

아무튼. 마라에 대해 알아봤고요. 마구니는 어디 딴 곳에 있는 게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인 것 같고요, 그리고 근본 강요하는 사람 치고 착한 사람 없고요! 불심으로 행복하게!






마라 파피야스 - 나무위키 (namu.wiki)
불교와 악마 < 연재 < 기획연재 < 기사본문 - 불교신문 (ibulgyo.com)
데바닷타 - 나무위키 (namu.wiki)
데바닷다, 그는 정말 악인이었는가 / 원필성 < 특집 < 기사본문 - 불교평론 (budrevi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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