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와 야수
인어공주. 흑인 인어공주. 못 생긴 인어공주. 완성도가 떨어지는 인어공주. PC에 젖어 본분을 잊은 인어공주. 참으로 여러 평가를 듣고 있는 2023년 인어공주 실사판! 여러분의 소감은 어때? (...)
글쎄다. 난 이 작품에 별 관심이 없어. 원작 애니메이션마저 별 감흥 없이 본 내가, 실사판에 무슨 흥미를 보이리오. 인어공주 볼 시간에 차라리 미녀와 야수를 2번 더 보겠다. 우리 찐따들의 희망 동화! 야수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인어공주로 돌아와서, 작품 외적으로 벌어지는 논란 때문에 오히려 관심을 가졌어. ..정치적 올바름이란 무엇인가? 내가 부모라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 아이에게 인어공주를 보여줘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느라 은근 머리가 아프더라고.
이실직고할게. 내가 부모지? 그렇다면 아이에게 되도록 다양한 공주를 보여주고 싶어. 흑인, 황인, 백인, 뚱뚱하고, 홀쭉하고, 작고, 크고, 장애를 갖고 있거나,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어떻든. 그 속에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편향 없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기대하니까. 자신도 공주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난 이번 실사판 인어공주를 긍정적으로 봐. 다만... 이왕 할 거 고정관념을 좀 더 깨야 하지 않았을까? 일례로 주인공 에이리얼만 흑인 여배우 채용하면 뭐해? 왕자님은 너무나 잘 생긴 백인 배우님인 걸. 게다가, 왜 생명체에 선악 개념을 심어주지? 마녀 우루살라 하수인으로 문어, 곰치를 대동하던데, 아니! 문어가 어때서! 곰치가 어때서! 무섭게 생긴 게 죄인가! 삶은 문어가 얼마나 맛있는데! (...)
참... 갑자기 히오스 키하라 사태가 떠올라. 블리자드 세계관 모든 영웅이 총출동하는 갓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그곳에 난데없이 등장한 흑인 여성, 키하라!
망해가는 게임에 대못을 박았다나... 키하라는 아무런 서사 없이 캐릭터만 덩그러니 나왔어. 성격이 어떤지, 무슨 연유로 시공에 휩쓸렸는지, 애증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아무 것도 없이 그냥! 아오! ...이건 블리자드가 100% 잘못했다! 게으름의 산물이야! 그냥 흑인 여캐 넣으라니까 대충 우겨넣은 심보! 이래서야 무슨 다양성이람! 오히려 증오만 커지지!
디즈니 또한 블리자드와 같은 실수를 저지른 거 아닐까? 기존 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벽지색만 바꾼 나태함... 솔직히, 안데르센 선생님이 쓰신 인어공주에서는 그야말로 “공주”가 나올 수밖에 없잖아? 피부색이야 차치하고라도 일단 예뻐야 한다! 그래야 스토리가 굴러가지! 왕자가 뭐 하러 생판 처음 보는 여성의 접근을 허락해? 그야, 예쁘니까! (...)
참, 외모를 초월한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선 세계관 전체를 뒤바꿔야 할 것 같아. 2시간 내에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려면 정말 구성이 탁월해야겠어. 어서 일해라 스토리 작가! ...단, 다 바꾸더라도, 인어공주가 왕자를 사랑하기 위해 자기 목소리까지 희생해가며 다리를 얻는 대목은 그대로 살렸으면 싶은데, 그치? 광기마저 느껴지는 그녀의 집착! 매력적이잖아! (...)
아무튼. 인어공주는 여기까지! 난 역시 미녀와 야수가 좋아! 우리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아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