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TV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하는 이유
KBS! 정부에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한다느니, 그러자 KBS 사장이 직을 걸었다느니, 분리징수만 철회해주면 자진 사퇴하겠다느니, 혼란한 가운데, 그래서 TV수신료! 여러분 생각은 어때? (...)
난 전기요금과 찰떡같이 붙어서 나오는 TV수신료가 정말 못마땅했어. KBS를 보든 말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의 대부분의 국민에게 반 강제로 수신료를 걷어가는 셈이니까. 월 2500원! 은근 거슬린다고.
하물며 우리가 피땀 흘려 바친 수신료를 KBS가 제대로 쓰고 있냐? 항상 의문이 들거든. 월 TV수신료 2500원 중, 한전이 징수 수수료로 169원을 가져가고, EBS가 70원을 가져가고, KBS가 2261원을 가져가는데, 어떻게! 고작 70원 근근이 받아가는 EBS가 KBS보다 더 알차게 보이냐고! 위대한 수업! 세계적 석학들 섭외하고! 펭수가 더위 먹어가며 돈 벌어오고!
반면 KBS는 어떻지? 소위 보수 언론에서 KBS를 비판하길, KBS 임직원 1500명이 한가롭게 무보직이며, 전체 직원 중 46.4%가 연봉 1억이 넘는다는데, 열받네? 꼴받네! ...는 그런데 말야, “연봉”관련해서는 여타 다른 언론들도 상당하지 않나? 특히 메이저 조중동은 말야. 일례로 조선일보는 전체 직원 평균 연봉이 7398만원이래. 와우.
아무튼. 여기까지만 보면 난 TV수신료 반대론자여야 하지만, 아니! 실상은 TV수신료 전 국민 강제징수에 찬성하는 사람이야! 왜냐! ...난 이상이 있기 때문이지. (..?) 국민이 납부한 돈으로 굴러가는 국민의 방송국! 돈 때문에 비굴대지 않는 방송국! 기업 광고니 정부 홍보물에 끌려 다니지 않는 방송국!
그러니 난 TV수신료가 전기요금과 함께 나오는 방식에 불만은 많지만, 반대는 하지 않아. 오히려 분리징수야말로 나의 이상을 거스르는 길이지. 분리징수 단계를 밟고, 다음은 뭐겠어? KBS 민영화 수순 아닐까? 내 살면서 민영화 된 사회기반시설 치고 제대로 운영되는 꼴을 못 봤어. 통신 3사! 코레일! 아오! (...)
이쯤에서 질문. 그래서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고 있는 KBS가 과연 독립적인가? 권력에 눈치 보지 않았는가? ...하면 부끄러운데... KBS! 알게 모르게 빌빌 바닥을 기었잖아? 대통령 바뀔 때마다, 정권 교체 될 때마다. KBS 보도 기조가 어떻니, 사장이 저떻니, KBS 위원회가 누구니, 출연자 정치 성향이 어느 쪽이니, 정말... 공영 방송국으로서 본분을 망각했지.
헌데, KBS가 절대 독립적일 수 없는 이유가 있더라. 이놈들, 돈은 국민들에게 받아먹으면서, 정작 인사는 높으신 분 맘에 따라 정하더라니까. 가령 KBS 사장은 11명으로 구성된 KBS 이사회에서 뽑거든? 이 이사회는 관행상 집권 여당이 7명, 야당이 4명을 추천한대. 이렇게 추천한 11명의 KBS 이사회는 다시 5명으로 구성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거든? 이 방통위 위원은 또 다시 정치권에서 뽑거든? 대통령이 2명, 국회에서 3명. 후우...
인사의 연쇄 고리를 알고 나니 현타가 몰려오더라. 구조 자체가 독립성을 모조리 봉쇄하고 있더라. 이래서야 KBS가 TV수신료를 받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잖아! 왜 KBS 사장 및 위원회를 정치권에서 뽑냐고! 이러니 선거만 치루면 KBS가 좌충우돌 와리가리를 하지!
...엇? 잠깐만. 그래서 최근에 현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면직한다느니, 이에 한상혁 위원장은 소송을 불사할거라느니, 이미 대통령실은 이동관 씨를 내정했다느니, 와글북적 난장판이 펼쳐진 거야? 이와 함께 TV수신료 분리징수 불쏘시개가 튀었고? (...) 호오... 대통령실에서 KBS 장악에 진심이시네. 자유로운 대한민국 꿈꾸시는 분들치고 무섭네. (짝!)
여하튼. 내가 꿈꾸는 KBS를 이룩하기 위해선 저놈의 인사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하구나. 그러려면 국회에서 방송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문제는 뭐다? 국회의원님들이 절대 방송법을 바꿀 생각을 안 한다! 20년이 넘도록! ...하긴, 국회의원 지들이 KBS 사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데, 이 좋은 권력을 왜 내놓으려 하겠어. 여야 할 것 없이...
난 바래. 대통령실에서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궁리하기보다, 방통위원장 자기 입맛대로 앉히기보다, 그 시간에 수박색깔 KBS 지배구조부터 뜯어고치기를... 더 이상 KBS가 정치권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오직 국민만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마무리 곡 띄웁니다. Kyrgyzstan Boucing Syndrome!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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