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이 사랑스러울 때까지
즐거운 토요일. 오늘은 “사진”에 대해 떠들어 보실까! ...장비 얘기 아냐. 진짜 사진이야...
여러분은 본인이 찍은 사진이 사랑스러워? (...) 난, 모르겠어. 뭔가 부족해 보이고, 뻔해 보이고, 벽이 가로막고, 그러는 가운데 내가 내 사진을 사랑 못할 지경에 이르렀거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좋은 사진을 보면 자연히 낫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준비했다. 소니 월드 포토그라피 어워드 2019 수상작을 감상하는 시간! 여러 작품 중에서도 특히 내 맘을 울렸던 사진! ...아참, 왜 19년도인가 하면, 내 기분이 2019를 골랐기 때문이야. 아무 이유 없어. 에헴.
첫 번째 사진, Alexey Holod 님의 사진입니다.
이 작품은 “Motion”, 움직임 분야에서 상을 탔거든.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연기의 움직임을 표현했나 봐. 근데 Motion에 출품한 사진이라기엔 정말 정적이지 않니? 마치 얼음 공주인 듯, 대리석인 듯, 천사상인 듯, 이 적막한 모순. 원 헌드레드 따봉 드립니다!
건축 부분, Dean Grossmith 님!
댐인가! 흑백을 선호하지 않는 나조차 이 사진에 쏙 빠져들고 말았어. ..거대함. 벽면에 새겨진 빛의 거대함. 이에 지지 않는 크고 굵고 묵직한 검은 그림자 기둥! (...)
야생동물 부분, Nick Edwards 님.
맙소사. 교미가 이렇게 역동적일 수 있는가! 이 사진은 야생동물이 아니라 움직임 분야에서도 충분히 상 받겠다야. 저 허리놀림, 저 부라리큰 눈알, 저 흩날리는 수분! 이 결정적 순간을 남겨주신 Nick 님께 큰 절 올립니다.
길거리 사진 부분, Stan De Zoysa 님.
난 첨에 합성 사진인 줄 알았다? 아뿔싸, 자세히 보니 원근을 기막히게 배치한 사진이었어! 감탄이다! ...한편, 나였으면 왼쪽 3명 머리까지 다 나오게 구도를 잡을 텐데, Stan 작가님은 과감히 쳐냈으니, 더욱 사진에 힘이 실리는 것 같아. 배웁니다.
자, 지금부터 볼 사진은 “프로” 작가님들이 찍은 거야. 사실 프로라고 해서 빛이 아름답거나, 구도가 기가 막히거나, 색감이 풍부하진 않았다? 처음 볼 땐 실망이 더 컸어. 가령,
Jean Marc Caimi 님.
무려 2019 프로패셔널 부분, 1등을 차지하신 작가님 사진이야. ...글쎄다... 여러분은 이 사진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들어? 충격이 와? 경탄이 나와? 난 안 나왔어! 어리둥절만 나왔지! 이게 프로? 날로 먹네! 현대 미술도 적당히 하세요! (짝!)
그런데, 작품 제목을 보고 나서야 아차 싶은 거야. 제목, Goodbye in Turkish. ...그래, 튀르키예에서 찍은 사진이었어. 튀르키예 하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치에 종교를 끌어들이고, 이슬람 원리주의가 세력을 넓히고 있는 지역이잖아? 헌데 작가님은 그런 가운데서도 일상을 담은 거지. 튀르키예에도 성소수자, 여장자가 있다! 사람 사는 곳이다!
사진의 뒷면을 알고 나니, 그때서야 충격파가 가슴을 찌르더라. 의미가 가득 담긴 장면이더라. 결정적 장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용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해석하라고? 게다가 사진에 기교일랑 1도 안 보이지? 구도니, 보정이니, 색감이니, 해상도니, 몽땅 벗어던진 것 같아. 이것이 프로의 자신감인가? 오만? 마치 피카소가 모든 그림을 뗀 후 휘갈긴 것처럼? (...) ...그나저나 작가님과 사진의 남성분은 사진만 찍었을까? (짝!) 합리적 의심이었고요. 에헴.
다음! 반가운 사진을 가져왔어. 김경훈 님!
많이 알려진 사진이지? 2019년 WPA 보도부분 수상작이더라고. ...엄, 솔직히 난 이 사진이 “찝찝해”. ...철조망과 철벽 구조물 너머로 펄럭이는 미국 성조기. 그 절벽을 넘지 못하는 중남미 난민? 가족? 이들 가운데서 촬영에 열중인 사진기자들. ...뭐랄까, 아무튼이 아무튼이야... ...워워! 그렇다고 이 사진 자체가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다! 사진에 담긴 상황이 복잡 미묘해서 심장이 무거워...
이상! 정말 탁월한 사진을 감상하니 절로 내 고민이 사르르 녹기는 천만에! 여전히 길을 모르겠어. 난 무슨 사진을 찍고 싶지? 어떤 내용을 담고 싶지? ...여기에 대한 답은 나 스스로 궁리해 볼게! 답을 못 찾더라도 어때! 그땐, Jean Marc Caimi 작가님을 떠올릴 거야. 진실을 솔직담백하게 눈알에 콱! 어쩌라고 정신! (...) 이게 아닌가. 크흠.
끝으로 옥상달빛 노래 들으며 오늘 쇼를 마무리합니다. ..좋은 생각이 났어, 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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